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IB 낮게 전망, 대외 변수에 가중치
세계 경제 하강에 수출·설비투자 위축
정부는 소비지표 기대, 그나마 경기 방어
'정부 1.6%, 일본계 투자은행(IB) 노무라증권 –1.3%'.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다. 무려 3%포인트 가까이 차이가 난다. 정부가 21일 내놓은 내년 한국 성장률은 외환·금융위기 등 경제위기 때를 제외하곤 가장 낮은 수준이다. 내년에 역대급 저성장을 맞는다는 비관적 예측이지만, 노무라증권 전망과 비교하면 오히려 낙관적이다.
성장률 전망은 정부가 한 해 동안 재정·통화 등 거시경제 정책은 물론 미시경제 정책을 총동원해 달성해야 할 마지노선으로 통한다. 성장률이 높을수록 대내적으론 성장의 과실을 많이 나누고, 대외적으론 국가 신인도를 높인다. 성장률은 핵심 경제지표이다 보니 외부 기관 전망도 무시하기 어렵다. 정부가 성장률 전망치를 산출하기 전에 되짚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성장률 전망 기관은 크게 △정부·한국은행 등 국내 주요 기관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 △IB·국제신용평가사 등 사기업으로 나뉜다. 최근 내년 성장률을 내놓은 곳들을 보면 한국은행 1.7%(11월 24일), 아시아개발은행 1.5%(12월 14일) 등 국내 다른 기관과 국제기구는 정부 예측과 비슷하다. 반면 노무라증권 같은 IB는 성장률을 박하게 전망하는 그룹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11월 말 기준 9개 주요 외국계 IB(바클레이즈·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ML)·씨티·크레디트스위스·골드만삭스·JP모건·HSBC·노무라증권·UBS)의 평균 내년 한국 성장률은 1.1%다. 정부 전망치 대비 0.5%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노무라증권을 비롯해 씨티(1.0%), UBS(1.1%) 등 대부분이 성장률에 인색했다.
외국계 IB가 성장률을 보수적으로 전망한 이유는 대외 변수에 더 높은 가중치를 두고 있어서다. 외국계 IB의 성장률 셈법은 소비 등 내수 경제와 관련 깊은 지표보다 수출에 따라 좌우된다는 얘기다. 이들은 특히 수출과 관련 깊은 설비투자에 주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전월 대비 설비투자는 올해 등락을 반복하고 있어 당장 꺾였다고 보긴 어렵다. 문제는 설비투자를 결정짓는 기계류 수주가 세계 경제 하강으로 9월(-33.2%), 10월(-13.8%)에 급감했다는 점이다. 통상 기계류 수주는 장비를 받을 때까지 시일이 걸려 수주 계약 시점부터 6개월~1년 후에 설비투자에 반영된다. 최근 기계류 수주 감소로 내년 설비투자 위축은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물론 정부도 내년 수출과 설비투자를 어둡게 보고 있다. 올해 6.6% 늘어나는 수출은 내년 4.5% 줄어든다는 게 정부 전망이다. 또 설비투자 감소폭은 올해 1.8%에서 내년 2.8%로 커진다고 예상했다. 다만 외국계 IB보다 종합적으로 성장률을 예측하는 정부는 소비 등이 경기 하강을 방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제시한 내년 소비 증가율은 2.5%다. 소비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씀씀이가 살아난 올해(4.6%)에 못 미치나, 그나마 가라앉는 경기를 지탱해 줄 수 있는 지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쌓인 가계저축이 남아 있는 가운데, 각종 문화·스포츠 행사, 해외여행 등이 재개되면서 소비 회복을 견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