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사주' 의혹 허위 논란 보고서 내용 확인
조성은 휴대폰 포렌식 수사관 면담 내용 기재
텔레그램의 '손준성 보냄' 4가지 가능성 적혀
면담 대상자는 재판서 "그렇게 답한 적 없어"
"이론적 질문을 구체 사건으로 포장 땐 문제"
검찰 "텔레그램 구동원리 정리... 문제 없다"
김웅 사건 주임검사 고발... 공수처 수사 착수
검찰이 '고발 사주' 의혹에 연루된 김웅 국민의힘 의원을 불기소 처분하는 과정에서 면담 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한국일보가 문제의 보고서 내용을 확인했다. 손준성 검사와 김 의원에게 유리하게 해석될 수 있는 내용이 기재된 것으로 드러났지만, 정작 면담에 응한 검찰 수사관은 자신이 말하지 않은 내용이 적혔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A4용지 3장 분량 보고서에는 김 의원 사건 주임검사인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의 이희동 부장검사가 지난해 8월 29일 수사관 A씨를 면담한 내용이 담겨 있다. A씨는 2021년 고발 사주 의혹 제기 당시 검찰의 1차 수사에서 제보자(조성은)의 휴대폰 포렌식을 맡았다.
면담은 문답으로 정리됐다. 조씨 휴대폰의 텔레그램에서 '손준성 보냄' 문구가 적힌 고발장과 관련 자료가 찍힌 사진파일이 손 검사로부터 김 의원을 거쳐 조씨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상정 가능한 경우의 수는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이 적혔다. 면담 사유는 '손준성 보냄' 문구의 기술적 의미를 확인하는 차원이었다. 답변은 '4가지가 가능'이라 돼 있다. 구체적으로 '①손준성→김웅→조성은 ②손준성→제3자→김웅→조성은 ③제3자→손준성→김웅→조성은 ④제3자→손준성→다른 제3자→김웅→조성은'이라고 쓰였다.
이어 '손준성 보냄' 문구는 손 검사가 파일을 저장한 뒤 전달해 생긴 것이고, 손 검사가 최초 전송자가 아닐 수도 있는지에 관한 문의가 적혔다. 답변은 '③, ④가 가능해 손준성이 최초 전달자가 아닐 수 있다. 최초 전송자라고 해도 그 파일을 작성했다는 걸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였다. 면담 당시 공공수사1부 수사관 B씨가 배석했으며, 하루 뒤 B씨가 작성한 보고서를 이 부장검사가 날인했다. 보고서만 보면, 손 검사와 김 의원에겐 나쁘지 않은 내용이 적힌 셈이다.
허위 보고서 논란은 A씨가 지난달 초 손 검사 재판에서 이 부장검사와 면담할 때 보고서에 적힌 대로 답한 적이 없다고 밝히며 불거졌다. A씨는 법정에서 '손준성 보냄' 관련 4가지 가능성을 답했느냐는 손 검사 측 질문에 "이 부장검사가 임의로 나눈 듯하다. 제가 (답)한 건 아니다"고 했다. '최초 전송자가 손준성이 아닐 가능성' 역시 "그런 적 없다"고 했다. 보고서에는 최초 전송자가 손 검사가 아닐 수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어 손 검사 측은 유리한 답변을 듣고자 A씨를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정작 A씨는 법정에서 보고서 기재 내용이 잘못됐다고 말한 것이다.
고발 사주 의혹은 손 검사가 김 의원과 공모해 2020년 총선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과 검찰을 공격하던 여권 인사를 고발토록 사주해 선거에 영향을 주려고 했다는 게 골자다. 공수처는 지난해 5월 손 검사를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기면서 김 의원도 기소 의견으로 검찰로 이첩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뀐 뒤 재편된 검찰 수사팀은 고발장 전달 과정에 '제3자 개입' 가능성이 있다며 김 의원을 불기소 처분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A씨의 법정 진술로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제식구 감싸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허위보고서 작성 의혹을 부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보고서는 텔레그램의 일반적 구동 원리를 정리했고, 상정 가능한 전송 경로 중에 실제 경로는 다른 수사로 규명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을 적은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A씨가 말하지도 않은 내용이 보고서에 담겼다는 점에서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 부장검사 등이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로 고발됨에 따라, 실체적 진실 규명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맡겨졌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면담자 발언을 재정리하거나 추린 게 아니라, 하지도 않은 말을 적었다면 허위 작성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이론적인 걸 물어보고 특정 사건의 포렌식 담당자 답변을 구체적 사건으로 포장했다면 허위공문서 작성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전송 경로 확인이 필요하다고 보고서에 기재하고도 A씨를 면담한 지 한 달 만에 손 검사 등에 대한 조사도 없이 김 의원을 불기소한 점이 의아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실제로 손 검사 재판에선 김 의원 불기소 처분과 배치되는 증언도 나온다. 2021년 검찰 수사팀에 있었던 C수사관은 지난달 19일 재판 증인으로 나와 '고발장 초안 등이 손준성→김웅→조성은에게 전달되는 사실관계를 확정했느냐'는 재판장 물음에 "맞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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