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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서 시작된 1회용컵 보증금제..."형평성 없다" '보이콧'까지 우왕좌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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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서 시작된 1회용컵 보증금제..."형평성 없다" '보이콧'까지 우왕좌왕

입력
2022.12.16 17:0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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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원' 1회용컵 보증금제, 2일부터 제주·세종서 먼저 시작
제도 낯설어 고객, 점원 모두 혼란...컵 회수기 멈추기도
저가 음료매장 중심으로 보이콧 움직임도...환경부 "개선 검토"

지난 2일 제주의 한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구매한 1회용컵에 보증금 반환을 위한 바코드가 붙어 있다. 제주=오지혜 기자

지난 2일 제주의 한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구매한 1회용컵에 보증금 반환을 위한 바코드가 붙어 있다. 제주=오지혜 기자


커피는 1,500원인데 보증금을 300원씩 받으면 누가 올까요? 게다가 모든 카페에 적용되는 것도 아니니 보증금 안 받는 카페로 가겠죠. 매출은 줄고 일만 느는 거예요.

제주 한 프랜차이즈 매장 운영자 A씨

제주에서 먼저 시작된 1회용컵 보증금제를 두고 지역 내에서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처음 시행되는 제도라 고객과 점원 모두 우왕좌왕인 데다가 전국에 100개 이상 매장이 있는 프랜차이즈에만 적용되다보니 저가형 음료 프랜차이즈 매장을 중심으로 보이콧 움직임도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참여 대상 확대를 검토하는 등 제도를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1회용컵 보증금제 첫날, 손님도 직원도 우왕좌왕

지난 2일 제주의 한 프랜차이즈 매장에 설치된 컵 회수기의 작동이 서버 체크로 인해 멈춰 있다. 제주=오지혜 기자

지난 2일 제주의 한 프랜차이즈 매장에 설치된 컵 회수기의 작동이 서버 체크로 인해 멈춰 있다. 제주=오지혜 기자

16일 환경부에 따르면 1회용컵 보증금제는 음료 구매 시 1회용컵을 이용하면 음룟값과 함께 보증금 300원을 내고 반납 시 돌려받는 제도다. 당초 올해 6월 전국 동시 시행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 회복을 이유로 유예됐고 이달 2일부터 제주·세종에서 먼저 실시됐다. 적용 대상은 전국 매장이 100개 이상인 프랜차이즈로 총 522곳(세종 173곳, 제주 349곳)이다.

시행 첫날인 지난 2일 제주에서는 가게마다 혼란스러운 장면이 연거푸 연출됐다. 제도가 낯설어 소비자들은 가격이 인상된 줄 오해하기도 했고, 반환 과정에 애를 먹는 경우가 많았다. 보증금을 받으려면 자원순환보증금앱을 설치하고, 앱에서 제공하는 소비자용 바코드와 컵에 붙어 있는 바코드를 회수기에 차례로 스캔해야 하는 등 과정이 꽤나 복잡해서다. 관련 상담을 하는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에는 시행 첫날에만 70여 건의 문의가 접수됐다. 2~13일 상담 건수는 285건이다.

제주에서 보증금을 돌려받은 20대 소비자 이모씨는 "서버 체크를 한다며 멈춘 기계를 껐다 켜느라 10분 가까이 기다렸다"면서 "앱 사용에 익숙한 편인데도 처음이라 쉽지 않았는데, 어르신들은 힘들 것 같다"고 했다. 제도 시행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적지 않았는데, 택시기사 김모씨는 "제주는 자연 자체가 관광상품이라 자연 훼손을 막기 위한 제도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제주의 한 프랜차이즈 매장에 설치된 1회용컵 회수기가 지난 2일 오류로 인해 꺼져 있다. 제주=오지혜 기자

제주의 한 프랜차이즈 매장에 설치된 1회용컵 회수기가 지난 2일 오류로 인해 꺼져 있다. 제주=오지혜 기자

매장 직원들은 바쁜 와중에 컵 반환 고객까지 응대해야 하니 더욱 혼란스러운 표정이었다. 일부 매장에서는 컵 회수기가 작동하지 않는다며 꺼두기도 했다. 한 프랜차이즈 카페 직원 B씨는 "뭐가 뭔지 모르겠고 정신이 없다"면서 "고객 응대를 위해 정부로부터 제도 안내를 돕는 서포터즈를 지원받기로 했는데, 서포터즈가 없으면 아직은 직원이 일일이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여기에 정부가 사전 설치를 약속한 제주공항 내 간이회수기도 아직 준비 전이라 여행객 불편도 계속되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보안 문제 때문에 협의를 진행하느라 설치를 못 했다"면서 "연내에 간이회수기 2대를 설치하기 위해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형평성 어긋나" 보이콧까지..."제도 개선 검토 중"

제주의 한 저가형 커피 프랜차이즈에 지난 2일 1회용컵 보증금제를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제주=오지혜 기자

제주의 한 저가형 커피 프랜차이즈에 지난 2일 1회용컵 보증금제를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제주=오지혜 기자

제도에 반발해 과태료 부담에도 불구하고 보이콧을 선언한 매장들도 나왔다. 주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저가형 음료 프랜차이즈 매장들이다. △매출이 많은 개인 카페 △제주 내에만 지점이 많은 프랜차이즈는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점 등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봤다. A씨는 "지원금은 적고 인력도 부족한데 성급하게 시행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정부는 한 달 해보고 불편한 점을 줄여나가겠다는데, 부담은 우리가 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정부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다. 우선 제주도는 지역마다 상황이 다른 만큼 적용 대상을 지방자치단체 조례에 따라 바꿀 수 있게 해달라고 환경부에 건의한 상태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자체를 중심으로 보이콧 매장에 대해서는 계도 활동을 펼치고 있다"면서 "제도 적용 대상을 전국 100개 이상 프랜차이즈에서 타 매장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제주=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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