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아르헨티나에 승부차기서 패배
4강 진출 좌절됐지만 판할 감독 용병술 빛나
고령·암투병 등으로 지도차 은퇴
네덜란드의 명장 루이 판할 감독의 월드컵 여정이 모두 끝났다. 네덜란드는 아르헨티나의 벽을 넘지 못하고 8강에서 주저 앉았지만, 암 투병 중에도 묵묵히 팀을 지킨 판할 감독의 투혼과 의지가 팀의 선전을 이끌었다.
판할 감독이 이끄는 네덜란드는 10일(한국시간)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8강전에서 아르헨티나와 2-2로 비겼지만, 승부차기에서 3-4로 패하며 4강 진출이 좌절됐다.
비록 준결승 진출은 이뤄내지 못했지만, 판할 감독의 승부사 기질이 돋보이는 경기였다. 네덜란드는 후반 막판까지 아르헨티나에 0-2로 끌려갔는데, 판할 감독이 과감한 선수기용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그는 후반 33분 197㎝의 장신 공격수 바우트 베흐호르스트(베식타스)를 투입했다.
그의 용병술이 적중했다. 베흐호르스트는 투입된 지 5분 만에 헤더골로 아르헨티나 골망을 흔들었다. 이어 후반 추가시간 네덜란드의 프리킥 상황에서도 허를 찌르는 전술이 나왔다.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직접프리킥 또는 장신을 활용한 공중 공격에 대비하고 있었지만 판할 감독은 이 같은 예상을 뒤집고 땅볼 공격을 선택했다. 퇸 코프메이너르스(아탈란타)가 깔아 찬 공을 문전에 자리잡고 있던 베흐호르스트가 왼발 슈팅으로 연결해 득점에 성공했다. 기적 같은 동점골이었다. 결국 승부차기에서 고배를 마시긴 했지만, 패색이 짙던 네덜란드는 핀 할 감독의 선수기용과 세트피스 전술 덕분에 잠시나마 희망을 품을 수 있었다.
71세인 판할 감독은 카타르 월드컵 참가 감독 중 최고령으로, 이번 대회를 끝으로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직에서 물러나겠다고 공언했다. 이미 2016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감독직을 마지막으로 지도자 은퇴를 선언한 바 있기 때문에 판할 감독은 클럽팀과 대표팀에서 모두 지휘봉을 내려놓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20년부터 전립선암으로 투병 중인 만큼 건강 관리를 위해서라도 다시 현직으로 돌아오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생애 마지막 월드컵에 참가한 판할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승부사 기질을 유감 없이 발휘했다. 그는 조별리그 1차전 세네갈전부터 ‘만년 백업’ 골키퍼인 안드리스 노퍼르트(헤이렌베인)를 과감하게 선발로 기용했다. 노퍼르트는 그의 기대에 부응하듯 조별리그 내내 신들린 선방을 선보이며 팀의 조1위를 이끌었다.
이 외에도 판할 감독이 네덜란드의 신형 주포로 낙점한 코디 학포(아인트호벤)는 조별리그 세 경기에서 모두 골을 넣었고, 마지막 8강전에서는 후반 막판 투입시킨 베흐호르스트로 상대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판할 감독이 발굴한 새 선수들은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24에서 네덜란드의 선전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