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사회변화, 기술발전 등으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직업을 소개합니다. 직업은 시대상의 거울인 만큼 새로운 직업을 통해 우리 삶의 변화도 가늠해 보길 기대합니다.
결과보다 과정, '중꺾마'의 스포츠 정신
지금, 전 세계 스포츠팬들의 이목은 카타르에 집중돼 있다. 사상 최초로 겨울, 그리고 중동국가에서 개최되는 월드컵인 데다가 세계적인 선수들의 대결 모습도 무척 흥미롭다.
무엇보다 올해 월드컵에선 여러 이변도 속출하고 있어 경기마다 우승팀의 예측이 빗나가기도 한다. 전차군단 독일과 무적함대 스페인을 물리치고 16강에 오른 일본, 피파랭킹 22위인 모로코가 포르투갈의 호날두를 눈물짓게 하고 아프리카 국가 중 최초로 4강에 진출했다. 4강전을 앞둔 지금, 미국의 유명 야구선수 요기 베라(Yogi Berra)가 남긴 명언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이 와닿는다.
우리 선수들은 또 어떠한가.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이른바 '중꺾마'를 태극기에 새기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투지와 열정으로 16강에 올라 많은 국민들에게 희망과 감동을 선물했다. 결과보다 그 과정 하나하나를 위해 흘렸을 땀과 눈물에 사람들은 박수를 보내고 '최선을 다한 과정'이 '최고의 결과'를 뛰어넘을 수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경기력을 좌우하는 멘털, 전문가와 관리
스포츠 세계에서 선수들은 승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늘 누군가를 이겨야 하는 경쟁에 노출된다. 그 '누군가'는 상대 선수일 수도, 혹은 자기 자신일 수도 있으며 경기력일 수도 있고 정서적 어려움일 수도 있다.
이른바, 멘털은 운동선수에게 경기력 못지않게 중요하며 세계 최고 선수에게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흔히 멘털코치라고도 하는 '스포츠 심리상담사'는 선수들이 안정된 정서로 최고 컨디션을 지니고 실력 발휘를 할 수 있도록 상담과 심리기술 훈련을 지원한다.
과거 중요한 경기에서의 실수한 순간이 경기에 나설 때마다 계속 떠오르는 골프선수, 부상 경험이 공포로 남은 야구선수, 다른 선수에게 부상을 입힌 죄책감이 트라우마로 남은 축구선수, 같은 팀 선수와의 지나친 경쟁심으로 불안하고 예민한 스케이트 선수, 이루고자 하는 목표도 깨고 싶은 기록도 없는 육상선수, 운동밖에 할 줄 아는 게 없어 늘 우울한 고교 배구선수, 그리고 선수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 몰라 버럭 화부터 내는 농구감독… 모두 스포츠 심리상담사의 도움이 필요하다.
국내에도 멘털케어에 관심 증가 추세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프로스포츠나 국가대표를 중심으로 스포츠 심리상담사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경기로 인해 심리적 위축이 우려되는 선수가 있다면 곧바로 멘털케어를 지원하여 다음 경기에 지장이 없도록 한다. 또한 이들은 정식 코칭 스태프로 등록돼 있기도 하고 프로구단이 아닌 대학팀에서도 스포츠 심리상담사가 상주하면서 학생들의 자신감, 자존감을 높이고 충분히 제 기량을 발휘하도록 돕는다.
우리나라는 2007년 FC서울에서 김병준 인하대 교수를 스포츠 심리상담사로 선임한 것에서 시작됐으며 여러 국가대표 종목팀과 프로팀에서 전문가와의 계약을 통해 선수들의 심리적 어려움을 예방하고 해결하고 있다. 아직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스포츠심리에 대한 인식이 낮고 비정기적 단기특강 등을 개최하는 수준인 곳도 있지만, 최근 KBO에 등록된 정식코치를 둔 프로구단이 생기고, 교육청에서도 초중고 학생선수를 지원하기 위해 전문가를 채용하는 등 스포츠심리에 대한 필요성과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스포츠 심리상담사는 대학에서 상담, 심리, 스포츠심리 등을 전공하고 관련 자격을 취득한 사람을 우대해 채용하며 석박사 학위를 소지하고 실무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많다. 특히 선수들의 애로를 누구보다 이해하므로 운동선수 출신들이 대학원에 진학해 이론적 전문성을 쌓은 후 종사하기도 한다.
이번 월드컵 프랑스와의 8강전에서 페널티킥을 실축한 잉글랜드의 해리 케인은 팀의 4강 진출까지 무산되자 '내가 평생 안고 살아야 할 짐'이라는 말을 남겼다. 지금 케인에겐 멘털케어가 필요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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