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과 정보기술 분야의 최신 트렌드를 알 수 있는 소비자 가전 전시회(CES). CES의 전통적 터줏대감은 단연 TV였다. 최근 자동차 등 모빌리티 쪽에 주목도를 일부 내어주긴 했지만, TV 신제품을 소개하는 자리는 언제나 CES 무대의 중심이었고, 수십 년간 TV 최신 기술은 대부분 CES를 통해 처음 선보였다. 그리고 그 CES의 주인공, TV의 혁신을 주도해 온 두 회사가 바로 한국의 삼성전자와 LG전자다.
두 회사는 올해 CES에서도 여러 TV 신제품을 공개한다. 세상에 아주 없던 새로운 기술까지는 아니어도, 양사의 정상급 기술력을 입증하기엔 충분한 제품들이다.
삼성, 마이크로 LED TV 개척
삼성전자는 CES 개막을 이틀 앞둔 3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국내 미디어에 TV 신제품을 공개했다. 가장 눈길을 끈 제품은 이날 처음 공개한 50형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TV였다. 삼성전자가 2020년 처음 소비자용으로 출시한 110형보다 크기가 절반 이상 작아졌다.
마이크로 LED는 마이크로미터(㎛: 100만 분의 1m) 단위의 LED를 회로기판에 촘촘히 배열해 만드는 디스플레이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처럼 별도 광원(백라이트)과 컬러 필터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빛을 낼 수 있어, 완벽한 색 표현이 가능하고 내구성이 뛰어나다. 아직은 1억 원이 넘는, 비싸도 너무 비싼 가격이 단점이지만, 차세대 디스플레이가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마이크로 LED TV는 작을수록 만들기 어렵다. 해상도를 유지하면서 화면 크기만 줄이려면 LED를 그만큼 더 작게 쪼개서 배열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삼성전자는 50형을 양산형으로 출시할지는 아직 정하지 않은 상태다. 업계에선 기술력 우위를 보여주려는 공개라는 평가가 나온다.
LG, 70% 밝아진 올레드 에보
LG전자는 더 밝고 선명해진 '올레드 에보' 신제품을 이번 CES에서 처음 내놓는다. 기존 OLED보다 발광 효율이 좋은 차세대 OLED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올레드 에보'는 LG전자의 주력 프리미엄 TV다. 2023년형 '올레드 에보'는 65형을 기준으로 같은 크기의 일반 OLED TV 대비 화면이 최대 70% 밝아진 게 특징이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화질·음질 엔진(알파9 프로세서)도 더 진화했다. LG전자는 "여러 데이터를 학습하는 딥러닝 기술을 통해 영상 제작자 의도까지 분석해 화면 잡티를 제거한다"며 "TV 장면 속 얼굴과 사물, 글씨, 배경을 이전보다 자연스럽게 알아차린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주력 프리미엄 TV 네오 QLED의 새 제품을 공개했다. 2023년형 네오 QLED는 동글(USB 접속구에 연결되는 외장형 주변장치) 없이도 다양한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직접 TV에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또 영상의 사물 형태와 표면에 따라 광원 형상을 최적화해 더 미세한 표현을 해 주는 기능들이 추가됐다.
여기에 더해 삼성전자는 LG전자에 맞서 지난해 처음 내놓은 OLED 제품군을 확대한다. 기존 55형, 66형에 더해 77형을 추가해 OLED를 찾는 소비자들에게 더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기로 했다.
지속가능한 미래 위한 장애인 배려도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시각·청각 장애인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TV 제작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런 기술은 CES에서 공개되는 새로운 TV에도 반영됐다. 삼성전자는 네오 QLED 신제품에 화면 윤곽선, 색채와 명암 대비를 강조해 저시력자들이 콘텐츠를 더욱 알아보기 쉽도록 돕는 '릴루미노(Relumino) 모드'를 넣었다. 2021년부터 장애인 고객 자문단을 운영 중인 LG전자 역시 TV 메뉴나 시청 중인 화면을 음성으로 설명하는 기능 등을 올해 출시할 TV에 추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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