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고양이 역장 다마
고양이 ‘다마(たま, 구슬)’가 2007년 1월 5일 일본 와카야마현 기시카와선 종착역인 기시역 종신 역장이 됐다. 고양이가 정식 직위에 임용된 것은 유난한 애묘 문화의 일본서도 유례없는 일. 다마의 근무일은 공휴일을 포함해 열차가 운행되는 모든 날이고 근무 시간도 사실상 하루 종일이지만 공식 급여는 숙식 및 간식 제공이 전부였다. 대신 규칙은 무척 느슨해서 내키지 않으면 출근하지 않을 수 있었고, 비공식적인 보상 즉 역 이용자들의 관심과 애정이 상당했다.
당시 기시역은 이용자가 적어 2003년 운영사인 난카이전철 측이 노선 폐지를 결정, 폐역이 될 운명이었다. 한 사기업이 경영권을 승계해 ‘와카야마전철’을 설립, 해당 역을 무인 역사로 전환하며 부지 내 창고를 철거해 도로와 광장으로 전환했다. 그 창고가 길고양이 다마의 집이었다.
졸지에 집을 잃은 다마를 거둔 역 구내매점 주인은 2006년 무인역사 개소식에 다마를 안고 가서 경영사 임원에게 다마를 역사 안에서 기를 수 있도록 청했다. 그렇게 다마는 역사에 머물게 됐고, 타고난 온순함과 사교성 덕에 이용객들의 사랑을 독차지하자 와카야마전철 측이 다마를 무인역사의 역장에 임명한 거였다. 정식 임명장이 교부됐고, 6개월여에 걸쳐 주문 제작한 역장 모자와 금색 명찰도 지급됐다.
다마의 역장 취임 소식은 일본 전역을 넘어 외신으로도 소개됐고, 다마를 보기 위해 일부러 찾아오는 이들이 한 해 10만 명에 육박하기도 했다. 다마 덕에 기시역이 명소가 되자 운영사는 다마를 슈퍼역장-울트라역장-와카야마전철 사장 대리로 잇달아 승진시켰다. 애묘 인구도 폭증, 다마는 ‘네코노믹스(Neko-nomics, 고양이 경제)’의 상징적 존재가 됐고, 고양이를 관광대사나 카페 명예 점장 등으로 임명하는 유사 사례도 잇달았다.
암컷 고양이 다마는 2015년 6월 신부전으로 숨졌고, 사측은 성대한 장례식 후 역사 부지에 아담한 신사를 지어 다마의 영을 모셨다. 지금도 후임 고양이들이 그 직을 세습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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