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한토크 #11] 공동체를 구성해 불황을 이겨내는 청년 소상공인들
편집자주
600만 소상공인 시대, 소상공인의 삶과 창업에 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2030 청년 소상공인들의 창업이 늘어나는 추세다. 경험이 다소 부족한 청년 소상공인들은 창업 전후로 다양한 문제를 겪게 되지만 마땅히 조언을 구할 데가 없어 혼자서 헤쳐나가야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 과정에서 폐업을 결정하는 청년 소상공인도 많아지고 있다. 반면 같은 고민들을 가진 청년 소상공인들이 공동체를 이뤄 시너지를 내는 사례도 적지 않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안녕하세요. 저는 마이디어투데이 도하늘 대표라고 합니다. 강아지 수제 간식, 옷, 소품을 직접 제조 판매하면서 공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강아지 관련된 사업을 시작하게 됐는지
아무래도 강아지를 키우고 있는 입장에서 시작하게 됐어요. 가장 먼저 눈에 보이는 문제는 먹을 것이었는데요.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제품들은 믹스인 저희 강아지와 맞지 않았어요. 옷도 항상 수선해서 입혀야했고요. 거기다가 우리 강아지가 입맛도 까다롭거든요. 좀 더 더 건강한 식재료를 사용해서 직접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만들어 먹이기 시작하면서 창업까지 이어진 케이스에요. 가능하면 국내산 재료를 사용하고 공산품에 들어가는 안 좋은 성분은 첨가하지 않았어요. 공방을 운영하는 것도 맞춤형으로 간식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에요. 옷이나 소품도 국내 원단으로 직접 제작해서 더 튼튼하고 오래 입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청년공동체에서도 활동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네 맞습니다. 대구 소재의 공예, 공방 위주의 사업체를 운영하는 청년 소상공인 6명이 모여 흥청망청이라는 이름의 공동체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흥청망청의 의미가 무엇인가
보통 흥청망청이라고 하면, 흔히들 낭비, 사치하면 망한다는 의미를 떠올리는데요. 저희는 줄임말로 “흥하자, 망하지 말자”라는 의미를 갖고 있어요. 다 청년들이다 보니 좀 재미있게 표현하려고 만든 이름입니다.
-소속된 업체들은 각자 어떤 사업을 하는지
대표적인 곳만 소개해드리자면 저는 아까 말씀드렸듯이 강아지 간식, 소품을 직접 만들고 있습니다. 저랑 비슷하게 콩쏨이라는 브랜드를 운영 중인 소상공인 대표님은 강아지 옷을 핸드메이드로 제작하고 있습니다. 브렌치 유리공방은 스테인드글라스를 비롯한 유리 공예를 할 수 있는 공방이구요. 멜리멜로는 도자기 공방이에요. 보통 빈티지한 접시나 컵을 많이 다루고 있습니다. 뽀솝은 천연 수제비누, 방향제를 체험할 수 있는 공방이구요. 그 밖에도 식물, 토분을 하시는 스프라우트라는 업체도 있습니다.
-분야가 각기 다른데 서로 어떻게 알게 됐는지
제가 먼저 움직였어요. 대체로 1인 소상공인이다보니까 사업을 유지하는 데에 있어서 고민을 어디 얘기할 데가 없거든요. 그래서 단체를 만들어서 극복해보자는 생각으로 주변부터 둘러봤죠. 저희 공방이 대구 남구쪽에 있는데 차로 10분 이내 근처 공방들을 검색해 무작정 연락을 드렸어요. 그렇게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이면서 흥청망청이라는 청년공동체를 구성하게 됐습니다.
-어떤 고민이 있는지
물건을 사입해서 판매하는 분들과는 다른 점이 많아요. 우선 제품을 핸드메이드로 직접 만든다는 것이 취미로 하면 즐겁지만 일로 하면 말그대로 노동이거든요. 시간도 많이 걸리고 손도 많이 가요. 그리고 수익적인 부분도 무시 못해요. 재료나 도구들을 끊임없이 구매해야하니까요. 공방 운영하시는 소상공인 사장님들은 이러한 고충들을 잘 알고 있을거에요.
-청년공동체는 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우선 플리마켓에 같이 참여하는 경우가 많고 저희가 자체적으로 행사를 열기도 해요. 공방의 경우, 직접 고객분들을 만나는게 중요하거든요. 홍보 차원에서 그런 접점들을 많이 만들어요. 그렇게 만난 고객분들이 계속 구매를 해주시고 주변에 홍보를 해주시기도 해요. 혼자라면 행사같은 것들을 자체적으로 기획하기 어려운데 6팀이 있다보니 자체적으로 마켓을 열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에요. 단순히 물건만 파는 마켓보다 좀 특색있게 해보자고 의견이 모여서 체험위주의 마켓을 열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다들 공방이다보니 가능했던 일이죠.
-앞으로도 그런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인지
네. 플리마켓은 전국적으로 꾸준히 참여할 예정입니다. 올해는 크리스마스 페어쪽도 준비하고 있고 백화점 팝업스토어에도 참여할 계획이구요. 그리고 저희 청년공동체 성격이 문화 기획에 가까워서 내년에는 협동조합, 마을 공동체 쪽으로도 생각 중이에요.
-함께해서 좋은 점이 있다면
하나보단 여럿이서 있으니까 나눌 수 있는 것들이 많아요. 누가 행사를 나가거나 입점할 때 비슷한 물건들은 같이 보내서 DP하기도 하고요. 그리고 심리적 안정감이라고 해야하나요. 다른 지역 플리마켓에 참여할 때 새벽부터 같이 출발해서 또 다음날 새벽에 오기도 하고 그러는데 여러 명이서 함께하니까 덜 외롭죠. 정보력도 무시 못하죠.
-시너지 효과가 클 것 같다. 실제 어떤 사례가 있었나
저는 뽀솝 대표님과 강아지용 아로마 비누를 기획하고 있어요. 저희 말고도 흥청망청 안에서 협업 사례가 좀 있어요. 브렌치 유리공방과 멜리멜로는 각각 유리공예, 도자기 공방을 하고 있다보니까 신제품으로 캔들 홀더와 유리, 석고 방향제를 기획하고 있더라구요. 그리고 저는 강아지 제품만 취급하고 있는데 고양이 쪽도 생각 중이거든요. 아로마 쪽을 잘 알고 있는 뽀솝 대표님과 강아지 전용 방향제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스프라우트와는 토분 홀더를 만들어볼 생각이구요.
-어떻게 공방 사업에 뛰어들게 됐는지 궁금하다
강아지를 키우고 있는데 시중 강아지 용품, 간식들이 안맞더라 그래서 못 먹는 제품은 피하고 용품은 고쳐썼다. 자연스럽게 그렇게 직접 만들고 하다보니 공방 사업까지 이어져온 것같다. 대부분 자신의 경험에서 시작하시는 것 같아요. 뽀솝 대표님도 어머니께서 유방암 수술을 하셨는데 합성계면활성제가 안 좋다는 얘기를 듣고 그 때부터 수제비누를 만들어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창업까지 이어진 케이스예요.
-이 업을 하면서 가장 뿌듯한 순간은
다들 비슷할 것 같아요. 고객분들이 다시 찾아주실 때 아닐까요?
-클래스 수강생의 실제 반응이 어떤지 궁금하다
브렌치 유리공방 대표님께서 말하신 게 있는데, “좋은 일을 하시네요.”, “대단한 솜씨를 가졌습니다.”같은 응원의 말을 들을 때 가장 뿌듯하다고 하시더라구요. 온전히 자신을 향한 응원의 말 같이 느껴져서요. 저도 공감하는 부분이에요. 그리고 특히 유리다보니까 손재주가 없으신 분들은 좀 많이 긴장들을 하신대요. 그래도 긴장이 풀리면 유리자르는 소리나 햇살에 비친 모양을 즐기시기도 하고 또 완성되면 언제 긴장했냐는듯 좋아하신다고 해요. 특히 스테인드글라스라고 하면 교회창이나 카페 인테리어처럼 크고 복잡한 작업을 떠올리기 쉬운데, 본인 취향에 맞는 그림처럼 만들 수 있구나라고 좋은 경험하고 간다고 말해주신다고 합니다.
-핸드메이드 제품만이 줄 수 있는 가치가 있다면
건강하고 환경에 유해하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가치인 것 같습니다. 뽀솝의 수제비누를 예로 들자면 유해한 화학성분을 포함하지 않고 자연에 의해서 발생하는 계면활성제가 포함되어있기 때문에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아요. 액체가 아니니 플라스틱 용기도 필요하지 않아서 제로웨이스트 운동에도 적합하죠. 그리고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다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순하구요. 핸드메이드 비누는 비건성분인데다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보습성분이 있거든요. 또 자연 계면활성제라서 그릇이나 과일도 세척할 수 있다고 해요.
-코로나로 인해 공방을 운영하는 데에 큰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다.
아무래도 오프라인 클래스들은 갑자기 취소되거나 그런 경우도 흔했어요. 그래도 한편으로는 흥청망청에 속해있어서 코로나 시기 동안 버틸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대부분 1인이다보니 코로나에 걸리거나 사정이 생기면 여럿이서 일을 나눠서 해결할 수 있었거든요.
-공방 창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따로 주의해야할 점이 있나
생각보다 기본적인 것들이 많아요. 시작할 때는 공간을 얻는 것만으로 생각을 했었는데 재료 구매나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이 예상보다 커요. 특히 공간을 어떻게 사용해야할지 미리 예상하고 구체화하시는 것을 추천드려요. 예를들면 저 같은 경우엔 생각보다 전기 사용량이 많아서 공사를 다시 해야했어요. 시간도 비용도 두 배로 들었죠.
-초기 홍보에 어려움이 컸을 것 같은데
창업을 하고나서 초반에 광고회사에서 연락이 많이 오더라구요. 기대반 의심반으로 해봤는데 비용 대비 결과가 그렇게 좋은 것 같진 않아요. 그래서 다른 식으로 시도를 해봤죠. 먼저 청년공동체라는 무기를 내세웠는데 지원사업에서 선정 확률이 높아졌어요. 플리마켓의 경우에는 담당자들 눈에 더 잘 띄다보니 참여를 많이 할 수 있었구요. 그렇게 만난 고객분들이 지속적으로 구매해주시고 입소문을 퍼뜨려주셔서 지금은 조금 나아졌어요.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마이디어투데이는 반려동물과 반려인의 라이프스타일 샵을 꿈꾸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흥청망청이라는 청년공동체 내에서 새로운 제품들도 계속해서 시도하고 있구요. 그리고 흥청망청의 리더로서는 저희 공동체가 계속해서 커질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습니다. 사실 거창한 것보다는 지금하고 있는 것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제가 2년 째 하고 있는데 많은 공방들이 금방 생겼다가 금방 없어지는 것을 봐요. 안 좋은 시기에서도 여섯 명이서 공동체를 이뤄서 뭉칠 수 있다는 점이 저희를 오래 버틸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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