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정의당, 기본소득당의 야 3당이 19일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일정과 증인 명단을 단독으로 의결했다. 이태원파출소, 서울경찰청 등에서 현장조사를 하고 국무총리실, 행정안전부 등에서 기관보고를 받는다. 증인으로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등 44명이 채택됐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선 예산안 처리 후 국정조사’라는 여야 합의를 어겼다며 표결에 불참했다. 경위야 어쨌든 국정조사가 개문발차하게 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야당 단독으로 국정조사 일정과 증인을 정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이미 참사가 발생한 지 50일 이상 경과해 더 이상 미루는 것은 유족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1월 7일까지로 정해진 국조 기간이 20일도 채 남지 않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21일 현장조사부터 시작한다고 해도 유족들이 원하는 참사의 구조적 원인을 규명하고 제대로 된 사고 수습이 이뤄졌는지를 밝히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국민의힘은 여야 합의 파기를 불참의 이유로 들었지만 '5억 원 문제'로 예산안 합의를 교착상태에 빠뜨린 데는 국회의장 중재안을 거부한 여당 책임도 적지 않다. 합의 파기를 핑계로 국조에 불참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일이다. 공교롭게도 지난 16일 희생자를 기리는 49재와 추모제에 정부와 국민의힘 인사는 단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참사를 덮고 싶은 마음이 반쪽 국조 방치로 나타난 것이 아니기를 바란다.
정해진 국조 기간을 절반 이상 흘려보내고 시작하는 탓에 벌써 야권 일각에서는 기간 연장론까지 나온다. 그만큼 조사해야 할 사안이 많고 중대하다는 의미다. 국조 참여도 거부하고 있는 국민의힘은 “1월 7일 이후로 절대 연장할 수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참사 진상 규명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언행 일색이다. 한시라도 빨리 국조에 참여해 유족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책임감 있는 정부·여당의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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