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품목 확대를 요구하며 집단 운송 거부에 돌입했던 화물연대가 조합원 투표를 거쳐 파업 철회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추가로 발동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더불어민주당마저 정부안을 수용하기로 하면서 협상의 여지가 사라진 데 따른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화물연대, 9일 조합원 투표... 과반 찬성 시 파업 철회키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8일 민주노총 대전지부에서 중앙집행위원회 긴급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화물연대는 9일 오전 9시부터 2시간여가량 전국 조합원 총투표를 진행한다. 여기서 나온 결과에 따라 총파업 철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화물연대는 성명을 통해 "조합원 피해를 최소화하고 강경 탄압으로 일관하는 정부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기 위해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면서 "조합원 결정이 있으면 현장으로 복귀하고, 국회 내 논의 과정에 충실히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화물연대가 파업 철회 여부를 조합원 투표에 따라 결정하기로 한 것은 정부의 강공으로 코너에 몰렸기 때문이다. 화물연대는 지난 6월 1차 파업 때와 달리, 이번 파업 기간 중 국토교통부와의 교섭을 단 두 차례밖에 진행하지 못했다. 이마저도 아무런 성과 없이 결렬됐다. 화물연대는 협의안을 마련할 의사가 있다고 했지만 국토부는 "논의할 권한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는 시멘트 분야에 이어 철강·석유화학 분야 업무개시명령을 추가로 발동하면서 화물연대를 몰아붙였다. 이날 민주당마저 정부·여당의 '일몰 시한 3년 연장'안을 받아들이고 '안전운임제 품목 확대를 위한 논의기구'를 제안하면서 화물연대는 운신의 폭이 더욱 좁아졌다. 임박한 안전운임제 일몰을 막기 위함이었다고는 하지만 화물연대는 사전 조율 없이 이뤄진 민주당의 일방적 발표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또 파업 장기화로 조합원들이 속속 업무에 복귀하는 추세인데다가, 국민 여론까지 악화하면서 화물연대의 파업 동력은 점점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만약 지도부의 결정으로 파업 철회를 선언할 경우 앞으로의 조직 결속력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어 최종 결정의 공을 조합원들에게 넘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화물연대 지도부의 이 같은 선택이 사실상 파업 철회로 해석될 수도 있지만, 조합원 투표 결과를 예단하긴 쉽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투표장에 나와 표를 던지는 사람들은 정부에 대한 분노로 강경 대응을 유지하자는 의견을 낼 수도 있다"면서 "결과가 어떨지는 열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업 철회 돼도 3년 연장은 반드시 보장해야"
화물연대는 대신 안전운임제 3년 연장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했다. 민주당의 입장 발표 이후 정부·여당이 '선 복귀, 후 논의 방침'을 내세우며 '3년 연장'마저 없던 일이 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화물연대는 "제도의 일몰을 막기 위해 대승적 결정을 내렸다. 정부와 여당 역시 당정 협의를 통해 발표했던 3년 연장 약속을 지키라"면서 "국회는 안전운임제가 일몰되기 전 3년 연장 법안을 조속히 준비하고, 국토교통부는 2023년 안전운임제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안전운임제 품목확대 논의도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물연대는 "정부가 제시하는 부족한 교통사고 통계만으로는 제도의 지속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면서 "정책수단의 적절한 활용여부와 직접적 목표 달성 여부까지 포괄적 논의를 이어나가야 한다. 정부와 국회 역시 적극 논의하고, 논의 과정에 화물연대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를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