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한토크#17] 서울이 아닌 지방(목포)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청년소상공인(로컬크리에이터)
편집자주
600만 소상공인 시대, 소상공인의 삶과 창업에 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지역의 자원이나 문화, 커뮤니티를 연결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소상공인 창업가를 로컬크리에이터라 한다. 침체기에 놓인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로컬크리에이터들의 활약이 중요해지고 있다. 전라남도 목포는 숨겨진 명소가 많아 최근 젊은 층들로부터 주목받고 있는 지역이다. 목포에서 카세트플레이어라는 숙소를 운영하며 여러 프로젝트를 이끌어나가고 있는 로컬크리에이터 기업 서울밖의 김민지 대표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현재 목포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목포에서 숙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단순한 숙소가 아니라 70년대에 지어진 여관을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기획하는 형태로 전개하고 있어요. 목포가 은근히 레트로한 느낌이 있는 지역이에요. 다른 지역들은 재개발이 많이 이뤄졌지만 목포는 아직 그렇지 않거든요. 일제시대의 가옥같은 것들도 많이 남아있고, 70년대 오래된 건물이 많아요. 전 이것들이 목포의 컬러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희 여관도 다 부수고 새롭게 만들지 않았고요. 목포의 이 오래된 건물이 가진 가치를 살려 공간의 자산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향으로 기획을 했습니다.
카세트플레이어라는 이름이 특이하다. 컨셉트가 무엇인가
전 카세트도 엠피쓰리도 들었던 세대에요. 어렸을 때 구석에서 카세트플레이어의 테이프가 다 늘어질때까지 들었던 기억이 많이 남아있어요. 그 순간이 가장 휴식이되는 시간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늘어질 때까지 쉬어보라는 의미로 카세트플레이어라고 숙소명을 정했죠. 저희 숙소에는 티비가 없고요. 대신 카세트 플레이어와 테이프를 대여해줘요. 오랜 만에 카세트플레이어를 들으니까 어렸을 때 추억을 회상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반면 젊은 친구들은 이걸 사용해본 적이 없어서 재밌어하더라고요.
목포에 둥지를 틀게 된 계기가 있나
원래 여행을 좋아해서 1년에 2, 3번은 해외여행을 갔어요.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못가게 되면서 국내 여행을 많이 가보게 된 거죠. 전국적으로 거의 대부분 가봤는데, 그 중 안 가본 곳이 목포였어요. 그 곳에서 ‘괜찮아 마을’이라는 곳을 알게 됐고, 회사에서 번아웃을 느끼고 있던 상태에서 그 곳에서 사는 청년들로부터 위로를 많이 받았어요. 실패해도 괜찮다는 캐치프레이즈가 맘에 들더라고요. 그 뒤로 1~2년 목포를 지속적으로 방문했습니다. 그러다가 이 곳으로 이주까지 하게 된 거죠.
서울에 있을 때와 다른 점은
너무 달라서 어디서 부터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네요. 우선 삶의 질이 좋아졌습니다. 서울에서 살 때는 회사에 너무 많은 시간을 많이 보냈어요. 주말에는 잠만 잤을 정도로요. 여기 와서는 마음의 여유가 많이 생겨서 다양한 문화 활동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서울 생활도 좋은 점이 많지만 이건 사람마다 다른 것 같아요. 서울에 있을 때는 제가 도시형 여자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아니라는 점을 깨닫고 있어요.
로컬 비즈니스의 매력이 무엇인가
아직 초보여서 거창하게 대답하기는 어렵지만 지역을 알린다는 부분에 있어서 뿌듯함을 느끼죠. 서울만 좋은 게 몰려있는 게 아니거든요. 여기가 고향은 아니지만 스스로 이 곳 목포시 소도시의 자연과 근현대 역사를 알리는 것이 좋아요. 사실 군산에 일본식 가옥이 있는 거리 유명하잖아요. 근데 목포도 되게 많거든요. 그런데도 잘 안 알려져있어요. 손님들께 알려드리면 되게 놀라세요. 너무 좋았다고 하시구요.
공간 비즈니스라는 것이 사실 초기 비용이 많이 들텐데, 어떻게 해결했나
직장인으로만 살았기 때문에 사업은 한번도 안 해봤어요. 겁이 없었죠. 처음에 단순하게 생각했어요. 건물 매입비만 있으면 되지 않겠냐해서 덤벼들었죠. 근데 공사비가 훨씬 많이 들더라고요. 포기하려고 하는 순간, 근처 사는 주민들이 도와주셨어요. 바로 옆 건물주 분이 제가 비용때문에 포기를 하려고한다는 것을 아시고는 본인이 직접 투자해볼 의향이 있으니 계획서를 써서 가지고 오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그 분이 공동 투자를 결심해주셨죠. 주식 투자로 돈을 버느니 꿈있는 젊은 사람이 도전하는 데에 투자를 하는 게 더 의미있다고 생각했다고 하셨어요.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는지
방명록을 봤는데, 그림을 그려놓고 가신 분이 있었는데요. 카세트테이프에서 시작해서 목포 케이블까지 연결되어서 저희 숙소까지 연결되는 그림이에요. 황송한 기분이 들었죠. 이 공간을 정말 잘 운영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또 다른 분은 본인이 음악을 녹음해왔다면서 카세트 테이프를 직접 수작업으로 만들어오셔서 편지랑 주신 분이 있어요. 이런 공간을 만들어주셔서 고맙다는 의미로 만들어서 주셨어요. 그 선물이 너무 소중해서 지금까지 포장도 못뜯고 공간에 전시해뒀습니다. 한 분 더 기억나는 분이 있는데, 오픈 한 지 6개월 동안 서울에서 3번이나 오신 분도 계셔요.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고 들었다. 어떤 프로그램인가
숙소만 하면 재미없으니까 일하는 하숙집이라는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운영한 적이 있어요. 하숙집의 개념이 밥도 주고 숙소도 주는 컨셉이잖아요. 지역 내 식당과 연계해서 식사를 제공하고 저희는 숙소를 제공하는 식으로 운영했어요. 숙소라는 게 주말 장사다보니까 평일에 공간을 놀리는 게 아까워서 만든 프로그램이었는데요. 그 프로그램이 잘 되어서 그 때 참여하신 분들이 지속적으로 오고 있어요. 한 달에 한 번씩 온라인으로도 보고 있고 다음 주에도 또 다같이 오시기로 했습니다. 다 개인적으로 왔는데 서로 엄청 친해져서 각자 매달 만나시더라구요.
카세트플레이어는 첫번째 프로젝트라고 들었다. 다른 프로젝트도 준비 중인가.
지역민들의 방앗간 같은 서점을 만들 예정이에요. 예술가들을 위한 공유서재를 만들고 싶어서 바로 옆 공간에 기획하고 있습니다. 저희 공간에 방문해주신 분들이 프리랜서나 작가, 작가 지망생분들이 많아요. 이 동네에 와서 자기만의 기록을 해가시는 분들이 많은데 이 분들이 남겨주신 목포에 대한 내용도 많아요. 그것들이 목포에 남아있으면 목포에도 좋으니까 준비 중입니다.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우선 카세트플레이어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작가들을 위한 공간을 오픈하는 것이 단기적인 목표고 내년에는 관련 프로그램도 많이 개최할 생각이에요. 그래서 국내에서 활동하는 많은 작가님들 사이에서 핫플레이스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할 수 있겠네요.(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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