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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들이 뽑은 올해 사자성어 '과이불개'..."잘못하고도 안 고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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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들이 뽑은 올해 사자성어 '과이불개'..."잘못하고도 안 고친다"

입력
2022.12.11 14:08
수정
2022.12.11 14:4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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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에 첫 등장… 과반수 지지 얻어 1위 차지

11월 12일 운영을 마친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에서 관계자들이 분향소 철거 전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월 12일 운영을 마친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에서 관계자들이 분향소 철거 전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학 교수들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과이불개(過而不改)'를 선택했다. '논어'에 나온 말로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교수신문은 '과이불개'가 설문에 참여한 935명의 교수 중 476명(50.9%)의 선택을 받아 올해의 사자성어로 뽑혔다고 11일 밝혔다. 과이불개는 '논어' 위령공편에 나온 말로 공자는 '과이불개 시위과의(過而不改 是謂過矣)', 즉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을 잘못이라 한다"고 했다. 조선왕조실록에도 '과이불개'가 여러 차례 등장하는데, 특히 '연산군일기'에는 연산군이 소인을 등용하는 것에 대해 신료들이 반대했지만 고치지 않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과이불개'를 추천한 박현모 여주대 교수(세종리더십연구소장)는 "우리나라는 여야할 것 없이 잘못이 드러나면 '이전 정부는 더 잘못했다'고 말하고 고칠 생각은 않는다"며 "이태원 참사와 같은 후진국형 사고가 발생해도 책임지려는 정치인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세종실록에는 성군이었던 세종대왕 역시 잘못해서 후회한다고 말한 기록만 10차례 이상 나오는데, 후회에 그치지 않고 반성을 통해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았다"며 "잘못을 고치거나 처벌받기는커녕 인정하지도 않는 지금 우리는 어떻게 진노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을 던졌다.

'과이불개'를 선택한 교수들은 "잘못하고 뉘우침과 개선이 없는 현실에 비통함마저 느낀다"거나 "진영 간 이념 갈등이 고조돼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순간 패배자가 될 것 같은 강박에 사로잡혀 일단 우기고 보는 풍조가 만연하다" 등의 이유를 밝혔다. A대학 한 인문대 교수는 "논문 표절 문제가 불거지면 논문 제출자만 탓할 뿐 지도교수와 심사위원에 대해서는 아무 책임을 묻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욕개미창(欲蓋彌彰·덮으려고 하면 더욱 드러난다)'은 14.7%의 선택을 받아 2위에 올랐으며 '누란지위(累卵之危·알을 쌓아올린 듯한 위태로움, 13.8%)', '문과수비(文過遂非·과오를 그럴듯하게 꾸며대고 잘못된 행위에 순응한다, 13.3%)가 뒤를 이었다.

한편 지난해에는 '묘서동처(猫鼠同處·도둑 잡을 사람이 도둑과 한패가 됐다)', 2020년에는 '아시타비(我是他非·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된 바 있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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