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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술핵 없으면 남북은 늑대와 양” “김정은 움직일 옵션 아냐”[전문가 대담]

입력
2023.01.05 04:3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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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 70년 신년기획 '전술핵 재배치' 필요한가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김정섭 세종연구소 부소장
"가까이 있어야 억제력 높아져" vs "꼭 그렇진 않아"
"억제에 전술핵 효과적" vs "재래식 무시해선 안 돼"
"나토식 핵공유 좋은 모델' vs "결정권 여전히 美에"

편집자주

2023년 한미동맹이 70년을 맞았다. 전후방 주한미군기지 현장 르포, 전술핵 재배치 찬반 대담, 전문가 인터뷰, 70년의 역사적 장면 등 다각적 조망을 통해 동맹의 의미와 가치를 되짚어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7월 25일 함경남도 호도반도 일대에서 실시된 신종 단거리 탄도미사일 '위력 시위 시격'을 망원경으로 보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7월 25일 함경남도 호도반도 일대에서 실시된 신종 단거리 탄도미사일 '위력 시위 시격'을 망원경으로 보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의 핵위협이 고조되면서 '전술핵 재배치'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확실한 억지력인지, 안보 불안만 자극할지 찬반이 분분하다. 지난달 14일 진행된 한국일보 신년 특별대담에서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전술핵이라도 없다면 남북은 늑대와 양의 관계가 된다"며 "이제라도 핵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정섭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한국 땅에 전술핵이 없어도 북한에 대한 미국의 핵 옵션이 살아 있기 때문에 김정은을 움직일 유인이 안 되고 군사적 효용도 없다”고 맞섰다.

전술핵은 통상 소형 핵무기를 일컫는다. 도시 전체를 초토화시키는 전략핵과 달리 특정 목표만 정밀타격한다. 한반도에는 1958년 주한미군이 들여와 950기 정도 배치했다가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 직전인 1991년 완전 철수했다.

김태우(왼쪽) 전 통일연구원장과 김정섭 세종연구소 부소장이 14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에서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대담하고 있다. 김영원 인턴기자

김태우(왼쪽) 전 통일연구원장과 김정섭 세종연구소 부소장이 14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에서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대담하고 있다. 김영원 인턴기자

-전술핵 재배치, 왜 필요한가.

김태우=핵 균형 방편의 하나다. 북한의 고도화된 위협을 감안하면 핵 균형 시기를 놓쳤다. 진작 했어야 했다. 이제라도 서둘러야 한다.

김정섭=북한 핵은 예전에도 실질적 위협이었다. 전술핵 재배치와 남북 핵 균형은 큰 상관이 없고, 군사적으로도 효용이 없다.

-핵을 다시 들여오면 30년간 유지된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파기하는 정치적 부담을 져야 하는데.

김태우=전략적 안정이라는 실익이 있다. 군사적으로 남북이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상대가 나를 건드릴 수 없고, 나도 상대를 건드릴 수 없다는 인식이 강해지면 남북 간에 아무리 험한 이야기가 오가도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다. 그래야 경제도 안정적으로 발전한다. 북한만 핵을 가진 상태에서는 남북관계가 심하게 왜곡되고, 북한을 관리할 수가 없다. 자유민주주의 질서에 입각한 평화 통일(헌법 4조)이 존재할 수 없다. 남북관계는 ‘늑대와 양’의 관계가 된다. 남한은 양이고, 북한이 늑대다.

김정섭=전술핵을 재배치해야 힘의 균형이 이뤄진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지금도 이미 균형이 이뤄진 상태다. 우리가 핵을 가진 북한을 선제공격 못 하지만, 북한 역시 핵을 가졌다고 해서 군사적 모험을 감행하기 어렵다. 미국이 마음만 먹으면 북한에 대한 핵공격을 할 수 있는 수단이 확보돼 있어서다. 한국 땅에 전술핵이 없어도 북한에 대한 핵 옵션은 살아 있기 때문에 핵 균형이나 전략적 안정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김태우=미국의 핵 수단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때릴 수 있다는 말은 옳다. 그러나 상대가 우리를 건드리지 못하도록 하는 핵심 요소는 역량의 현시(顯示·나타내 보여줌)와 전진 배치다. 멀리 있어도 때릴 수 있다는 건 이와 거리가 멀다.

김정섭=김정은 입장에서 전술핵이 남한에 있다면 핵 위협을 더 느끼고, 없다면 안심할 수 있나.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처럼 어디에서 날아올지 모르는 다양한 핵 옵션을 미국이 갖고 있다. 그것을 김정은도 잘 안다. 전술핵이 아니라도 김정은이 겁먹을 핵 옵션은 얼마든지 있다. 그런 차원에서 군사적으로 억제 효과가 크지 않다.

김정섭 세종연구소 부소장이 14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에서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대담하고 있다. 김영원 인턴기자

김정섭 세종연구소 부소장이 14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에서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대담하고 있다. 김영원 인턴기자

-전술핵을 들여온다면 어디에 배치하나. 관리 문제는.

김정섭=오산이나 군산 미군기지에 배치하고 중력 폭탄, 즉 항공기에 실어 나를 수 있는 전술핵 형태가 될 것이다. 정치적 부담, 한미동맹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위기가 고조됐을 때 불안정 효과도 있다. 전술핵 기지가 북한의 첫 타깃이 된다. 그래서 미군도 미온적이다. 전술핵이 추가적 억제효과는 별로 없는데 정치·외교·군사적 비용만 발생하는 것이다.

김태우=대표적 전술핵폭탄인 B-61은 한 발에 300억 원이다. 20개 정도 한반도에 갖다 놓으면 6,000억~7,000억 원이 소요된다. 우리나라 경제력에 비해 부담도 아니고 그 비용을 한국이 내는 것도 아니다. 미국 자산이다. 물론 나중에 방위비 분담금 형태로 우리가 지금보다 더 상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경제 규모를 봤을 때, 또 전술핵이 주는 실익을 감안할 때 그렇게 큰 금액은 아니라고 본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이 14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에서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대담하고 있다. 김영원 인턴기자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이 14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에서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대담하고 있다. 김영원 인턴기자


-'나토식 핵 공유'를 평가하면.

김태우=좋은 모델이다. 1966년 핵 공유 전략에 따라 ‘나토 핵계획그룹’(Nuclear Planning Group·NPG)을 만들었다.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핵무기 운용에 대한 의사결정, 정보 공유 등 전략적 협의를 하는 기구다. 전술핵은 미국 소유지만 운송 플랫폼은 유럽(나토 회원국) 전투기라 나토 회원국도 의사를 행사할 수 있다. 우리도 그런 방식으로 가면 주권행사에 유리할 것이다.

김정섭=핵 공유라 해서 미국의 핵무기를 공유하는 것처럼 오해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 전술핵은 어디까지나 미국 자산이고 핵 사용 결정권은 미 대통령에게 있다. 나토에 배치됐든 한반도에 배치됐든 미 대통령 결심에 달렸다. 나토도 실행 방식에만 참여하지 핵 사용을 강제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우리 땅에 전술핵을 갖다 놓는다고 해서 우리가 원하는 시점에 사용할 권한이 100% 보장되느냐, 그건 아니라는 것이다. 이 때문이라도 전술핵 재배치는 대북 억제에 큰 도움이 안 된다.

-그러면 북한의 위협에 어떻게 대응하나.

김정섭=미국의 확장억제와 독자적으로 우리 대북억제력을 높여야 한다. 한반도에서 핵을 쓴다면 어디에 어떤 위력의 핵무기를 쓸 것인지 문서 수준으로 깊이 있게 정보를 공유하는 확장억제 제도화가 필요하다. 핵을 우리가 원치 않는 방향으로 사용해선 안 된다. 우리가 핵무장을 하지 않으면 무엇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 나올 거다. 많은 사람들이 핵은 핵으로만 억제할 수 있다고 하지만 반드시 맞는 말은 아니다. 억제는 상대에게 주는 메시지다. 상대를 두렵게 하면 억제가 작동한다. 무기의 파괴력을 비교하는 게임이 아니다. 재래식 현무 계열 미사일이 평양 지도부를 타격할 수준에 도달하면 북한은 신경 쓸 수밖에 없다. 물론 재래식 무기로 핵을 보유한 북한을 완벽히 억제할 수 있다는 건 아니다. 그러나 한미동맹이 파괴되지 않는 한 중첩효과가 생긴다.

김태우=재래식 무기도 북핵 억제 효과를 가진다는 데 100% 동의한다. 그러나 부수적이고 보완적이다. 한쪽이 대량살상무기(WMD)를 갖고 다른 쪽은 WMD가 없을 때 두 나라가 제로섬의 체제 경쟁을 한다면 없는 쪽이 굴복당할 수밖에 없다. 북한 핵 위협이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핵 균형을 통해 우리가 미국의 핵 역량을 이용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한반도에서 북핵 위협을 억제하는 핵심은 확장억제일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전술핵 재배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핵 균형을 하는 방법 중 하나가 전술핵 재배치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3일 베트남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3일 베트남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한미동맹이 최고 억지력인가

김태우=그렇다. 다만 미국의 기류가 변하고 있다. 6·25 전쟁 때처럼 3만6,000명이 피를 흘리고 전사하면서 한국을 도울 수 있을까. 미국 중심주의로 흘러가는 현 기류가 옛날 같지 않다. 특히 한국의 정치적 불안정은 미국 입장에서 동맹 관리를 상당히 어렵게 한다.

김정섭=확장억제는 한미동맹이 얼마나 견고한가의 함수다. 전술핵 재배치보다 더 중요한 것은 동맹의 결속력이다. 이게 튼튼하면 북한이 그 틈을 노릴 수 없다. 다만 미국이 점점 내부 지향적으로 변하고 있다. 그러나 반세기 넘게 주한미군이 있고 연합훈련도 한다. 핵 위협에 처한 한국을 외면하는 것은 미국의 글로벌 동맹 시스템 신뢰와 직결되는 문제다. NPT(핵확산금지조약) 체제에도 엄청난 타격이다.

김태우=중국 때문에 미국이 한국을 떠나지 못할 것이라는데 앞일은 알 수 없다. 미국이 자체 힘으로 동맹을 관리할 수 없는 상황이 오면 한국은 굉장히 위험한 처지에 빠진다. 한미동맹이 살아 있는 한 우리가 독자 핵무장을 하면 잃을 게 많다고 한다. 그러나 준비는 평소부터 해야 한다.

김정섭(가운데) 세종연구소 부소장과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이 14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에서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대담하고 있다. 김영원 인턴기자

김정섭(가운데) 세종연구소 부소장과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이 14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에서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대담하고 있다. 김영원 인턴기자

-전술핵으로 비핵화를 견인할 수 있을까.

김정섭=북한은 미국의 핵 능력을 두려워한다. 전술핵을 남한에 갖다 놓으면 이를 철수하는 카드로 북한의 핵 포기를 유도할 수 있다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전술핵이 빠져도 미국의 핵은 살아 있기 때문에 북한의 행동을 변화시킬 유용한 옵션이 될 수 없다.

김태우=전술핵 재배치와 한반도 핵 균형이 모순 같지만, 사실 멀리 보면 한반도 비핵화로 가는 길이다. 나는 지렛대가 있고 상대는 지렛대가 없는데 상대가 설득한다고 해서 내가 지렛대를 포기하는 핵 군비통제는 역사상 없다. 예수님 접근으로는 북한이 절대 핵을 놓지 않는다.

그래픽=김대훈 기자

그래픽=김대훈 기자

글 싣는 순서

<1> '진보=반미, 보수=친미' 이분법 깨졌다

<2> 세대 이념별 대미 인식

<3> 동맹의 현주소

<4> 동맹의 그늘과 도전

<5> 전문가가 보는 한미동맹의 미래


정승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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