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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까지 풀어준 정치인 특사, 국민통합 아니다

입력
2022.12.28 04:30
수정
2022.12.28 15:18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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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신년 특별사면 발표 브리핑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뉴시스

2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신년 특별사면 발표 브리핑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정부가 새해를 맞아 28일 자로 정치인, 공직자 등 1,373명에 대해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사면 명단을 보면 ‘국민통합’이라는 사면의 명분이 민망하다. 이번 특사로 온갖 ‘적폐’로 대한민국을 뒤흔든 정치인과 고위공직자들은 잔여형을 면제받고 복권이 되고 벌금까지 내지 않게 됐다. 광복절 특사에 이은 이번 특사에서 정작 경제인들은 다른 잣대인 여론을 이유로 제외됐다.

특별사면 대상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 외에도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됐던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 청와대 인사들이 모조리 포함됐다. 이명박 정권 당시 ‘국가정보원 댓글공작(선거개입)’ 사건을 주도했던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 국정원 인사들도 이름을 올렸다. 자신의 딸을 KT에 특혜채용하도록 했던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의원 등 정치인들도 사면됐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복역 중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가 형집행정지로 임시 석방된 것 역시 공교롭다.

법무부는 “광복절 사면에 포함하지 않았던 정치인·주요 공직자를 엄선해 사면함으로써 국가 발전에 기여할 기회를 부여한다”며 “새 정부 출범 첫해를 마무리하며 범국민적 통합으로 하나 된 대한민국의 저력을 회복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엄선’이라고 표현했으나, 사실상 사면되지 않은 비리 정치인·공직자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대규모다.

또한 대부분이 여권계열 인사들이어서 사실상 ‘국민통합을 가장한 내 편 풀어주기’라는 비판도 피할 수 없다. 참여연대는 “민주질서를 훼손한 범죄자를 사면함으로써 법치주의를 파괴한 것과 다름없다”며 “사면 대상에 포함된 일부 야당 인사들은 구색맞추기일 뿐”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는데 틀린 말이 아니다.

서민 수형자들을 외면한 것은 특사의 명분을 더욱 취약하게 한다. 임신 중인 수형자 1명, 생계형 절도 사범 4명, 중증 환자 3명이 특별배려 수형자로 포함됐을 뿐이다.

역대 정권에서 반복적으로 불거져온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 논란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 특사를 계기로 사면권 행사의 적절성에 대한 각계의 실질적인 논의가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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