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한토크#12] 전통 분야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새로운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청년소상공인
편집자주
600만 소상공인 시대, 소상공인의 삶과 창업에 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최근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감각적으로 풀어내는 시도들이 많아지고 있다. 특히 경복궁 옆 종로구 서촌은 옛것과 새것이 공존하는 이색적이면서도 소박한 동네다. 이 곳 서촌에서 전통 고유의 미를 살리면서도 현대적인 시각에서 재해석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청년소상공인이 있다. 전통적인 분재를 현대적이고 젊은 감각으로 재해석하여 플랜트 스튜디오를 통해 선보이는 서간의 유상경 대표를 만나봤다.
플랜트 스튜디오라는 것이 무엇인가
식물편집샵이라고 생각하면 쉬워요. 보통 식물가게와는 성격이 다르죠. 저흰 분재를 중심으로 디자인 작업을 하는데, 식물은 하나의 오브제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이 특징이에요. 디자인적인 기획이 많이 포함되어있다보니 스튜디오라고 명명하게 됐습니다.
보통 분재라하면, 보통 나이가 많으신 분들의 취미생활이라는 인식이 강한데
아무래도 그렇죠. 자연을 집에 들이고 싶어하는 욕구에서 분재가 시작됐다고 보면 되는데 사실 관리가 많이 요구되다보니까 부를 과시하려는 사치재에 가까워요. 유서가 깊은 장르다보니까 전통적인 분재는 미감 자체도 남성적이고 묵직하고 장엄한 방식이 많습니다. 하지만 지금 젊은 사람들이 소비하는 분재들은 다른 느낌이에요. 여리여리하고 귀엽고 다소 가벼운 느낌의 분재들을 좋아하세요.
플랜테리어가 유행인데, 아무래도 영향이 있는지
아무래도 있죠. 인테리어 붐과 함께 플랜테리어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어요. 코로나 이후로 사람들이 밖에 못 나가니깐 집 안에 식물을 들이기 시작했거든요. 처음에는 관엽식물, 몬스테라나 알로카시아 같이 흔히 볼 수 있는 것을 들이다가 더 동양적인 선이나 디자인적인 요소가 강조된 식물이 없을까 하는 사람들이 한국적인 느낌을 원하면서 분재를 찾게되는 것 같습니다.
오프라인 쇼룸이 있다고 들었다
70년 된 구옥을 낡은 것은 낡은 대로 살리고 구조보강만 했구요. 내부 인테리어를 좀 해서 쇼룸 겸 작업실로 사용 중입니다. 집에 오래되다 보니까 수평, 수직이 안맞는 곳도 많고 기운 곳도 많은데 그대로 둬도 나름의 역사가 있는 것 같아서 안전한 범위 안에서 뒀습니다.예산 상의 문제도 있었고요.(웃음) 구조는 중간에 마당이 있는 ㄷ자형인데, 사람들이 식물을 사러 들어왔을 때 혹은 클래스를 들으러 왔을 때 여백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이런 공간을 찾게 됐어요. 4개월 간 한 70군데는 봤어요. 그 중에서 여기가 딱 마음에 들었죠.
서촌만의 분위기와 쇼룸이 어울리는 것 같다. 앞으로 사계절이 기대된다
서촌은 현대적인 것과 전통적인 것이 소박하게 잘 어우러진 동네라 생각해요. 100년이 넘은 한옥 옆에 감도높은 편집샵이 함께 있는 모습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먼저 이번 겨울부터 말씀드리면 눈이 오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겨울 외 다른 계절에는 식물들을 다 바깥쪽에 빼놓을텐데 오래된 건물에 식물들이 놓여져있으면 기분이 좋을 것 같아요. 방문하시는 분들도 좋아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클래스는 어떤 형태로 진행되나
자기가 직접 고른 식물과 화기(화분)를 선택합니다. 그리고 식물을 디자인하고 식재하는 과정으로 진행됩니다. 농장 상황과 계절에 따라 식물의 종류가 바뀌기 때문에 각 계절별로 다양한 종류의 식물을 식재하는 경험을 해볼 수 있어요. 원데이클래스가 있고 취미반도 있는데요. 심화 과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취미반 같은 경우에는 돌이나 기와에 식물을 식재하거나 이끼볼을 만들어 작은 수반이나 접시 위에 올려 색다른 형태로 감상할 수 있어요.
서간의 의미는?
안부를 묻는 편지라는 뜻이에요. 집에 들어온 식물들이 부담없이 내 안부를 물어주는 존재같더라구요. 그렇게 생각해서 그렇게 지었어요.
식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원래 어릴 때부터 프리다이빙 강사도 하고, 자연다큐 감독이 꿈일 정도로 자연 생태계를 좋아했는데 분 안에 든 식물은 제가 집을 꾸면서 조금씩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식물을 들이니 집에 생기가 생기고 인테리어적으로도 아름답더라고요. 그리고 위안을 받는 느낌을 받아요. 정을 나눌 또 다른 생명이 생긴다는 것에서 살아갈 힘을 얻었죠.
어떻게 창업을 하게 되었는지
회사를 다니다가 어느 순간 매너리즘에 빠졌어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이대로 이렇게 살다가 별 일없이 살다가 끝날 것 같은 느낌이었죠. 그 와중에도 제가 식물에 물을 주면서 힘을 내고 있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이 일을 하고 살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대학시절부터 시작해서 연극도 오래 했었고, 다이빙 강사도 했어요. 소설가 등단을 위해 신춘문예에 두 번 도전했으나 떨어진 경험도 있어요. 그 후에는 다큐멘터리 프로덕션에서 일을 했고 수중 다큐멘터리 감독이 되기 위해서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떠났죠. 근데 거기서 접시만 닦고 왔어요.(웃음) 한국에 돌아와서는 아모레퍼시픽에서 향수 브랜드 마케팅 업무를 맡게 됐어요. 그러면서 디자인이라는 장르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디자인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지만 내가 할 수 있고 내가 좋아하는 디자인이 뭘까 생각해보니 나는 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식물의 선이 주는 아름다움을 가지고 작업하면 즐거울 순간이 많겠다고 생각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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