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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8조 윤 정부 첫 예산안 '정치'에 떠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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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8조 윤 정부 첫 예산안 '정치'에 떠밀렸다

입력
2022.12.24 04:30
수정
2022.12.24 05:1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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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처리기일 3주 지나 통과 '최장 지각 처리'

24일 새벽 0시 55분께 국회 본회의에서 2023년도 예산안이 의결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새벽 0시 55분께 국회 본회의에서 2023년도 예산안이 의결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가 여야 합의로 24일 새벽 약 638조7,000억 원의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켰지만, 2014년 국회선진화법 시행 이후 ‘최장 지각 처리’라는 오명을 떠안게 됐다. 거대 야당의 실력 행사로 국정운영 방침과 배치되는 예산이 상당 부분 포함되면서 윤석열 정부의 첫 예산안이 ‘잡탕 예산’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야는 법정 처리기일(2일)이 3주나 지난 24일 새벽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 편성한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했다. 당초 정부가 편성한 639조 원에서 4조2,000억 원을 감액하고, 야당이 주장한 3조9,000억 원을 반영해 638조7,000억 원의 최종 예산안이 통과됐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준예산 편성이라는 최악의 사태는 막았다는 측면에서 보면 의미가 있으나, 국정운영 철학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정부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클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대 쟁점이던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와 지역화폐는 ‘정치에 흔들린 예산’을 그대로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여야 합의에 따라 법인세는 현행 과세표준 4개 구간별로 1%포인트씩 세율이 낮아진다. 이에 따라 최고세율도 25%에서 24%로 하향 조정된다. 기업 부담을 줄여 ‘민주성(민간 주도 성장)’에 시동을 걸겠다고 나선 정부가 당초 제시한 최고세율 3%포인트 인하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초부자 감세”라며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를 반대해 왔다.

반면 “지역에 효과가 한정된 지역화폐 사업을 정부가 보조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추경호 부총리)는 정부 판단에 따라 전액 삭감됐던 지역화폐 예산은 오히려 3,525억 원이 새로 편성됐다. 여당은 ‘이재명 예산’으로 분류되는 지역화폐 사업 예산을 더불어민주당 요구(7,050억 원)에서 절반 감액해 본예산에 반영했고, 야당도 ‘윤석열 예산’인 행정안전부 경찰국·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예산을 정부안(5억1,000억 원)의 50%를 줄이는 선에서 타협점을 찾았다.

5조 원 넘게 줄었던 공공임대주택 사업 중 전세임대융자사업 예산은 민주당 요구를 반영해 6,600억 원을 증액하는 대신, 야당이 대부분을 삭감하겠다고 한 윤석열 정부의 대표 주택 정책인 공공분양주택 융자사업 예산(약 1조4,000억 원)은 살렸다. 이와 함께 공공형 노인일자리와 경로당 냉난방비, 양곡비 지원을 위한 예산도 957억 원 늘렸다.

정치권의 이런 예산 주고받기는 ‘협치’라는 명분을 덜어낸다면 오히려 예산 집행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500억 원이 들어가는 지역화폐 사업만 해도 효과가 의심스럽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2020년 ‘지역화폐의 도입이 지역 경제에 미친 영향’ 보고서에서 “지역화폐 도입에 따른 소매업 매출 증가는 인접 지역 소매업 매출 감소를 대가로 이뤄진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모든 지역에서 전통시장을 중심으로 사용 가능한 온누리상품권으로 일원화하자는 대안을 제시했다.

민주당이 여당이던 문재인 정부의 김부겸 국무총리와 홍남기 부총리도 지역화폐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적이 있다. 성 교수는 “지역화폐는 경기 진작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에 사업성과 경제성을 다시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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