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작업·3200장 사진 담은 도감 신간 '겨울나무'
소복하게 눈이 쌓인, 외롭지만 어딘가 포근해 보이는 나무. ‘겨울나무’라 하면 흔히 이런 이미지를 떠올릴 테다. 그러나 정작 한겨울에 나무들은 앙상한 가지만 남는다. 겨울눈(bud)만 남긴 채.
신간 ‘겨울나무’는 말 그대로 나뭇잎이나 열매가 없는 한겨울 나무의 이름을 알기 위해 참고할 수 있도록 겨울눈 사진을 상세히 담은 식물도감이다. 세 명의 저자가 책을 완성할 때까지 걸린 시간은 11년. 한반도의 낙엽수 434종과 상록수 108종을 파헤친 3,200여 장의 사진이 실렸다.
사진 대부분이 한겨울에 식물의 자생지에서 직접 촬영한 것이며 일부 실내 촬영도 병행했다. 겨울눈을 면도칼로 자른 종단면 사진까지 싣는 등 디테일도 돋보인다. 겨울눈이나 소지(1년생 가지)를 두고 외양의 특징이나 털의 유무를 따지는 데만 그쳤던 기존 도감과는 달리 겨울나무가 봄을 맞이해 겨울눈에서 움을 틔우는 과정까지 포착하려 했다.
일반인에겐 도감에 실린 설명들이 마치 '외계어'처럼 느껴질 수 있다. 대중서보다는 숲 해설가 등 관련 종사자에게 필요한 실용서에 가깝다. 그럼에도 겨울나무에 대한 생생한 기록이 판에 박힌 겨울나무의 이미지에 대한 반박으로 읽혀 흥미롭다.
저자들은 책머리에 나무가 겨울을 이겨내 살아가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적는다. "그저 겨울이라는 혹독한 환경이 아직 나무를 죽이지 않았기에 계속 버티며 사는 것일 뿐이다." 혹한의 자연조건을 묵묵히 견디며 봄이 오면 기적처럼 화사한 꽃을 피어내는 겨울나무에 대한 인간의 찬사는 '나무로 가장한 인간의 이야기일 뿐'이라는 말이다. 저자 김태영 자연생태연구가는 “사람의 입장에서 식별 도구로만 겨울눈을 바라봐 온 기존 관점에서 벗어나 생태적 입장에서 겨울눈이 앞으로 자라서 어떻게 되느냐를 고찰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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