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이박사와 뉴진스를 넘나들어" 깐깐한 귀 사로잡은 250 '뽕'
알림

"이박사와 뉴진스를 넘나들어" 깐깐한 귀 사로잡은 250 '뽕'

입력
2022.12.29 04:30
20면
0 0

대중음악평론가 11명이 뽑은 올해의 앨범

프로듀서 겸 작곡가 250. 비스츠앤네이티브스 제공

프로듀서 겸 작곡가 250. 비스츠앤네이티브스 제공

2022년 대중음악계 키워드는 ‘회복’과 ‘성장’이라 할 만하다. 2020년 초부터 전 세계 음악 산업에 치명타를 안겼던 팬데믹이 엔데믹으로 전환해가면서 문이 닫혔던 콘서트장이 다시 관객을 맞았고 K팝은 세계 곳곳으로 뻗어나갔다.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스트레이 키즈 등 K팝 대표주자들은 빌보드에서 미국 팝스타들과 당당히 어깨를 겨루게 됐고, 뉴진스·아이브·르세라핌 등 4세대 여성 그룹들은 단숨에 세대교체를 이루며 K팝 성장의 또 다른 주역이 됐다. 조용필·송골매·빛과소금·최백호 등 노장들이 앨범과 신곡, 콘서트 등으로 돌아오는 사이 검정치마·허클베리핀·세이수미·글렌체크·장기하 등 인디 음악계의 굵직한 이름들도 새 앨범을 내며 건재를 알렸다.

올해 한국 대중음악을 이야기할 때 어떤 앨범부터 언급해야 할까. 대중음악평론가들이 꼽은 최고의 앨범들은 어떤 것일까. 11명의 평론가가 보내온 명단은 K팝에서 힙합, 일렉트로닉, 재즈, 뮤지컬까지 다종다양했다.

11인의 평론가가 선정한 올해의 앨범들 중 가장 많이 언급된 작품은 프로듀서이자 작곡가인 250의 ‘뽕’이다. 5명이 올해 꼭 들어봐야 할 앨범으로 꼽았다. 250은 래퍼 이센스의 비트를 만들고 NCT 127, 있지(ITZY) 등 K팝 그룹의 곡에 프로듀서로 참여하며 이름을 알린 음악가. 자신의 이름을 내건 앨범으로 평단의 극찬을 받은 한편 신인 걸그룹 뉴진스가 지금까지 발표한 5곡 중 4곡의 작곡과 편곡을 맡아 이들의 성공을 견인하기도 했다.

250이 7년간 공들여 제작한 ‘뽕’은 트로트의 하위 장르인 뽕짝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뽕’을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의 화법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평론가들은 “힙스터를 위한 트로트 앨범”(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 교수) “이박사부터 뉴진스까지를 오가는 전방위 프로듀서의 한국식 라운지 음악”(김학선 평론가) 등의 평가와 함께 ‘뽕’을 올해의 앨범 중 하나로 꼽기에 주저하지 않았다. 정원석 평론가는 “250은 K팝 작곡가이자 프로듀서로도 활동 중인데 개인 앨범은 상업성이나 트렌드를 뒤집어 작가주의적 면모를 보인다”며 “우리나라 트로트와 뽕짝에 대한 연구서나 논문 같은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룹 뉴진스. 어도어 제공

그룹 뉴진스. 어도어 제공

신인 그룹으로 돌풍을 일으키는 뉴진스는 K팝의 성장과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250이 참여한 뉴진스의 데뷔작인 미니앨범 1집 ‘뉴 진스’가 평론가들의 사랑을 독차지한 이유다. 김도헌 평론가는 “K팝 걸그룹이 이제는 뉴진스 전과 후로 나뉠 것”이라고 말했고, 이규탁 교수도 “1집은 복고적인 감성과 트렌디함, 대중성을 모두 아우른 작품이며 수록곡 네 곡 모두 타이틀 곡으로 해도 좋을 만큼 하나하나 뛰어나다”고 높게 평가했다.

악뮤의 절반인 이찬혁의 첫 솔로 앨범 ‘에러(Error)’도 두루 호평을 받았다. ‘에러’는 이찬혁이 자신의 죽음을 상상하며 삶을 성찰한 콘셉트 앨범. 정민재 평론가는 “앨범 발표 당시 기행이 부각되면서 음악 자체가 주목받지 못한 측면이 있다”면서 “이찬혁이 자신이 하고 싶었던 것과 개성을 펼쳐낸 앨범인데 영화나 드라마 한 편을 본다는 생각으로 첫 곡부터 마지막 곡까지 들어보길 권한다”고 말했다.

인디 음악계에선 조휴일의 1인 프로젝트 밴드 검정치마가 낸 ‘틴 트러블스(Teen Troubles)’허클베리핀의 ‘더 라이트 오브 레인(The Light of Rain)’, 콩코드의 '초음속 여객기' 등이 많은 지지를 받았다. 조휴일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틴 트러블스’를 두고 김작가 평론가는 “아무도 앨범을 듣지 않는 시대에 18곡을 투자해 만든 펑크록 틴에이지 오페라”라고 정의했다. 서정민갑 평론가는 ‘더 라이트 오브 레인’을 올해의 앨범 중 하나로 꼽으며 “허클베리핀은 20년 이상 활동하면서 단 하나의 앨범도 허술하게 만들지 않은 밴드”라며 “매번 음악적인 변화를 보여주는데 이번 앨범도 이전과 다른 사운드를 들려주면서 기후위기 등 사회적 발언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검정치마의 앨범 '틴 트러블스' 커버 이미지. 비스포크 제공

검정치마의 앨범 '틴 트러블스' 커버 이미지. 비스포크 제공

평론가들의 ‘올해의 앨범’ 명단을 보면 올 한 해 얼마나 다양한 장르에서 수작들이 배출됐는지 알 수 있다. 기타리스트 하헌진의 포크 블루스 앨범 ‘너의 행복’을 꼽은 이대화 평론가는 “삶이 배어 있는 진솔한 스토리텔링”을 장점으로 언급하며 “멜로디와 사운드가 대중적이면서도 세련돼 블루스가 낯설더라도 충분히 즐길 만한 앨범”이라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재즈 전문지 재즈피플의 김광현 편집장은 재즈 밴드 만동의 두 번째 앨범 ‘빅 선(Big Sun)’을 올해의 앨범 중 하나로 꼽으며 “기타, 드럼, 베이스 3명의 유기적 연주가 온몸을 휘감는데 아티스트의 호흡이 느껴지는 녹음도 훌륭하다”고 설명했다.

뉴진스처럼 돌풍을 일으키진 못했지만 K팝에서도 여러 좋은 앨범들이 나왔다. 방탄소년단 리더 RM의 첫 정규 솔로 앨범 ‘인디고’는 그중에서도 단연 두각을 보인 작품으로 꼽힌다. 박희아 평론가는 “사랑하는 삶에 바치는 사랑스러운 음악들로 가득한 작품”이라며 “장르는 다양하고 감정은 널뛴다. 슈퍼스타의 삶에 공감하기는 어려워도 인간 김남준에게는 공감할 수밖에 없는 앨범”이라고 평했다.


대중음악 평론가 11인의 '올해의 앨범 5' (평론가는 가나다순, 앨범은 무순)


■김광현

송영주 'Atmosphere', 유태성 '미켈란젤로', 만동 'Big Sun'

김유진 '한 조각 그리고 전체', 신노이 'Illumination'


■김도헌

뉴진스 '뉴 진스', 이찬혁 'Error', 글렌체크 'Bleach'

빅나티 '낭만', 큐 더 트럼펫 '기분세탁'


■김작가

허클베리핀 'The Light of Rain', 검정치마 'Teen Troubles'. 콩코드 '초음속 여객기'

뉴진스 '뉴 진스', 이찬혁 'Error'


■김학선

250 '뽕', 강태구 'Farerwell To O', 검정치마 'Teen Troubles'

송영주 'Atmosphere', 아키텍쳐 'Rationalis Impetus'


■박희아

RM 'Indigo', 레드벨벳 'The ReVe Festival 2022 - Feel My Rhythm'

(여자)아이들 - 'I Never Die',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2021 코리안 캐스팅 레코딩

정세운 'Where Is My Garden!'


■서정민갑

250 '뽕', 세이수미 'The Last Thing Left', 황푸하 '함께부르기'(악보집)

김영후 '범인류적 유산', 허클베리핀 'The Light of Rain'


■이규탁

이찬혁 'Error', 250 '뽕', 윤하 'End Theory: Final Edition'

RM 'Indigo', 뉴진스 '뉴 진스'


■이대화

박소은 '재활용', 글렌체크 'Bleach', 선과영 '밤과낮'

하헌진 '너의 행복', TRPP 'Here To Stay'


■정민재

이찬혁 'Error', 검정치마 'Teen Troubles', 태연 'INVU'

250 '뽕', 원필(데이식스) 'Pilmography'


■정원석

250 '뽕', 콩코드 '초음속 여객기', 마리아킴 'Stellive Vol.16 Two for the Road'

세이수미 'The Last Thing Left', 넉살X까데호 '당신께'


■최규성

베이빌론 'Ego 90's Part 1', 이찬혁 'Error' , 방탄소년단 'Proof'

장기하 '공중부양', 콩코드 '초음속 여객기'


고경석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