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정국가인 '제2제국' 꿈꾸며 쿠데타 계획
'왕자' 주장 인물 중심... 추종 세력만 2만 명
당국은 '감시 철저' 말하지만 불안감 고조
독일 연방정부를 전복하려 한 극우단체 '제국시민' 조직원들이 무더기로 붙잡혔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후 사라진 '독일 제국'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믿는 이들이다. 극우세력의 쿠데타 시도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건 처음이다.
체포된 이들의 면면을 보면 정치인, 판사, 군인, 경찰 등이다. 민주주의와 헌법 질서를 부정하는 이들이 주류 사회에 포진해 있었다는 것에 독일은 경악하고 있다. 더구나 추종 세력이 2만여 명에 이른다.
"황제 통치 국가로의 복귀" 쿠데타 계획
독일 경찰은 8일(현지시간) 국가기관에 테러를 일으키려 한 혐의로 제국시민 소속 회원 등 25명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체포를 위해 독일 전체 16개주(州) 중 11개주에 3,000여 명의 경찰이 투입됐다.
제국시민은 '독일 제2제국'(1871~1918년)을 신봉한다. 독일인이 주축이 된 국가를 황제가 다스려야 한다고 믿는다. 이들은 현재 민주주의 정부가 불온한 외부세력의 음모로 건설된 '가짜 국가'라고 주장한다. 제국시민 회원들이 법을 따르지 않고 세금 납부를 거부하는 이유이다.
"총리 처형 뒤 제정 국가로"… 끔찍한 계획
제국시민의 정신적 지주는 71세 남성 하인리히 로이스이다. 과거 독일 중부 지방을 수백 년간 통치한 '로이스 가문'의 후손으로, 스스로 '하인리히 13세 왕자'라고 부른다. 그를 중심으로 꾸려진 '제국시민위원회'는 지난해 11월부터 정기적으로 회합하며 쿠데타 계획을 구체화했다.
계획은 끔찍했다. 독일 의사당을 습격해 올라프 숄츠 총리를 처형하고 의원들을 체포하고자 했다. 가짜 국가를 해체하려면 살인을 동반한 폭력이 불가피하다고 이들은 믿었다. 경찰은 체포 과정에서 무기 50여 점을 발견했다.
쿠데타가 성공하면 로이스가 황제에 오르고 대대적인 숙청 작업을 벌일 계획이었다. 로이스는 새 정부 구성을 논의하기 위해 러시아와 접촉을 시도하기도 했다.
조직은 체계적으로 작동했다. 쿠데타 계획 작성은 비르기트 말자크 빈케만 베를린 지방법원 판사가 주도했다. 독일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 의원 출신이라 의회 내부 상황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는 내부에서 '예비 법무부 장관'으로 불렸다. 소총 클럽 회원 출신인 크리스티안 베른하우 전 AfD 시의원은 무기 조달을 담당했다. 군 고위 간부 출신 뤼디게르는 전현직 경찰·군인을 조직원으로 대거 끌어들였다.
쿠데타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통신망까지 끊을 계획이었던 이들은 조직원끼리 소통할 위성전화도 미리 구매해 뒀다. 토마스 할덴방 독일 연방 헌법수호청장은 "이들의 계획은 상당히 현실적이었다"고 ZDF에 말했다.
추종 세력 2만1,000명 추산… 대대적 체포에 도발 우려
독일 정부는 "올해 초부터 제국시민을 면밀하게 감시했고, 증거가 명확해졌을 때 체포 작전을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쿠데타 계획이 상당히 진전된 만큼, 암약하는 다른 회원들이 쿠데타를 다시 시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독일 헌법수호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제국시민 추종자는 최소 2만1,000명이다. 테러 전문가 피터 노이만은 "제국시민은 상당 수는 무기를 소유하고 있거나 무장 훈련을 받았다"고 말했다.
체포된 조직원들이 '평범하고 선량한 독일인'처럼 보였다는 것에 독일인들은 치를 떨고 있다. 제국시민 조직원인 마이클 프리치 전직 고위 경찰은 과거 유대인 보호 업무를 맡았다. 극우세력이 유대인 혐오를 철저히 숨겼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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