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부문 심사평
동화는 어린이 독자가 읽는 이야기인데도 동화에서 어린이를 찾기가 쉽지 않을 때가 많다. 이번 응모작에서도 어린이 인물이 피상적으로 보이는 경우가 있었다. 학교 폭력이나 엄마의 부재를 말하는 동화가 많았는데 이는 이야기 소재로 소용됐을 뿐 어린이의 삶이나 마음 깊숙이 가닿았다고 하기엔 어려웠다.
본심에 올린 5편의 동화에서도 어린이의 삶과 마음을 구체적으로 그려냈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보았다. 그 기준으로 '그림자 아이'와 '하늘을 날다'는 문학 작품으로는 매력적이나 작가가 바라본 어린이가 명확히 드러나 있지 않아 아쉬웠다. '그림자 아이'에서 그림자의 상상력과 묘사는 새로웠지만 두 어린이가 방임과 통제의 서로 다른 그림자를 확인하는 장면으로 이야기가 끝나면서 그들의 삶이 추상화, 도식화 됐다. '하늘을 날다'는 장애 어린이에 대한 윤리적 감수성을 바탕으로 세련된 전개를 보인 반면 어린이에게 일어난 변화의 계기를 스케치하는 데 머물렀다.
'오늘의 짝꿍', '위치를 공유하시겠습니까?'는 각각 따돌림 당하는 아이와 친구가 되고, 친구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할까 걱정하는 이야기여서 나란히 두고 읽을 만했다. 친구 관계는 어린이에게 언제나 중요한 만큼 동화에서 줄곧 그려왔어도 이 작품들은 어린이의 일상을 속속들이 알고 관계에 대한 갈망과 불안을 섬세하게 포착해 똑같은 이야기의 반복이 되지 않았다. 특히 '위치를 공유하시겠습니까?'는 우정을 불안해하는 심리를 위치추적 앱이라는 독창적인 이야기 장치로 보여주면서도 여성 어린이들의 우정을 끝까지 안전하게 지켜주어서 든든했다.
'혼자 계단을 오르면'은 다른 응모작과 비교할 때 어린이의 내면을 끈질길 만큼 섬세하게 묘사한 점이 특별했다. 어두운 계단을 무서워하는 어린이의 마음과 그럼에도 한발자국씩 오르는 용기를 첫 문장부터 내내 긴장감 있게 그려냈다. 집안에서 반갑게 맞이하는 할머니의 얼굴에는 어린이가 홀로 이룬 성장을 지켜봐주는 어른의 존재가 자리해 따듯한 안도감을 준다.
작품의 주인공인 어린이는 자기보다 작은 존재인 1층의 고양이와 2층의 아기를 염려하고 도와주면서 3층까지 오를 수 있었고 그러한 자신의 성장을 기꺼워할 줄도 안다. 어두운 계단에서 몇 분간 일어난 어린이의 마음을 비춘 이 작품에는 동화의 고정관념에 갇히지 않는 용기가 있다. 어린이의 작은 목소리를 귀여겨 들었기에 가능했던 도전이라고 여기며 신뢰를 모아 당선작으로 낸다.
심사위원 김민령, 김유진(대표 집필)
▶2023 한국일보 신춘문예 수상작 더 보러 가기
(링크가 열리지 않으면, 주소창에 URL을 넣으시면 됩니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122711200000485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122711170004452
https://www.hankookilbo.com/Collect/8079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