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장 협상... "전쟁 등 위기 속 협치 필요"
총리 "'더 넓은 다수' 지지받으려 노력할 것"
'이견 조정' 관건... "견제는 누가 하나" 우려도
덴마크에서 사회민주당(진보)∙자유당(보수)∙온건당(보수)으로 구성된 연립정부가 출범했다. 정치적 이념 스펙트럼을 뛰어넘는 연정의 탄생은 덴마크에서 40여 년 만에 처음이다.
연정은 의원내각제 국가에서 다수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할 때 다른 당과 함께 정부를 구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통상 이념 성향이 비슷한 정당과 손을 잡는다. 지난달 총선에서 사회민주당을 구심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한 좌파 연합이 단독 정부를 구성하는 게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졌다. 이번 좌우 연정을 덴마크 안팎에서 '역사적 결단'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새 정부는 "위기를 돌파하려면 정치권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덴마크의 도전은 정치적 양극화에 민생이 볼모로 잡히고 극단주의 득세로 편 가르기가 횡행하는 한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에 귀감이 되고 있다.
'최장기 협상' 끝 좌우연정 출범 "치열한 협상"
메테 프레데릭센 사회민주당 대표 겸 총리는 "치열한 협상을 통해 자유당·온건당과 정부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고 1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총선에서 사회민주당이 가장 많이 득표(27.5%)했기 때문에 프레데릭센 총리가 총리직을 이어간다.
정부 출범을 위한 협상은 길고 지난했다. 총선 결과가 나온 지난달 2일 이후 42일 만에 확정됐다. 협상이 길어진 건 좌파 연합에서 일부 정당이 이탈하면서 사회민주당이 다른 짝을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의회에 진출한 당이 12개라 경우의 수가 많았다.
전쟁 등 대형 현안 산적… "어려울 땐 협력해야" 공감대
좌우 연정은 덴마크 정치사에서 이례적이다. 1978년 출범한 좌우 연정이 약 1년 만에 문을 닫은 이후로 처음이다. 개별 사안에서 상대 정파와 일시적으로 협력하기는 해도, 정부를 구성할 때면 좌파는 좌파끼리, 우파는 우파끼리 뭉쳤다. 로버트 클렘멘센 룬드대 정치학 교수는 "아무도 좌우 연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완전히 미지의 영역에 있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좌파 연합 붕괴라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기는 했지만, 좌우가 뭉칠 수 있었던 건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협치가 절실하다"는 데 모두가 공감했기 때문이라고 새 정부는 설명했다. 새 정부 별칭도 '덴마크에 대한 책임'이라고 지었다.
협상을 주도한 프레데릭센 총리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인플레이션 등 여러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며 "과거와는 다르게 보고 접근해야 하는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국제적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진영에 갇히지 않고 협력해야 한다고 선거 운동 기간에도 강조했다. 야콥 엘레만 옌센 자유당 대표도 "연정을 꾸린 건 함께 도전에 맞서야 하기 때문"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견 조정' 정부 성공 관건… 덴마크 도전 '주목'
좌우 연정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우선 정권에 대한 견제 목소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비판이 있다. 정체성이 다른 정파들 사이에 이견을 조정하는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으므로 정책 결정과 추진이 늦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러한 우려 속에 '덴마크판 협치'는 14일 첫발을 뗐다. 세 정당의 대표는 정부가 향후 추진할 정책을 발표했는데, 좌우 진영의 공약이 절묘하게 섞여 있었다. 보수 진영 의제인 '국방비 확충'을 앞당기기로 하는가 하면 진보 진영 관심사인 '탄소 중립 달성'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대체적으로 세금을 인하하되, 최상위층에 대한 세금은 더 걷겠다고 절충점을 찾았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많은 타협이 필요하겠지만, 더 폭넓은 다수의 지지를 받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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