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민주노총 건설노조 부산건설기계지부를 '사업자단체'로 판단해 과징금 1억 원을 부과한 것과 관련해 특수고용(특고) 노동자를 개인사업자로 볼 것인지, 노동자로 볼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노동자성과 사업자성의 경계가 모호한 특고 노동자가 노동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공정위의 이번 조치가 특고 노조의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29일 노동계에 따르면 공정거래법에 따라 시장 질서를 규율하는 공정위가 건설노조에 과징금을 부과한 이유는 건설노조 조합원을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로 봤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앞서 28일 민주노총 건설노조 부산건설기계지부가 "한국노총 소속 사업자를 건설 현장에서 배제하라"고 건설사를 압박했다는 이유로 과징금 1억 원을 부과했다. 노조원 개인이 노동자가 아니라 사업자이기 때문에 이들의 공동 행동은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정당한 행위'가 아니라 '담합'이라는 뜻이다. 공정위가 특고 노조에 대해 이런 판단을 내린 것은 처음이다.
근로계약이 아닌 도급·위임·위탁계약을 맺는 특고 노동자는 그 특수성 때문에 그간 노동자로도, 사업자로도 인식돼 왔다. 사용자와 근로계약을 맺고 일하는 것이 아니라 별도 사업자 등록 후 사용자와 계약을 맺고 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이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법원 판결 및 행정 해석이 이어졌다. 노조법의 근로자성뿐 아니라 2019년 배달기사와 2020년 '타다' 기사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의 근로자성까지 인정됐다. 지난해 특고 노동자들의 고용보험 가입까지 의무화되면서 근로자성 인정 경향성은 더욱 강해졌다. 이에 힘입어 최근 들어 택배노조, 대리운전노조, 라이더유니온 등 다양한 특고 노조들이 설립되고 있다.
그러나 공정위가 특고 노동자성에 제동을 걸면서, 앞으로 이를 둘러싼 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정위의 판단은 경제법적 관점이었던 것 같다"면서도 "사법기관 판단이 아니기 때문에 반박의 여지가 있고, 앞으로 갈등 소지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앞으로 다양한 직종이 생길 텐데 지금과 같이 노동자성 여부에 따라 법 적용이 달라지는 행태에선 벗어나야 한다"며 "예전엔 특고 노동자들이 일부 특수 집단이었지만 지금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는 계속 터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정위의 이번 판단이 선례로 자리 잡을 경우 화물연대 등 다른 특고 노동자들의 노조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 특히 2010년대 이후 고용이 불안정한 플랫폼 노동자들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시장 전체에 파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주임교수는 "특고 노동자들이 노조를 통해 그나마 교섭력을 가질 수 있었던 건데, 이렇게 되면 이들은 자신의 노동력에 매기는 가격에 대해 개입을 할 수 없게 된다"며 "양극화와 이중구조 문제를 해소해야 하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장치로 마련돼 있던 관행마저 차단한다면 노동자 권리는 무력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공정위 주장은 골프장 캐디, 학습지 교사, 택배운송 기사 등 특고 노동자들에게 악용될 수 있다"며 "노동자성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이들이 사업주나 정부의 부당 대우에 반대해 일손을 놓았을 때, 입맛에 따라 이들을 사업자로 규정하고 불공정 담합행위로 조사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오랜 시간에 걸쳐 노동자성을 인정받은 특고 노동자의 기본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다운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는 "노동조합은 일반적인 사업자단체와 동일하게 다뤄질 수 없으며, 노조법은 물론 헌법상 노동3권에 의해서라도 공정위가 심의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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