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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회장 자택 앞 무분별한 집회시위에 제동 "사생활 보호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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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회장 자택 앞 무분별한 집회시위에 제동 "사생활 보호 우선"

입력
2022.12.12 04: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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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자택 앞 '확성기 시위 금지' 가처분 인용
"정당한 권리 행사 넘어 사회적 상당성 결여"
시위 허용 여부 두고 자택·집무실 구분해 판단
대통령도 관저는 불허…집무실 앞 시위는 허용

서울 서초구 은마아파트. 뉴스1

서울 서초구 은마아파트. 뉴스1

법원이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주민들이 수도권광역철도(GTX) 노선 변경을 요구하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집 앞에서 벌여 온 시위에 제동을 걸었다. 기업 본사나 공공기관 앞 시위는 표현의 자유를 우선해 허용할 수 있지만, 자택 앞에선 사생활 보호가 우선돼야 한다는 기존 판례를 재차 확인한 것이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51부(부장 전보성)는 지난 9일 정 회장과 현대건설 등이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 등을 상대로 낸 시위금지 및 현수막 설치금지 가처분 신청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법원은 재건축 추진위가 정 회장 자택 100m 이내에서 마이크와 확성기 등 음향 증폭장치를 이용해 연설·구호·제창·음원 재생 등의 방법으로 정 회장 명예를 훼손하는 모욕적 발언이나 방송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주민들 사생활이 자극적 표현과 무분별한 소음으로 침해돼선 안 된다는 것이다.

법원은 재건축 추진위가 정 회장 명예를 훼손하거나 GTX 우회 관련 주장이 담긴 현수막과 유인물 등을 부착하거나 게시해서도 안 된다고 했다. 자택 앞에서 피켓을 들고 서 있거나 현수막이 부착된 자동차를 주·정차해서도 안 된다. 이에 따라 추진위는 자택 앞에 설치된 명예훼손성 현수막과 피켓 등을 철거해야 한다.

법원, 확성기 동원 '자택 시위' 대부분 금지

서울중앙지법·서울고법이 위치한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중앙지법·서울고법이 위치한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법원은 대기업 총수나 공공기관장 주거지 인근에서 소음 및 특정 문구를 동원한 집회·시위를 대부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개인 거주지는 휴식권이나 사생활 자유 및 평온이 고도로 보장돼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법원은 2016년 버스운송회사의 부당해고 철회 및 단체협약 체결을 목적으로 노조원 3~8명이 대표이사 아파트 단지 정문 앞에서 확성기를 통해 규탄 발언을 하고 노래를 제창하는 방식으로 시위를 벌이자 대표이사는 물론이고 아파트 주민들의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금지시켰다. 법원은 2018년 은행 노조원들이 대표이사 주거지 근처에서 자회사 전환 문제를 이유로 시위를 벌이자 "100m 이내에서 확성기와 피켓·머리띠 등을 사용한 시위는 사회적 상당성이 결여된다"며 불허했다.

법원은 자택 앞에서 마이크·확성기를 사용하거나 특정 문구가 적힌 피켓 시위의 경우 1인 시위라고 해도 대체로 허용하지 않고 있다. 한진중공업 노조는 2013년 사측의 정리해고와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항의해 노조 간부 고(故) 최강서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자 조남호 회장 집과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조 회장은 노조원들을 상대로 자택 인근 집회·시위를 금지해달라며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법원은 "집회 동기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면서도, 조 회장의 자택 반경 100m 이내에서의 시위는 금지했다.

정의선 회장 사건 재판부도 "개인 또는 단체가 하고자 하는 표현의 행위가 아무런 제한 없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며 "평온이 고도로 보장될 필요가 있는 개인 주거지 부근에서 집회·시위하는 것은 정당한 권리 행사 범위를 넘어 사회적 상당성을 결여한 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 집무실 시위는 허용… 관저 앞은 불허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자택 앞에 문 전 대통령 반대 단체 집회, 1인 시위에 항의하는 마을 주민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연합뉴스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자택 앞에 문 전 대통령 반대 단체 집회, 1인 시위에 항의하는 마을 주민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연합뉴스

법원은 대통령 집무실과 사저 근처의 집회·시위와 관련해선 구분해서 판단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5월 집무실은 관저와 달리 법률상 '집회금지 장소'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반면 울산지법은 보수단체가 문재인 전 대통령 자택 앞의 집회 금지 통고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제기한 가처분 신청 사건에서 주민들의 사생활 보호 등을 이유로 기각했다.

대통령 집무실은 공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야 하지만, 현직 대통령 관저나 전직 대통령 자택은 주거의 평온과 안정이 우선돼야 한다고 본 것이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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