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애니메이션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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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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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아는 이야기다. 가난한 노인이 나무로 만든 소년이 주인공이다. 거짓말을 하면 코가 자란다. 천방지축 세상을 떠돌다 노인의 사랑을 깨닫는다. 이탈리아 작가 카를로 콜로디(1826~1890)가 1883년 낸 동화 ‘피노키오’의 내용이다. 피노키오를 21세기 스크린에 부활시킨다면 어떨까. 새로울 게 있나 의문이 들 만하다.
①아들 잃은 아버지의 슬픔
멕시코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는 누구나 제기할 만한 의문을 지운다. 애니메이션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는 새롭지 않은 이야기로 새로움을 만들어낸다.
이야기는 원작과 다르다. 목공예가 제페토(목소리 연기 데이비드 브래들리)는 아들을 잃는다. 폭격에 의해서였다. 제페토는 아들이 남긴 솔방울을 묘 옆에 심고 소나무가 자란다. 술에 의지해 살던 제페토는 어느 날 밤 만취한 채 나무를 베어 어린 아이 형상 조각을 한다. 그는 작업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잠들었다가 아침에 살아 움직이는 나무 소년 피노키오를 마주한다. 피노키오의 외모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피노키오’(1940)로 널리 알려진 귀여운 모습과 거리가 멀다.
②파시즘에 맞설 것은 사랑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전후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했다. 이 애니메이션의 가장 흥미로운 대목이다. 제페토가 사는 마을은 베니토 무솔리니(1883~1945)를 추앙하는 파시스트(론 펄먼) 손아귀에 있다. 마을 곳곳 벽에는 무솔리니 얼굴이 그려져 있거나 파시즘 문구가 적혀 있다. 피노키오는 등교를 강요당하는데, 제대로 된 이탈리아 국민이 되기 위해서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피노키오는 훈련소로 끌려가기도 한다. 파시즘과 전쟁의 광기가 곳곳에 드러난다. 20세기 망령 파시즘이 되살아나려는 시기에 대한 비판으로 읽힌다
피노키오가 곡마단장의 꾀임에 빠지는 과정에서 눈여겨볼 점이 있기도 하다. 사람들은 제페토가 만든 나무 예수상에 머리를 숙이나 피노키오는 악마 취급한다. 나무 예수상과 자신은 뭐가 다른가. 피노키오는 의문을 품는다. 사람들의 환호와 갈채에 피노키오의 눈길이 간 이유다(뒷부분에서 피노키오는 부활을 통해 새 삶을 얻는다).
③고전에 깃든 현대 거장의 솜씨
그림으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이 아니다. 스톱모션 기법을 사용했다. 캐릭터들을 실물로 만들어 미세한 동작 하나하나를 촬영한 후 이들을 이어 붙여 움직임을 빚어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과는 질감부터가 다르다. 동화보다는 더 현실감이 느껴진다.
피노키오와 제페토는 처음엔 아버지와 아들로 상대를 인식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고 정이 쌓이며 둘은 서로의 관계를 부자로 여긴다. 둘은 결국 사랑으로 서로를 구원한다. 전쟁과 파시즘으로 절망의 구렁텅이에 내몰린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애니메이션은 막바지에 그렇게 암시한다.
뷰+포인트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2017)으로 미국 아카데미상 4관왕(작품상 감독상 음악상 미술상)을 차지했던 기예르모 델 토로가 스톱모션 장인 마크 구스타프슨과 함께 연출했다. 델 토로 감독이 오랫동안 꿈꿔왔던 기획이라고 한다. 대가의 손길을 거치면 아무리 익숙한 이야기라도 마음을 울리는 작품으로 거듭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내년 3월 열릴 제95회 미국 아카데미상 주요 후보로 꼽히고 있다. 애니메이션이 작품상을 수상하는 최초 기록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의견이 조심스레 나오기도 한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97%, 관객 85%
***한국일보 권장 지수: ★★★★☆ (★ 5개 만점, ☆ 반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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