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4일 새벽 국회 본회의를 열어 638조7,276억 원 규모의 새해 예산안을 처리했다. 당초 정부가 편성한 639조 원에서 4조6,000억 원을 감액하고, 야당이 주장한 일부 사업을 반영하는 수준에서 최종 예산안이 통과됐다. 지난 2일 예산안처리 법정기한을 넘긴 지 22일 만이다. 정기국회 회기 종료일(9일)은 물론 김진표 국회의장이 제시한 추가 시한을 두 차례 넘기는 등 벼랑 끝 대치를 벌이며 국민들의 불안감을 고조시킨 뒤 최종 타결에 이른 것이다. 민생을 인질 삼아 상대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무책임에 여야가 따로 없었다. 2014년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가장 늦게 처리하는 오명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여야가 뒤늦게 합의에 이른 걸 보면 경제난 속 내년도 나라 살림이 지연되는 데 따른 여론 비판을 더 이상 외면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예산안이 31일까지 처리되지 못해 새해 1월부터 준예산을 편성하게 되면 대외신인도 문제로 이어질 우려도 컸다. 경찰국 등 신설조직 예산 문제를 두고 막판까지 대통령실 태도가 완강했던 것도 배경으로 작용했다. 결국 더불어민주당이 전액 삭감을 추진했던 행안부 경찰국·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운영경비를 정부가 편성한 5억1,000만 원에서 50% 감액하기로 조정했다.
여도 야도 정치력의 심각한 장애를 드러냈지만 막판 주고받기로 합의를 끌어낸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특히 국회의장의 공개 압박과 막후 설득이 순기능으로 작용한 대목은 주목할 만하다. 합의내용들이 여야 및 대통령실 입장에선 만족스럽지 않겠지만 협치의 중요성을 정치주체들이 인식하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
큰 산을 넘은 만큼 이제는 후속 조치에 속도를 내야 한다. 올해 연말 일몰 조항이 있는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근로기준법, 한전법, 가스공사법 등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여야는 28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합의했지만 이견이 큰 상황이다. 당리당략에서 한 발짝씩 물러서 오직 국가경제와 민생만 생각하고 협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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