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ETS 개편안 확정... "2034년까지 정착"
철강 등 타격 최소화 방안 마련해야
유럽연합(EU)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 시간표를 확정했다.
CBAM은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수입품에 'EU의 탄소 배출 가격'을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EU의 탄소 배출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추가로 관세가 붙는 것이나 다름없어 '탄소국경세'로도 불린다. EU는 2026년부터 탄소국경세를 매기기 시작해 2034년까지 이 제도를 완전히 정착시키겠다는 계획이다.
EU가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했다는 건, 탄소집약적 제품을 EU에 수출해 온 국가들이 대응 방안 마련에 서둘러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국의 경우, CBAM 도입으로 상당한 타격이 예상되는 철강 업종에 대한 기민한 대응이 절실해 보인다.
EU, ETS 개편안 합의 "탄소배출 규제 강화"
19일(현지시간) EU에 따르면, 의회∙이사회∙집행위원회는 17일 밤 '탄소 배출권 거래제(ETS) 개편안'에 합의했다. ETS는 산업 시설의 탄소 배출량이 기준치를 초과했을 때, 초과량에 대한 권리를 사고팔 수 있도록 한 제도다. EU 역내 탄소 배출 총량을 관리∙조정할 목적으로 2005년 도입됐다. ETS를 개편한 건, 기후변화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주요 내용을 보면 ①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높여 잡았다. ETS 적용을 받는 산업군은 '2030년 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2005년 배출량 대비 43%에서 62%로 높여야 한다. ②ETS 적용 대상도 확대했다. 해상 및 폐기물 소각 등이 새롭게 포함됐다. 유럽의회 측 협상대표인 독일 피터 리제 의원은 "거의 모든 경제 영역을 포함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③기존의 ETS로는 다룰 수 없는 건물∙도로 등을 관리하기 위해 'ETS II'라는 제도도 만든다. 또 다른 탄소배출권 시장을 형성한다는 의미다.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④탄소배출권 가격도 올린다. 유럽의회 환경위원장 파스칼 캉팽 의원은 "현재 가격은 톤당 80~85유로(11만~11만7,000원) 정도였는데, 100유로(13만8,000원) 수준까지 오를 것"이라고 유락티비에 말했다. 톤당 2만 원대인 한국보다 약 7배 높다.
⑤'ETS 무상할당제'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다. ETS 무상할당제는 탄소배출량이 많은 철강, 시멘트 등 역내 일부 산업에 '탄소배출권을 사지 않아도 된다'고 면제해주는 제도다. 자국 산업이 탄소가격이 싼 역외로 유출하는 것을 막고, 수입품과 가격 경쟁력에서 뒤지지 않도록 도입했다. EU는 무상할당제를 2026년 소폭 감축(2.5%)하기 시작해, 2030년엔 절반 가까이(48.5%) 줄이고, 2034년에는 완전히 없앨 계획이다.
"2034년까지 탄소국경세 정착"… 대응방안 '시급'
탄소국경세 도입 시간표는 ETS 무상할당제 시간표와 연동된다. '역내 기업에 대한 보호 장치를 거두는 조치'와 '역외 기업에 EU 탄소배출 비용을 적용하는 조치'가 맞물려야 역내·외 기업에 대한 불평등 논란이 해소되기 때문이다. 유럽의회는 "CBAM은 무상할당제 폐지와 '동일한 속도'로 도입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EU의 탄소국경세가 장기적으로 역내 산업을 보호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이 마련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유사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IRA처럼 미국에서 생산한 제품에만 특혜를 주는 방식은 아니지만, 높은 탄소국경세로 한국 등 아시아 국가에서 EU로의 수출이 어려워지면서, EU 역내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어서다.
이에 한국 정부가 무역에 미칠 타격을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하는 데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IRA 적용 면제 대상에서 한국이 빠진 것처럼, CBAM 전환 기간 중에 한국을 제외한 특정 국가만 면제나 완화된 기준을 적용받는 등의 차별적 상황은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탄소세의 영향을 크게 받는 철강 산업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철강 산업은 지난해 EU를 대상으로 5조6,000억 원 수출액을 기록했다. 정부는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연말 대외경제장관 회의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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