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5시간 일하고 4700원 받아
개선 요구하자 해고…태국 법원, '퇴직금 지급'만 명령
"너무 저렴한 옷은 생산 과정서 착취 가능성 높아"
영국의 글로벌 유통업체 '테스코'가 하청을 맡겼던 태국 공장 직원들이 불법 노동착취를 당한 사실이 드러났다. 미얀마 출신 직원들은 이주 노동자라는 불안한 처지 때문에 주말에도 쉬지 못하고 일주일에 99시간씩 강제로 일해야 했다.
테스코는 "현지 공장 상황을 몰라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노동착취로 악명 높은 지역에 하청을 맡기고 관리하지 않은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적인 책임은 피하고 이익만 극대화했다는 것이다. 직원들은 '관리 과실'과 '부당 이득'을 문제 삼아 테스코 본사를 대상으로 소송을 걸었다.
취약 지위 악용…최저시급 4분의 1도 안 줘
18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태국 매솟에 있는 브이케이 의류공장(VKG)은 2017년~2020년 테스코의 의류 브랜드 에프앤에프(F&F)의 위탁 생산을 하는 내내 직원들을 착취했다. 직원들은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일하고 일당으로 겨우 3, 4파운드(약 4,700~6,300원)를 받았다. 태국 노동시장에서 책정된 최저임금(8시간 기준 7파운드)의 4분의 1만 지급한 것이다. 오래된 생산 설비 탓에 직원들이 산업재해를 당하거나 과로로 병이 나는 사례도 흔했다.
공장주는 직원 대부분이 미얀마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라는 점을 악용했다. 비자 때문에 일을 그만둘 수 없다는 걸 알고는 월급을 깎거나 제때 주지 않는 갑질을 일삼았다. 은행 계좌에 돈을 송금한 뒤 다시 이체하게 만들어 최저시급을 준 것처럼 꾸미기도 했다. 항의를 하면 "다른 직장을 알아보라"고 위협했다.
참다 못한 직원 136명이 2020년 8월 처우 개선을 요구하자 공장은 이들을 해고해버렸다. 직원들은 태국 노동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퇴직금 지급 명령을 받아낸 게 다였다. 결국 이들은 영국 법원에 "테스코 본사가 관리 책임을 다하지 않았고 노동자 착취를 통해 부당 이득을 챙겼다"며 또다시 소송을 제기했다.
"알면서 하청 맡긴 본사도 문제"
테스코는 VKG의 상황을 전혀 몰랐다며 "알았다면 진작에 계약을 해지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우리의 공급망에 포함된 사람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공급업체가 직원들에게 체불한 임금을 지급하도록 계속해서 촉구하겠다"고 했다. 해당 공장에서 생산된 옷은 태국에서만 팔렸으니 영국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했다.
하지만 애초에 노동 환경이 열악한 저개발국가에 하청을 맡기고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것 자체가 '책임 회피'라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기업들이 저개발국에 공장을 짓거나 하청을 주는 것은 현지 노동 조건이나 인권 문제와 거리를 두면서도 저렴한 인건비로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테스코가 몰랐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데이비드 웰시 태국연대센터 국장은 "매솟은 지난 10년간 노동자에 대한 법적 보호가 거의 없는 글로벌 공급망의 '황량한 서부'로 유명했다"고 설명했다.
자라, H&M, 아디다스, 유니클로 등 수많은 의류 대기업들도 저개발국의 느슨한 규제를 이용해 값싼 노동력을 착취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VKG 직원들을 대변하는 올리버 홀랜드 변호사는 "(노동착취는) 영국 소비자들에게 매우 저렴하게 옷을 팔아 본사를 배불리려는 목적"이라며 "F&F만큼 값싼 옷을 만들어내려면 제작 단계에서 누군가를 착취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테스코가 VKG를 마지막으로 이용한 해인 2020년 테스코는 무려 22억 파운드(약 3조4,900억 원)의 이익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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