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환자는 저녁에는 공복 상태로 보내는 시간이 길어져 늦은 밤이나 새벽에는 저혈당을 겪을 수 있다. ‘야간 저혈당’은 잠자는 동안 혈당이 70㎎/dL 이하로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깨어 있을 땐 혈당이 떨어져도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허기가 지는 증상이 나타나 즉시 대처할 수 있지만 잠잘 때 인지하기 쉽지 않다. 다행히 식은땀이 나거나 악몽을 꾸면서 잠을 깨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모르고 계속 잠자다 증세가 심해진다. 저혈당을 반복적으로 겪으면 신체 감각이 무뎌지게 된다(저혈당 무인식증).
야간 저혈당은 특히 저녁에 술을 많이 마시거나, 인슐린 주사 시 인슐린 용량 조절 없이 오후나 자녁에 고강도 운동을 하거나, 저녁에 식사량이 적거나, 지속형 인슐린 용량이 클 때 나타나기 쉽다.
이 때문에 당뇨병 환자의 80%가 ‘야간 저혈당’을 두려워하고, 이들 중 75%가 야간 저혈당으로 인해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연구 결과도 있다(임수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연구팀)
이를 막으려 당뇨병 환자 가운데 적지 않게 잠자기 전에 의도적으로 혈당이 높아지도록 하거나, 인슐린 투여량을 줄이는 등 당뇨병 관리법을 자의적으로 변경하고 있다.
야간 저혈당(혈당이 70㎎/dL 이하)이라면 즉시 저혈당 응급 식품을 먹어야 한다. 10~15분간 휴식을 취한 뒤 다시 한번 혈당을 측정해야 한다. 이후 혈당이 80~130㎎/dL이 되면 아침까지 저혈당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과일이나 유제품을 섭취하는 게 좋다.
혈당이 70~100㎎/dL 이하라면 저혈당이 아니지만 불편감을 느끼므로 저혈당 응급 식품을 먹고, 이후 과일이나 유제품을 섭취한다.
야간 저혈당은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인경 강동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잠자기 전 혈당이 100~140㎎/dL로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며 “혈당이 너무 낮으면 우유ㆍ요구르트ㆍ크래커 등 간단한 음식을 먹는 게 도움이 된다”고 했다.
정인경 교수는 “저녁 시간대 활동량을 줄이고, 평소 잠자는 동안 악몽을 자주 꾸거나 식은땀이 잘 나거나 잠에서 깬 뒤 두통에 시달린다면 주치의와 상의해 약과 생활 습관을 바꾸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한경아 노원을지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간혹 잠자다 일어나기 어려워 야간 저혈당이 생기는 상황을 막으려고 혈당을 좀 높게 유지하는 환자가 있는데 이는 어리석은 생각”이라고 했다.
한경아 교수는 “야간 저혈당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을 발견한 시점에서 혈당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면 ‘센서 연동형 인슐린 펌프’ 치료를 고려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센서 연동형 인슐린 펌프로 사용하면 혈당 변화 패턴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자동으로 인슐린을 투여할 수 있다. 혈당 변동폭을 최소화하면서 안정적으로 혈당을 관리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대한당뇨병학회도 지난해 성인인 1형 당뇨병 환자에게 자동화된 인슐린 펌프 사용을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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