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부문 수상작, '어딘가에는 OOO이 있다’
표정훈 출판평론가 심사평
넓게 보면 출판편집은 편집자와 텍스트, 저자ㆍ번역자, 디자이너, 독자, 출판 시장 나아가 사회ㆍ문화 현실과의 커뮤니케이션, 즉 소통이다. 편집자는 그 모든 소통을 체계적, 종합적으로 조율하는 코디네이터(coordinator)이자 함께 협력하여 조정하는 사람이다. 한국출판문화상 편집 부문의 취지는 책의 만듦새를 가꾸는 기술로서의 편집은 기본이거니와 기획을 포함하는 소통으로서의 출판 편집까지 아우른다.
수상 도서 ‘어딘가에는 OOO이 있다’ 다섯 권은 강원 고성 온다프레스, 충북 옥천 포도밭출판사, 대전 이유출판, 전남 순천 열매하나, 경남 통영 남해의봄날 등 다섯 출판사들 간 소통의 성과다. 장정(裝幀)은 통일성 속의 다양성을 성취했다. 한 권을 갖추면 다른 책들도 갖추고 싶다. 각각의 주제는 지역에 바탕을 두면서도 지역을 뛰어넘는 보편적 공감대를 이룩했다.
후보작이었던 길출판사의 ‘상용자해’는 없는 한자를 새로 만들어 넣어야 했다. 폰트 문제도 해결해야 했다. 번역서지만 사전이기에 겪어야 하는 편집 작업의 지난함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은행나무의 ‘1만 1천 권의 조선’, 역사비평사의 ‘문안 편지 한 장으로 족합니다’는 도판과 텍스트가 정연하게 자리 잡아 아름답게 어울리는 편집의 공력을 보여주었다. 이상 세 책 모두 심사위원 다수의 지지를 받았다.
푸른역사의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은 2010년 1차분 출간 이후 12년 만에 총 25권으로 완결됐다. 국내서와 번역서를 불문하고 시리즈 하나를 10년 이상 이끌며 출간해낸다는 것은 상찬받아 마땅한 종합적 편집 역량이다. 주니어RHK의 ‘도시 식물 탐험대’는 만화 페이지, 쉽고 정확한 설명 부분, 세밀화 등이 잘 어우러진 편집 수작이다.
최종 후보 열 권은 우열을 가리는 대상이 아니라 각각의 특성을 판단하는 대상이었다. 심사위원회는 그러한 판단의 결과 ‘어딘가에는 OOO이 있다’가 갖춘 특성에 먼저 경의를 표하기로 하였다. 저자는 책을 쓰지 못한다. 다만 글을 쓸 수 있다. 책은 편집자가 만든다. 모든 편집자들에게 감사드린다.
표정훈 출판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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