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세액공제 확대로 3조6000억 감소
법인·종부세 감소분 더하면 약 5조 원
경제 활성화를 위해 대규모 감세 정책을 쏟아내면서도 반도체 투자 지원엔 인색했던 기획재정부가 대통령의 검토 지시에 사실상 ‘백기투항’했다. 각종 감세안으로 국세 수입에 이미 빨간불이 켜진 상황에서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시설투자 세액공제 등을 추가한 것인데, 낙수효과가 제한적일 경우 재정 부담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기재부에 따르면 이번 세액공제율 확대로 내년 감소하는 세수는 3조6,500억 원이다. 올해 한시적으로 도입한 임시투자세액공제가 종료된 2025년부턴 1조3,700억 원으로 준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법인세·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개편에 따른 세수 감소분까지 합하면 내년엔 약 5조 원, 내후년부턴 약 6조 원이 덜 걷히게 된다. 400조 안팎으로 걷히는 국세의 1%가 넘는 규모다.
법인세·종부세 개편으로 줄어드는 세수는 올해부터 2027년까지 20조 원이다. 법인세가 13조7,000억 원으로 올해 4,000억 원, 내년부턴 매년 3조3,000억 원씩 준다. 종부세 세수는 올해 9,000억 원, 2024년부터 2027년까진 해마다 1조3,000억 원 감소한다.
당초 기재부가 투자세액공제 확대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한 것도 세수 부족 우려 때문이었다. 앞서 지난달 27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국내 반도체 세액공제는 특히 연구개발(R&D) 부문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대기업 투자 세액공제율을 10~20%까지 올리자는 정치권 주장을 반박했다.
대통령 지적에 떠밀려 부랴부랴 투자세액공제 확대에 나섰지만 세수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에 대해선 기재부도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투자 확대로 수출·일자리·기업 매출이익이 늘면 세수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추 부총리)는 두루뭉술한 설명이 전부다. 세액공제 혜택 확대로 기업 투자가 늘고 일자리가 확대되면 법인세·소득세액이 늘어 세액공제 확대에 따른 세수 감소분을 만회할 수 있을 거란 '낙수효과'에 기대는 셈인데, 올해 전 세계적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장밋빛 기대’에 그칠 공산이 크다.
마땅한 돌파구가 없다 보니 기재부 내부에선 “추가 세원을 발굴해 세수 부족분을 채워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윤석열 정부가 강조해 온 감세 기조와 정반대 방향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 둔화 우려로 세수 감소폭이 예상보다 클 수 있다”며 “지출 구조조정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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