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레스, 메시의 파트너 낙점...합작골까지
10년 전 메시와 함께 찍은 사진 화제
모드리치 닮은 꼴 마예르...외모, 실력 판박이
14년 전 모드리치 손잡고 경기장 입장해
두 소년이 있었다. 서로의 우상을 바라보며 닮고 싶어 하던 소년들이다. 이들은 성장해 자신의 우상과 함께 월드컵이라는 꿈의 무대에 올랐다. 공교롭게도 생애 첫 월드컵에서 준결승 진출이라는 업적을 이룬 소년들. 이들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우상 메시와 함께 라스트 댄스를~
15일 오전 4시(한국시간)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2022 카타르 월드컵 4강전으로 벌어진 아르헨티나와 크로아티아의 경기는 양국의 전설인 리오넬 메시(35·파리 생제르맹)와 루카 모드리치(37·레알 마드리드)의 '라스트 댄스'로 더 주목됐다. 결국 아르헨티나가 1골 1도움을 기록한 메시의 활약에 크로아티아를 3-0으로 승리했다. 메시의 '라스트 댄스'는 결승전에서 볼 수 있게 된 반면 모드리치는 아쉬움을 남긴 채로 3, 4위전에 임하게 됐다.
메시가 결승전에서 마지막 춤을 출 수 있게 된 건 한 소년 덕분이다. 이 소년은 바로 훌리안 알바레스(22·맨체스터 시티). 그는 이날 준결승에서 신들린 경기력으로 조국과 메시를 돋보이게 했다.
알바레스는 이날 멀티골로 거의 '원맨쇼'를 펼쳤다. 전반 32분 페널티킥을 만들어 메시에게 헌납했다. 메시는 이를 성공시켜 이번 대회 5번째 골을 완성했고, 프랑스의 킬리안 음바페(22·파리 생제르맹)와 함께 득점왕 경쟁도 가능해졌다. 알바레스의 골 시도는 멈추지 않았다. 전반 39분 그는 상대 진영까지 단독 드리블로 밀고 들어가 골을 성공시켰다.
알바레스와 메시가 만든 합작골도 일품이었다. 후반 24분 메시는 예전 그라운드를 누비던 실력으로 크로아티아의 '철벽' 수비수 요슈코 그바르디올(20·라이프치히)을 농락하며 볼을 컷백했고, 골대 앞에 있던 알바레스가 오른발로 마무리하며 3-0의 승리를 이끌었다.
알바레스는 생애 첫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가 결승까지 진출하는 데 일조했다. 그것도 자신의 우상인 메시와 함께. 알바레스는 메시의 오랜 팬으로 유명하다. 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메시 관련 사진을 올리며 후배이지만 그의 팬임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날 준결승 경기가 끝난 뒤 SNS에 골을 넣어 메시와 어깨동무를 하고 좋아하는 사진을 올렸다.
그는 10년 전 메시와 함께 찍은 사진을 게재한 적이 있다. 메시보다 키가 작았던 어린 시절 사진이다. 메시가 스페인 FC바르셀로나에서 뛰던 당시 꼬마 알바레스는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고 친구들과 사진 촬영을 했다. 이 사진을 유럽 축구에 정통한 파브리지오 로마노 이탈리아 축구 기자가 4강전 이후 공개하면서 다시 한번 주목받았다. 로마노는 SNS에 "10년 전 언젠가 월드컵에서 뛸 날을 꿈꾸던 메시의 열렬한 팬은 사진을 요청했다"며 "그리고 오늘 밤, 그는 월드컵 준결승에서 득점했다"는 글을 올렸다.
아르헨티나 명문 리버플레이트 유스팀 출신인 알바레스는 2018년 데뷔했다. 스트라이커인 그는 사실 이번 월드컵에서 주전으로 대표팀에 선발된 건 아니었다. 조별리그 1차전(사우디아라비아 1-2 패)과 2차전(멕시코 2-0 승)은 벤치에서 시작했다. 선발이었던 라우타노 마르티네스(25·밀라노)가 뚜렷한 활약을 펼치지 못했고, 알바레스는 3차전(폴란드 2-0 승)에 선발로 출전해 골까지 넣으며 활약했다.
그다음부턴 마르티네스를 밀어내고 주전 자리를 꿰찼다. 16강전과 8강전, 4강전에 연이어 선발 출전했으며, 8강전을 제외하곤 모두 득점에 성공해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그는 현재까지 6경기 4골 1도움을 기록 중이다. AP통신은 "알바레스가 1958년 스웨덴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브라질의 17세 펠레가 해트트릭을 기록한 이후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두 골을 넣은 최연소 선수가 됐다"라고 보도했다.
똑 닮은 선배 모드리치와 '유로 2024'까지~
모드리치에게도 남다른 인연의 어린 선수가 있다. 단발머리에 머리띠를 두르고, 중원을 누비며 경기를 조율하는 플레이 메이커다. 마치 모드리치를 보는 듯 닮아 있다. 그 주인공은 '모드리치의 대체자'로 꼽히는 로브로 마예르(24·스타드 렌)다.
모드리치와 마예르의 인연은 1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8년 모드리치가 크로아티아의 디나모 자그레브 클럽에서 뛰던 시절 하이두크 스플리트와의 컵 결승전에서 어린 마예르의 손을 잡고 입장했다. 마예르는 당시 모드리치의 플레이어 에스코트 어린이였던 것. 네 살 때부터 NK 포사비나 자그레브 유소년 클럽에서 축구를 시작한 마예르는 2016년 18세 나이에 NK 로코모티바 자그레브에서 프로 선수로 데뷔했다. 그 이듬해에는 곧바로 크로아티아 대표팀에 차출돼 멕시코와 친선경기에 나서기도 했다.
흥미로운 사실도 있다. 마예르는 2018~21년까지 모드리치가 활약한 디나모 자그레브에서 선수생활도 했다. 그는 모드리치가 달았던 등번호 10번을 물려받았고, 모드리치처럼 23세 나이에 팀을 나왔다.
마예르는 이번 월드컵에선 조별리그 2차전(캐나다 4-1 승)에 교체 투입돼 한 골을 넣으며 팀의 우승에 기여했다. 크로아티아에선 모드리치만큼 대성할 수 있는 인재로 보고 있다. 중원에서 왕성한 활동량은 물론이고 날카로운 패스와 기동력이 모드리치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마예르는 이번 대회가 마지막인 모드리치를 대신해 앞으로 대표팀에서 전담 키커로 나서 패스를 뿌려주는 등 경기를 조율하는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마예르는 이날 준결승에선 후반 36분 자신의 롤모델인 모드리치와 교체 투입돼 한 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16강전과 8강전 모두 연장전, 승부차기를 이어오며 체력 소비를 많이 한 모드리치는 지쳐 있었다. 마예르는 그를 대신해 중원을 조율하며 아르헨티나의 골문을 두드렸지만 여는 데는 실패했다. 이제 남은 행선지는 3, 4위전이다.
이제 한 경기만 남겨둔 상황에서 마예르의 선배 사랑은 이어졌다. 그는 스페인의 마르카와 인터뷰에서 "모드리치는 정말 놀랍다"며 "많은 나이에도 계속해서 높은 의욕을 갖고 있으며, 함께 플레이하기 매우 편하다. 그는 우리가 여기 있는 주요 이유 중 하나이며 위대한 일을 성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드리치가 대표팀 이력을 더 이어갈 수 있다고 확신했다. 마예르는 "확실히 그는 '유로 2024'까지 뛸 수 있다. 그가 계속 이런 식으로 플레이한다면 더 오래 뛸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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