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납득하기 힘든 진술 근거로
전체적인 진술 신빙성 부정 안돼"
이집트 민주화 시위에 참여했다가 불법 구금과 고문을 당한 이집트인과 그 가족에게 난민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0단독 최기원 판사는 A씨 등 3명에 대한 서울출입국·외국인청장의 난민 불인정 결정을 취소했다.
의료기기 판매회사 직원이던 A씨는 2011년부터 이집트 민주화 시위에 참여하고 2013년부터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의 쿠데타 반대 시위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그는 2017년 안보국에 체포돼 한 달 넘게 감금된 뒤 '반정부 단체 회원임을 자백하라'는 요구를 받으며 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반정부 단체 회원으로 테러 활동에 참여했다는 거짓 혐의로 추가 구금됐다가 보증금을 내고 3주 만에 석방됐다. 하지만 같이 풀려난 친구가 다시 체포됐다는 소식을 듣자, A씨는 아내와 자녀를 데리고 2018년 출국했다.
그는 관광·통과 체류 자격(B-2)으로 한국으로 들어와 난민 신청을 했지만 서울출입국·외국인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가 본국으로 돌아가면 박해받을 것이 분명하다고 볼 근거가 부족하다고 본 것이다. 법무부 장관에게 제기한 이의 신청도 기각되자, A씨는 행정 소송으로 맞섰고, 결국 법원은 A씨 손을 들었다.
법원은 A씨가 불법 구금 등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려 제출한 미결구금명령서와 경찰 및 검찰조사록, 보증금 납입증명서 등에 대해 위조된 사정을 찾을 수 없다고 인정했다. 서울출입국·외국인청 측은 해당 문서들이 원 작성자에 의해 작성됐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최기원 판사는 주이집트 한국대사관 사실조회 결과 등을 통해 A씨 주장을 수긍한 것이다.
최 판사는 "A씨가 구금시설에서 겪은 조사 내용과 고문 방식, 제공된 식사, 용변이 처리된 방식 등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말하기 어려운 부분을 매우 상세히 진술했고, 당시 이집트 국가 상황과도 부합한다"며 A씨의 진술 신빙성도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출국 경위 등 일부 납득하기 힘든 A씨 진술도 있지만, 이런 사정만으로 전체적인 A씨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할 순 없다고 부연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박해 경험에 관한 난민 신청인의 진술이 세부 내용에서 다소 불일치해도 신청인의 궁박한 처지에 따른 불안정한 심리나 기억력의 한계, 언어 감각의 차이에 따른 가능성도 충분히 염두에 둬야 한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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