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19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당원 투표 100%로 당대표를 선출하는 당헌·당규 개정안을 의결했다. 20일 상임전국위원회, 23일 전국위원회에서 안건이 통과되면 내년 3월쯤 치러질 차기 전당대회부터 새로운 룰이 적용된다. 일사천리 룰 변경으로 여당이 다시 갈등에 휩싸였다. 당대표 적합도 국민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인 유승민 전 의원 견제용이란 의심을 피할 수 없으니 그런 것이다.
유 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당원 투표 100%가 낫지 않나’라고 말했다는 15일 보도 후 “경선 개입은 심각한 불법”이라고 윤 대통령을 직격했다. 유승민계 김웅 의원은 “(룰 변경은) 유승민 포비아”라며 연일 SNS에 비판 글을 올리고 있다. 김용태 전 최고위원도 “핵관들의 한심한 거수기 노릇”이라고 했다. 반면 ‘윤핵관’ 권성동·김기현 의원은 유 전 의원을 겨냥해 “민주당의 정치적 트로이 목마” “상대방 선거전략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게 자신이 없다는 뜻 아니겠느냐”고 공격했다. 조경태 의원 등 규정 변경을 지지하는 의원도 많다.
당직자를 뽑는 선거에 당원 의사만 반영하면 안 된다는 법은 없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역선택 차단’을 개정 이유로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게 진짜 이유라면 전당대회를 고작 석 달 남겨두고 룰을 바꿀 게 아니라 효과와 선호도를 분석한 뒤 차차기 전당대회부터 적용하면 될 일이다. 당원 투표 70%, 국민 여론조사 30%를 반영하는 현행 규정을 18년간 유지한 데에는 국민 여론을 감안해야 한다는 이유도 있었다.
여당 의원들이 대통령에게 줄 서는 모습은 정권을 막론하고 있었으나 이준석 전 대표를 찍어내고 속전속결로 룰을 바꾸는 등 윤 대통령의 당 장악은 심상치 않다. 여당이 대통령의 거수기로 전락한다면 정부 견제, 민심 수렴 기능을 포기하는 것이며 결국 국민과 동떨어진 정당이 될 수 있다. 대통령만 보고 독주했던 정당의 과거를 교훈 삼아 ‘윤석열당’으로 가는 우를 범하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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