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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치료비 걱정 없는 나라’는 아직 멀었나?

입력
2022.12.30 13:00
수정
2022.12.30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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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치료비', 암 환자의 가장 큰 걱정거리

혁신적인 항암 신약이 속속 개발되고 있지만 건강보험 재정 여건 등으로 인해 암 환자가 제대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게티이미지뱅크

혁신적인 항암 신약이 속속 개발되고 있지만 건강보험 재정 여건 등으로 인해 암 환자가 제대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28일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가 최신 암 통계 자료인 ‘2020년 국가암등록통계’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020년에 새로 암 진단을 받은 환자가 24만7,952명이었고, 암에 걸려 있는 암 유병자는 228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로 볼 때 기대 수명인 83.5세까지 산다면 우리가 암에 걸릴 확률은 36.9%로, 3명 중 1명 이상에게 암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됐다. 암은 여전히 우리 곁에 가까이 있는 질병이다.

다행히 암 환자 생존율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최근 5년간(2016∼2020년) 암 환자의 5년 상대 생존율은 71.5%로, 직전(2015∼2019년) 5년 상대 생존율 70.7%보다 0.8%포인트 증가했다. 또한 2020년 전체 암 유병자 228만 명 가운데 진단 뒤 5년을 넘겨 생존한 환자는 137만 명(60.1%)으로 전년에 비해 10만 명 정도 늘었다.

암에 걸리면 죽음에 대한 공포와 불안, 가족과 직장에 대한 걱정, 치료 스트레스 등 다양한 정신적 고통을 겪기 마련이다. 수술과 방사선, 항암제 치료 과정에서도 다양한 부작용으로 심신이 찌들게 된다.

이 가운데 암 환자를 가장 괴롭히는 것이 바로 ‘치료비’인 것으로 조사됐다. 국립암센터가 성인 남녀 2,000명에게 조사한 결과, 암에 걸리면 ‘치료비 부담(33%)’이 ‘죽음에 대한 두려움(17.6%)’보다 더 걱정된다고 답했다.

이전 정부부터 암 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꾸준히 이어졌다. 암 환자 본인 부담률을 줄여 진료비 부담을 완화해주는 ‘암 환자 산정 특례’ 제도가 대표적이다. 이 제도로 암은 물론 관련 합병증으로 입원하거나 외래 진료를 받을 때 본인 부담이 크게 줄었다.

또한, 올 들어서는 항암 신약 28개가 건강보험에 새로 등재되거나 급여 기준이 확대되면서 적지 않은 암 환자에게 혜택이 돌아갔다.

면역 항암제인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한국MSD)’와 ‘티쎈트릭(아테졸리주맙·한국로슈)’이 올 1월부터 비소(非小)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건강보험 적용이 확대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동안 비소세포폐암 환자는 5년 생존율이 더 높은 이들 면역 항암제를 건강보험 적용을 받으려면 백금 기반 항암화학요법 치료제인 도세탁셀을 먼저 사용해야 했다.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로즐리트렉(엔트렉티닙·한국로슈)’과 ‘비트락비(라로트렉티ㆍ바이엘코리아)’ 등 NTRK 유전자 융합 고형암 치료제, 이른바 ‘암종 불문 항암제’도 건강보험 적용을 받게 됐다.

이 밖에 호르몬 반응성 전이성 전립선암 치료제 ‘얼리다(아팔루타마이드ㆍ한국얀센)’가 이달 초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급여 관문인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이들 고가 항암 신약에 잇따라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4,700억 원의 재정 부담이 늘어나게 됐다. 그러나 여전히 혁신적인 항암 신약의 건강보험 등재 및 급여 확대 속도가 환자의 절박함을 따라오지 못한다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만성골수성백혈병 신약 ‘셈블릭스(애시미닙ㆍ한국노바티스)’와 골수섬유증 신약 ‘인레빅(페드라티닙ㆍ한국BMS제약), 유방암 치료제인 ‘너링스(네라티닙ㆍ빅씽크)’, 폐암 신약 ‘렉라자(레이저티닙ㆍ유한양행)’ 등 고가의 항암 신약이 줄줄이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너링스는 조기 유방암 환자의 연장 보조 치료제로, 호르몬 수용체 양성·HER2 수용체 양성인 조기 유방암 환자로 이전에 수술 후 보조 요법으로 허셉틴(트라스투주맙ㆍ로슈) 기반 치료 완료일로부터 1년 이내인 환자에게 연장 보조 치료제로서 단독 투여하는 약제다. 렉라자는 유한양행이 개발한 국산 항암 신약으로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변이가 있는 제3세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다.

이처럼 초고가 항암 신약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는데, 환자가 적은 비용으로 치료를 받으려면 빨리 건강보험 급여 적용 및 확대가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 현재와 전혀 다른 방식을 통한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암 등 중증 질환자의 본인 부담액이 5%여서 건강보험 재정에서 95%를 부담하므로 재정 악화가 필연적이다. 따라서 건강보험을 더 걷거나, 다른 세금에서 지원받거나, 암 기금을 마련하는 등 획기적인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또한 정부가 혁신적인 신약 가격을 외국보다 낮게 책정하려 해 글로벌 제약사가 신약의 국내 도입을 꺼리는 상황이어서 암 환자가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분석 데이터(IQVIA)에 따르면, 전 세계 허가된 신약 가운데 ‘A7 약가 참조국(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은 평균 58%의 신약을 환자가 사용하는 반면, 한국은 35%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암 치료를 위한 혁신적인 신약을 건강보험에 등재하는 데 건강보험관리공단과 제약사가 투약 결과에 대한 부담을 공동 부담하는 ‘위험분담제(RSA)’를 확대 개편하거나, 먼저 건강보험에 등재한 뒤 경제성을 평가하는 등 새로운 방식 도입을 고민할 때다.

위험분담제는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시행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달리 건강보험관리공단이 제약사로부터 약제비 환급액을 받아 환자에게 지급하는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를 위해 저소득층에게는 본인 부담금을 줄여주는 반면 고소득층에게는 약제비 환급액을 줄이는 방향을 학계에서 제시하고 있는데 정책 당국도 이런 방식 도입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혁신적인 항암 신약이 개발돼도 너무 비싸서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억울한’ 일은 없어야 하는데 ‘암 치료비 걱정 없는 나라’는 아직 먼 셈이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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