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일자 언론 인터뷰에서 중대선거구제를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앞서 지난달 26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여야 위원들에게 2월까지 선거법 개정안 제출을 요구했다. 이를 계기로 여야가 진지하게 선거법 개정 논의를 시작하기 바란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대표성을 강화하기 위해 선거법을 개정했다가 위성정당 설립으로 오히려 거대 양당의 잇속만 차렸던 과오를 되돌려야 한다.
윤 대통령이 “전부 아니면 전무로 가다 보니 진영이 양극화되고 갈등이 깊어졌다”고 지적한 것처럼 현행 소선거구제는 제3당의 진입을 어렵게 해 양당제 구도를 고착화하고 결과적으로 정당 간 경쟁과 타협보다 적대적 정치를 부추기는 경향이 있다. 양당제와 다당제 중 어느 하나가 정답일 수는 없으나 현재 우리나라의 정치적 양극화와 국민적 분열이 심각하게 악화하는 것은 사실이다. 근본적으로 1등만 당선되는 소선거구제는 유권자 표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 지난 총선 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던 것은 대표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에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 편법을 동원하는 바람에 이러한 선거법 개정 취지를 무너뜨렸을 뿐이다.
선거법은 정치인들의 기득권과 밀접히 관련된 문제라 개정이 쉽지 않다. 그러나 여야 의원들이 함께하는 ‘초당적 정치개혁 모임’이 지난해부터 토론회를 열며 선거법과 헌법 개정 여론을 형성하고 있고, 민주당 영남지역 시·도당위원장들은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 선거법 개정 결의문을 당 지도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정치학자들과 시민들의 정치개혁 요구 목소리도 높다. 선거법 개정은 총선 1년 전인 올 4월까지 하도록 돼 있다. 김 의장은 국회의원 전원이 참석하는 전원위원회에서 논의하자는 제안도 했다. 이번만큼은 국회의원들이 사회적 요구를 반영해 제도 개선을 해내기 바란다. 우리나라 정치가 나아지도록 할 책임이 국회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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