국가인권위원회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의 국민훈장 모란장 서훈을 추진했지만 갑자기 보류됐다. 외교부가 “부처 간 사전 협의가 필요하다”며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7일 강제동원 피해자를 지원하는 임재성 변호사 등에 따르면 인권위는 오는 9일 ‘세계 인권의날’ 기념식에서 양 할머니에게 국민훈장 모란장 서훈을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양 할머니에 대한 서훈 안건은 전날 국무회의는 물론 오는 8일 개최되는 임시 국무회의에도 상정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이 수여하는 서훈인 만큼 중앙행정기관의 장(인권위원장) 추천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 양 할머니의 수상이 사실상 불발된 것이다.
임 변호사는 “외교부가 양금덕 선생님의 서훈에 대해 ‘사전협의가 필요한 사항’이라는 의견을 낸 사실을 확인했다”며 “한국 대통령이 강제동원 문제로 30년 동안 싸워온 피해자에게 상을 주면, 일본이 불편해할까봐, 현재 논의되는 강제동원 관련 한일협의에 변수가 생길까봐, 외교 쪽과 협의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단체는 이날 광주에서 이뤄진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과의 면담에서도 양 할머니 서훈 불발에 대해 항의했다. 이에 외교부는 “서훈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절차상 관계 기관과 사전 협의가 필요했고, 관련 보고를 늦게 접해 의견을 냈다”며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제강점기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항공기제작소에 동원돼 강제노동을 해야 했던 양 할머니는 2012년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2018년 대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확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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