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현장 등·하교 학생 많아 안전 우려
주민들 "이틀 전, 눈으로 길 미끄러워"
"도로 열선 설치 등 안전 대책 마련" 민원
18일 서울 강남구 세곡동의 한 삼거리에 가드레일이 망가진 채 방치되어 있다. 스쿨존이 시작되기 직전인 이곳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초등학생 A군이 지난 17일 버스에 치여 숨졌다. 김소희 기자
서울 강남구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인근에서 길을 건너던 초등학생이 차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이틀 전 서울에 많은 눈이 내렸는데도 도로 제설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도 사고 원인이란 지적이 나온다.
18일 경찰 등에 따르면, 17일 오전 9시 9분쯤 강남구 세곡동 한 삼거리에서 아파트 앞 횡단보도를 건너던 12세 초등학생 A군이 버스에 치여 숨졌다. 지난 2일 청담동 소재 초등학교 인근 스쿨존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한 지 보름 만이다. 경찰은 버스 운전기사 B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사고 현장은 인근 학교로 등·하교하는 학생이 많아 평소에도 보행 안전이 우려됐던 곳이다. 반경 1.5㎞ 안에 A군이 다니던 학교를 포함해 초등학교 4개와 중학교 1개가 있다. 횡단보도를 기준으로 나눠진 삼거리에서 두 방향은 스쿨존에 해당해 통행속도가 시속 30㎞로 제한돼 있다. A군이 사고를 당한 지점은 스쿨존 시작 지점에서 약 8m 떨어져 있다.
사고 당일 도로가 미끄러워 버스 급제동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사고 직후 현장을 목격한 주민 문모(47)씨는 "눈이 하얗게 쌓인 채로 차량 바퀴가 지나가는 부분만 녹은 상태였다"며 "제설 작업은 아예 안 된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버스기사 B씨도 경찰에 "도로가 미끄러웠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곡동 일대 주민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그간 주민들이 도로 내 열선 처리와 제설 작업을 요구해 왔으나 (의견이) 묵살돼 왔다"면서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구청이 나서 달라"며 호소하는 글이 올라왔다. 주민들은 사고 직후 국민권익위원회가 운영하는 국민신문고에도 민원을 제기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눈 예보가 있으면 비상 근무에 나서고 염화칼슘을 미리 뿌리는 등 매뉴얼에 따라 제설 작업을 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사고 현장에서 제설 작업이 실제 이뤄졌는지 여부에 대해선 "확인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초등학생 사망 사고 현장에 놓인 국화꽃.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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