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게이트, 자회사 세워 인디게임 지원
자살예방게임 '30일'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수상
"돈 안 돼도 개발자 창의성·사회적 가치 중시"
#. 지난해 11월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열린 대한민국 게임대상에는 자살예방게임 '30일'을 만든 더브릭스의 이혜린 대표가 수상대에 올랐다. 게임을 전공한 이 대표는 대형 게임사 입사 대신 사회적 가치를 지닌 게임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창업을 했다. 꼬박 2년이 걸려 2021년 자살예방게임을 세상에 내놨고, 대한민국 게임대상 굿게임상을 받았다.
#. 한국에서 알아주는 대형 게임사에 다녔던 양성현 캣도어즈 대표. 지금은 '귀여움'과 '호기심'이라는 키워드로 게임을 만드는 인디게임 개발사 대표다. 높은 연봉을 뒤로한 채 대형 게임사를 박차고 나온 이유는 단 하나. "내가 개발하고 싶은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열정 때문이다. 캣도어즈의 작품 블랙 아카데미는 글로벌 1위 플랫폼 스팀을 통해 공급되며 세계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지난달 29일 만난 두 사람의 이야기는 언뜻 보기엔 젊은 게임 개발자들의 열정이 돋보이는 도전기처럼 들렸다. 하지만 이들에겐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국내 대형 게임사 스마일게이트의 도움 속에 성장한 '인디게임 회사'라는 점이다.
인디게임은 당장의 상업성은 떨어져도 게임의 사회적 의미와 개발자의 창의성이 크다는 특징을 지닌다. 제대로 된 시장 규모를 평가하기에도 미비한 수준이다. 2021년 사상 첫 1조 원대 매출액에 진입한 스마일게이트는 2016년부터 자회사 '스토브'를 설립해 인디게임 육성에 나섰다. 또 국내 게임사로는 유일하게 인디게임 전용 유통 플랫폼인 '스토브인디'도 운영하고 있다. 스마일게이트는 왜 당장 돈도 안 되는 인디게임 키우기에 나선 걸까.
"인디게임 키우는 것이 미래에 대한 투자"
한영운 스토브 대표는 인디게임을 키우는 이유를 두고 ①게임업계 상생과 ②미래 가치에 대한 투자라고 설명했다. 대형 게임사로서의 사회적 역할은 물론, 스마일게이트의 파트너로 인디게임을 발굴·육성한다는 설명이다. 게임사로 보내는 예산 규모는 기간과 작품 규모에 따라 다양하지만, 기본적으로 투자 유치부터 게임 제작, 유통, 홍보까지 스토브가 든든하게 버팀목 역할을 한다.
한 대표는 "과거 스마일게이트도 작은 벤처 게임사에서 시작했다"면서 "게임을 만드는 각각의 단계에서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잘 알고 있어 효과적으로 인디게임을 지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게임 개발자의 창의성을 살리고 유망한 게임사와 함께 생존하는 것이 스마일게이트의 미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초기 투자와 유통을 도운 인디게임이 성공하면 스마일게이트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인디게임에 담긴 사회적 의미에도 주목하고 있다. 더브릭스의 '30일'은 고시원 총무가 자살하려는 사람들의 신호를 읽고 그 죽음을 막아내는 스토리다. 이용자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결론은 달라진다. 캣도어즈 게임 '블랙 아카데미'는 과도한 야근, 직장 내 사적 심부름 등 캐릭터가 겪는 다양한 고충을 게임 속에서 해결한다. 한 대표는 "인디게임은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사회적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금 유치·게임 유통 도움 받아"
스마일게이트의 인디게임 육성 정책은 인디게임 저변이 넓어지는 데 있어 성과를 내고 있다. 이혜린 대표는 "자살 사망자의 92%는 미리 신호를 보낸다"면서 "게임으로 자살 징후를 배우면 사회 문제 해결에 보탬이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디어는 자신 있었지만 자금을 구하는 게 어려웠다"며 "스토브의 인디게임 지원책으로 활로를 뚫고 게임 개발을 마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환경보호를 테마로 한 또 다른 인디게임을 준비하고 있다.
양성현 대표는 "스토브를 통해 게임의 완성도를 높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개발 과정에서 작은 개발사의 힘으로는 하기 어려운 여러 테스트를 지원받아 많은 오류를 잡아냈다"며 "게임이 나온 뒤엔 이벤트 페이지도 만들어 주고 각종 심의에 필요한 비용도 지원해 줬다"고 전했다. 한 대표는 "게임의 성공은 개발자들의 창의성이 얼마나 뒷받침받느냐에 달려 있다"며 "겉보기식 지원이 아니라 꼭 필요한 도움을 주려고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인디게임사와 함께 세계시장 진출 추진"
스토브는 게임 유통 플랫폼 스토브의 글로벌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스토브 안에 인디게임 전용관이 들어 있는 만큼, 스토브가 글로벌에서 성과를 내면 세계무대에서 국내 인디게임의 경쟁력도 높아질 수 있다. 한 대표는 "스토브 글로벌 도전을 염두에 두고 인재 영입과 서비스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물론 이때도 인디게임과의 상생은 핵심 키워드다. 세계 게임 플랫폼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스팀과 경쟁하기 위한 생존 전략이기도 하다. 한 차례 게임사를 운영하다 실패했지만 재기했다는 김현석 더블에이게임즈 대표는 "스토브는 스팀보다 수수료가 절반 정도밖에 안 될 정도로 저렴하다"며 "한글화 작업이나 영업 부분에서도 스토브가 신경을 많이 쓴다"고 평가했다. 한 대표는 "좋은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한 국내 인디게임사들이 더 넓은 곳에서 활약할 수 있게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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