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대표팀 주장으로 활약한 손흥민(30·토트넘)의 부친인 손웅정(60) 손축구아카데미 감독이 여전히 자신의 아들이 '월드클래스'가 아니라고 평가했다. 아들이 “늘 10% 성장하길 바란다”며 “은퇴할 때면 고생했고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전했다.
손 감독은 지난 14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아들 손흥민과 관련된 이야기를 전했다. 논란을 일으킨 ‘손흥민은 월드클래스가 아니다’란 발언에 대해 손 감독은 “그건(월드클래스) 아니다. 여전히 변함이 없다”고 단호하게 답했다.
손 감독은 “내 자식이라 보수적으로 보는 것도 있겠지만, 나는 흥민이의 축구가 늘 10% 성장하기를 바란다”며 “흥민이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이 됐을 때, 나는 ‘개인적으로 전성기는 내려가라는 신호다’라고 말했다. 단, 아름답게 점진적으로 내려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젊어서 잠깐이지 않냐. 거기에 도취되면 안 된다. 고향에서 흥민이 도로 같은 걸 해주겠다고 하시는데 제가 정중히 거절했다. 은퇴하면 누가 흥민이 이름이나 불러주겠나. 은퇴하면 기억도 안 한다. 교만 떨고 할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나는 삼류선수...원인 진단해 손흥민 훈련
손 감독도 축구선수 출신이다. 프로로 활동하면서 37경기에서 7골을 넣었지만, 부상으로 프로 데뷔 4년 만인 20대 중반에 조기 은퇴했다. 은퇴 이후 삶에 대해 묻자 손 감독은 “아는 것도 배운 것도 없었기에 막노동판에 가서 일했다”며 “당시 사글셋방에 살았고 (손)흥민이가 어렸을 땐 컨테이너에서도 살았다”고 회고했다. 이어 그는 “건물 지하실에 들어가서 방수 작업을 할 때가 가장 힘들었다”며 “3일 정도 무릎으로 기어다니면서 고인 물을 퍼낸 뒤에 방수 작업을 해야 했다. 그때가 막노동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 기억에 남아 있다”고 했다.
손 감독은 막노동뿐만 아니라 헬스 트레이너, 초등학교 방과후 강사, 시설 관리업 등을 하며 생활비를 벌었다고 밝혔다. 축구선수 생활을 끝냈을 때가 손흥민이 태어나기 3년 전이었다.
아이가 태어나면 축구를 시킬 생각이 있었냐고 묻자, 그는 “축구인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얘기가 ‘2세가 생기면 축구 안 시킨다’였다. 당시엔 운동선수라고 하면 ‘못 배운 사람’이라면서 부정적 시선으로 손가락질하곤 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어 “하지만 전 ‘축구를 시키겠다, 안 시키겠다’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다”며 “내가 낳은 자식이지만, 또 다른 인격체이기 때문에 자녀의 의사를 존중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손 감독은 “자유라는 연료가 타면 창의력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는데 흥민이가 어려서부터 공을 엄청 좋아했다. 공을 차다가 잠들 정도였다”고 손흥민 선수에게 축구를 시키게 된 계기를 밝혔다.
손 감독은 자신이 삼류였기에 아들 손흥민을 성공시킬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결과를 바꾸려면 원인을 바꿔야 하지 않나. 내가 했던 대로 프로그램을 갖고 접근하면 나 같은 선수밖에 안 나오지 않겠냐"고 설명했다.
선수시절 그는 왼발을 잘 쓰고 싶어서 자신의 오른쪽 발에 압정을 넣어 왼발잡이 연습을 했다. 오른발을 쓰면 압정에 찔리도록 했는데, 이런 방법이 아들 손흥민의 왼발 기술을 훈련시키는 데 도움이 됐다. 손 감독은 "왼발을 써야 할 때 오른발을 쓰면, (그만큼 시간이 걸려) 상대가 쉽게 대응할 수 있다. 그래서 양발이 바로 반응할 수 있도록 왼발을 연습시켰다"고 설명했다. "어렸을 때부터 흥민이는 운동 시작할 때부터 발 씻을 때 왼발부터 씻었다. 양말이나 신발 신을 때, 옷 입을 때도 왼발부터였다. 경기장 들어가서 공 터치할 때도 왼발 먼저였다. 슈팅 연습도 오른발보다 왼발 연습을 1.5배 많이 시켰다"고 덧붙였다.
엄격한 아버지...“그래도 아들 성적보다 행복이 중요”
이렇게 엄격하게 키웠지만, 손 감독은 아들의 성적보다 행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올 시즌 초반 손흥민이 소속팀 토트넘에서 부진했던 것을 놓고 손 감독은 “8경기가 아니라 16경기에서 골이 안 나오면 어떻느냐”며 “흥민이에게 ‘경기 결과와 내용을 떠나 행복해서 축구를 한 만큼, 행복하게 경기를 하고 와’라고 말한다.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본인이 좋아하는 축구를 하며 행복을 느끼고 집에 돌아오는 게 가장 좋다”고 전했다.
손 감독은 아들이 지난달 초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경기 중 안와골절상을 당해 수술을 받고 2022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한 뒷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손흥민은 안면 보호대를 착용하고 카타르에 입성, 한국 대표팀의 조별리그 3경기와 16강전을 모두 풀타임으로 소화했다. 손 감독은 “쓰러진 뒤 얼굴을 보니 함몰됐더라. ‘골절이구나’ 하는 동시에 ‘아 월드컵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흥민이도 같은 생각을 했다더라. 수술 날짜를 최대한 당겨 달라고 했다. 잠자는 시간만 빼놓고 계속 얼음을 대고 있었고, 그러다 보니 부기가 빠져 수술 날짜를 하루 앞당길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해당 방송은 월드컵 조별 예선이 진행되는 도중 녹화됐다. 엄격한 아버지 손 감독도 이번만큼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월드컵에서 대표팀이) 최선을 다하는 것보다 더 앞서 사력을 다했다고 표현하고 싶다”며 “선수들이 사력을 다할 수밖에 없는 건 국민과 축구 팬들이 엄청난 성원과 힘과 사랑을 보내줬기 때문에 동기부여가 된 것 같다. 그게 축구의 발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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