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맥·심근경색·뇌졸중 등 심뇌혈관 질환 위험 높아
한겨울이지만 하루 일교차가 10도 내외를 기록할 정도로 기온이 들쭉날쭉하다. 특히 실내외 온도차가 커 하루에도 몇 번씩 몸이 추웠다 더웠다 하기를 반복하기 마련이다.
이럴 때 몸에서는 다양한 변화가 일어난다. 몸이 쉬이 피로하고 면역력이 떨어져 감기ㆍ독감 등 호흡기 질환과 부정맥ㆍ심근경색ㆍ뇌졸중 같은 심·뇌혈관 질환에 노출되는 사람이 급증한다. 일교차가 커질 때 조심해야 할 질환을 알아본다.
◇고혈압이라면 ‘고혈압성 뇌출혈’ 위험
우선 혈압 변동은 자칫 응급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혈압은 온도와 상관관계가 높다. 온도가 1도 내려갈 때마다 수축기(최고) 혈압은 1.3㎜Hg, 확장기(최저) 혈압은 0.6㎜Hg 올라간다. 평소보다 기온이 10도 내려간다면 혈압은 13㎜Hg 상승한다는 뜻이다. 또 혈액이 진해지고 지질 함량이 높아지면서 혈액 흐름에 장애가 생기고 혈관을 막는 혈전까지 생길 위험도 높아질 수 있다.
김수중 경희대병원 심장혈관센터 교수는 “우리 몸이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외부로 열이 발산되는 것을 막으려다 보니 혈관이 수축하면서 혈압이 자연스럽게 올라가게 된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갑자기 추위에 노출되면 심장에 무리가 가면서 응급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고혈압 환자는 외부 온도 변화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고혈압으로 이미 약해져 있던 작은 혈관이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파열돼 뇌출혈까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고혈압성 뇌출혈’이라고 한다.
최미선 인제대 상계백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고혈압성 뇌출혈의 30일 이내 사망률이 30~50%로 높은 편”이라며 “대부분 일상생활을 하다가 많이 발생하므로 두통ㆍ구역ㆍ구토ㆍ어눌한 말투ㆍ한쪽 팔다리 마비ㆍ시야 장애ㆍ점진적인 의식 저하 등 뇌출혈 의심 증상을 알아두고 이 같은 증상이 발생하면 즉시 병원 응급실로 가야 사망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했다.
고혈압성 뇌출혈은 출혈 위치와 출혈량에 따라 신속한 치료가 필요하다. 최미선 교수는 “수술할 정도가 아니라면 복용 중이던 항혈전제 중단, 고혈압제 투여를 통한 혈압 강하 등을 시행하며 출혈량이 많거나 뇌압이 상승해 사망 위험이 있으면 수술해야 한다”고 했다.
따라서 일교차가 크면 추위에 갑자기 노출되는 것을 피하고 외출할 때 체온을 유지할 수 있는 모자ㆍ목도리 등을 챙기는 것이 좋다.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새벽과 아침에는 외부 활동을 자제해야 한다.
혈압도 아침과 저녁에 한 번 이상 같은 시간에 측정하는 것이 좋다. 혈압이 잘 조절될 때는 1주일에 3일 정도, 약을 바꾸는 시기라면 적어도 5일 동안 재야 한다.
◇일교차 10도 이상 되면 심혈관 질환 위험
일교차가 10도 이상 차이 나면 심혈관 질환에 노출될 위험이 급증한다. 갑작스러운 기온 변화에 신체가 적응하는 과정에서 심장에 무리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처럼 심장박동이 불규칙해지는 병이 바로 ‘부정맥(不整脈ㆍarrhythmia)’이다. 맥박은 빠르기에 따라 분당 60회 이하로 떨어지면 서맥(徐脈), 100회가 넘으면 빈맥(頻脈)이라고 한다.
부정맥은 갑자기 심장이 두근두근하고, 쿵쾅쿵쾅하는 것 같다거나, 심장이 불규칙적으로 탕탕치는 듯하고, 가슴 속에서 심장이 한 번이나 연달아 덜컹대는 듯한 증상이 나타난다.
맥 빠짐, 흉부 불쾌감, 호흡곤란, 어지러움, 실신, 피로감 등이 생길 수도 있다. 증상이 애매해 예민하거나 정신 질환이 있다고 오인받기도 한다. 부정맥 합병증으로 목숨을 잃거나 영구 장애가 생길 수 있다.
부정맥의 가장 흔한 유형은 심장 박동이 비정상적으로 빠른 빈맥에 속하는 심방세동(心房細動ㆍatrial fibrillation)이다. 심방세동이 생기면 돌연사 가능성이 높고, 뇌졸중도 일반인보다 5배가량 많이 발생한다.
가장 심각한 부정맥은 심실세동(心室細動ㆍventricular fibrillation)으로 전조 증상 없이 나타나 돌연사(급성 심장사)할 수 있다. 5분 이내 심폐소생술(CPR)을 받지 못하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
가장 가벼운 부정맥은 조기 수축이다. 정상적으론 위대정맥과 우심방 접합부에 있는 ‘동방 결절(洞房結節ㆍsinoatrial node)’에서만 전기가 만들어지는데 심방이나 심실에서 정상 맥박보다 빨리 전기를 만들어 엇박자가 생기는 것을 말한다.
부정맥으로 진단되면 약물로 대부분 치료할 수 있다. 노태호 노태호바오로내과의원 원장(가톨릭대 명예교수)은 “심방세동의 경우 이를 제거하고 심장 리듬을 정상화하거나, 이를 놔둔 채 경구용 항응고제(와파린, NOAC)를 투여해 혈전을 예방하는 조치를 시행한다”고 했다.
부정맥을 진단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심전도 검사’다. 심전도 검사는 팔다리와 가슴에 전극을 붙여 심장의 전기 활동을 기록하는 검사로 보통은 누워서 10초 동안의 리듬을 기록한다. 일상생활을 하면서 24~48시간 동안 심전도 검사를 하는 ‘홀터 모니터(holter monitoring)’도 있다.
하지만 부정맥은 간헐적으로 갑자기 생길 때가 많아 병원에서 10초 동안 찍는 심전도 검사나 24시간 홀터 심전도 검사로는 진단하기가 쉽지 않다.
최수연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순환기내과 교수는 “심방세동 초기에는 부정맥이 간헐적으로 발생하고, 심방세동 환자의 20~30%는 무증상이어서 며칠 동안 연속 측정하는 패치형 연속 심전도 검사가 매우 유용하다”고 했다.
◇알레르기성 비염ㆍ천식ㆍ통풍도 조심해야
일교차가 커지면 감기에 노출되기 쉽다. 추우면 감기에 잘 걸린다고 여기지만 사실 추위 자체는 감기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다.
환절기처럼 기온 차가 10도 이상 벌어지거나 난방을 과하게 해 실내·외 온도 차이가 많이 나면 체온 균형이 깨지면서 감기에 쉽게 걸린다.
호흡기 점막이 건조하면 바이러스나 세균, 먼지 등에 대한 방어 능력이 떨어진다. 실내 온도는 20~22도, 습도는 40~60%로 유지하는 게 좋다.
수면의 질도 감기에 영향을 미친다.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을 2~8%만 줄여도 숙면을 취하는 사람에 비해 감기에 걸릴 확률이 5배나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받는 사람도 감기에 걸릴 확률이 2~3배 높다고 한다.
조수현 중앙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일교차가 심할 때 외출 후 반드시 손을 씻고 양치질을 하는 등 개인 위생 관리가 중요하며, 평소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어 몸의 저항력을 길러야 한다”고 했다.
감기는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낫지만 3주 이상 계속되면 병원을 찾아 합병증이 생긴 것은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 8주 이상 기침을 오래 할 때는 단순한 감기가 아닐 가능성이 있어 천식이나 기관지염, 폐렴, 결핵 등을 염두에 두고 전문 의료진을 찾아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이세원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콧물이 자주 목 뒤로 넘어가고 잠자리에 누웠을 때 기침이 심해지는 등의 증상이 있으면 후비루가 만성 기침 원인일 수 있고, 저녁을 늦게 먹거나 술·커피를 많이 마신 날 잠자다가 발작적으로 기침하면 위산이 기도로 역류해 기침이 나오는 역류성 식도염을 생각해 봐야 한다”고 했다.
또한, 일교차 심하면 통풍(痛風)도 잘 발생한다. 통풍은 요산이라는 물질이 제대로 대사되지 않고 몸에 쌓여 자가염증반응이 일어나는 일종의 대사 질환이자 자가 염증 질환이다.
송정수 중앙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통풍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과음, 과식, 운동 부족 등 나쁜 습관을 교정해야 한다”고 했다. 통풍 환자가 피해야 할 대표적인 술은 맥주지만, 통풍 발생 위험은 술을 많이 마실수록 커지므로 어떤 종류의 술이든 많이 마시지 않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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