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부문 당선자 전지영
당선 전화를 받은 날도 일상은 달라지지 않았다. 평소처럼 가족과 저녁 식사를 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 밀린 일을 처리했다. 그날 밤, 침대에 누워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하드웨어 속에 묻힐 운명이었던 내 글이 비로소 세상에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그것이 가장 기뻤다.
십 년 넘는 시간 동안 피아노를 쳤지만, 대학에 입학한 뒤 그만두었다. 재능이 없다는 건 핑계였다. ‘왜 음악을 하느냐’는 질문에 답할 수 없었다. 꼭 ‘그것’이어야만 하는 이유를 끝내 찾지 못했다. 아무래도 나는 음악을 절실히 사랑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소설을 쓰기로 마음먹은 뒤부터 ‘나는 왜 소설을 쓰는가?’에 대해 습관처럼 물었다. 구체적인 이유가 떠오르지 않을 때는 스스로 진정성을 의심하기도 했다. 내가 나를 속이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되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나는 계속 썼다. 우체국 영수증 오십 장이 넘게 쌓일 정도로 낙선해도, 다음 날이면 또 쓸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그 동력의 실체가 궁금할 때마다 질문을 바꾸어서 던진다. ‘소설을 쓰지 않고 살 수 있을까?’ 그 질문만큼은 아니라고 명확하게 답할 수 있다.
부모의 삶을 이해하고 싶어서 이 소설을 썼다. 가까운 사람들을 이해하는 건 내게 절박한 문제였다. 고백하건대, 그들에게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소설을 통해, 누구에게나 ‘그럴 수밖에 없음’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위안 받았다.
그러나 위안만으로 충분한 걸까. 아닐지도 모르겠다. 나는 내 소설 속 인물들이 안녕하길 바란다. 소설에서만큼은 원하는 바를 성취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지금보다 더욱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현실 속 나는 한없이 미흡한 사람이라서, 쓰는 일 외에 그들을 도와줄 방법을 찾지 못했다.
부족한 글에서 가능성을 발견해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소설 쓰는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는 강영숙 선생님의 말씀이 지칠 때마다 나를 일으켰다. 첫 소설을 읽어주신 노희준, 해이수 선생님께 당선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어서 영광이다. 하성란, 김이설 선생님의 애정 어린 조언과 격려를 항상 마음에 품고 쓰겠다. 무엇보다 문우들에게 빚이 많다. 이번엔 그저 내게 행운이 찾아왔을 뿐이라고 말하고 싶다. 소설을 쓰면서 강숙, 재은, 예슬을 만나서 행복했다. 돌이켜 보니, 언제나 준 것보다 받은 게 많았다.
마지막으로 어떤 선택을 하든 지지해 주는 가족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사랑하는 성근. 묵묵히 곁을 지켜준 나의 벗. 당신과 함께 살아갈 날이 나에게 가장 큰 축복이다.
△1983년 경북 포항시 출생
△이화여대 기악과 중퇴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경영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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