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법상 합법, 식품위생법상 불법? 법 사이의 '떠돌이' 노점

지자체의 허가를 받은 노점은 합법적으로 도로점용
도로점용과 영업 허가는 별도, 여전히 식품위생·세금 문제
해외의 경우 제도권 내에서 노점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기도

외국의 야시장 거리나 서울의 명동길처럼 노점이 특정 공간과 뗄 수 없는 관계가 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온전히 합법도, 불법도 아닌 노점의 애매한 법적 지위가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3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길의 한 먹거리 노점이 지나는 인파 사이에서 환히 불을 밝히고 있다.

3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길의 한 먹거리 노점이 지나는 관광객과 시민의 발을 붙들어 두고 있다.

3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길의 먹거리 노점들 주위로 음식을 주문하는 고객들이 몰려 있다.

'유령도시' 같았던 명동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팬데믹의 적막이 걷히고 생기가 넘치는 거리, 명동의 부활은 줄지어 늘어선 노점 풍경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 3일 밤 명동 거리는 일명 '맛집' 노점 앞에 줄 선 사람들과 먹거리를 손에 든 이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노점은 자유분방하고 활기찬 거리의 상징이지만 그 실체는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노점에서 판매하는 음식의 안전성이나 인근 점포와의 갈등 논란에 앞서 현행법상 불법과 합법 사이를 오가는 애매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노점은 번화가에서 버젓이 장사를 하고 어떤 노점은 가차 없이 철거당한다.

노점은 도로점용 허가 여부에 따라 '합법 노점'과 '불법 노점'으로 갈린다. 서울의 경우 2016년 이후 기존 노점상에 한해 도로점용 허가를 내주고 있는데, 이 허가증을 얻은 노점은 소정의 점용료를 정기적으로 지불하면서 합법적으로 장사를 할 수 있다. 반면, 허가를 얻지 못해 불법 도로점용이 확인될 경우 지자체는 계도 후 철거에 나선다.

도로점용 허가를 얻었다고 해도 음식을 판매하는 경우 불법 노점일 확률이 높다. 식품위생법상 노점은 시설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므로 영업 허가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세법을 들이댈 경우 노점은 '법 집행 불가 대상'이 된다. 불법은 아니지만 세금계산서·영수증 발행 의무가 면제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과세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정리하자면, 구청에서 도로점용 허가를 받은 먹거리 노점상은 도로법상 합법, 식품위생법상 불법, 세법 집행 불가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일부 노점 활성화 지역들은 상인과 지자체가 협의해 영업 시간을 정해놓기도 한다. 대표적인 노점 거리인 명동길의 경우 오후 4시부터가 영업 시간이다. 4일 오후 3시 30분쯤 서울 중구 명동길의 노점상이 영업 위치로 매대를 이동시키고 있다.

4일 오후 3시 30분쯤 서울 중구 명동길의 노점상들이 개점 준비를 하고 있다.

4일 오후 4시쯤 서울 중구 명동의 노점상이 이날의 장사를 시작하고 있다.

노점이 이처럼 '이상한' 지위를 갖게 된 데는 전국 대다수 지자체의 노점 정책 방향에서 기인한다. 즉, ‘기존의 노점은 유지하되, 신규 유입은 차단'함으로써 노점상의 자연 소멸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 같은 방향성에 따라 지자체의 철거 대상은 신규 또는 뜨내기 노점으로 한정된다.

문제는 노점의 ‘자연 소멸’이 완료되기까지 적어도 수십 년간 합법도 불법도 아닌 애매한 노점이 존재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서울의 경우를 예로 들면, 노점 허가제가 도입된 2016년 당시 30세였던 노점상이 60세까지 노점을 운영한다면, 2046년에야 자발적 폐업이 이뤄지는 셈이다. 그처럼 오랜 시간 명확한 법적 지위 없이 회색 지대에 둘 바에야 아예 제도권 아래로 끌어들여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점이 많은 미국 뉴욕의 경우 노점 문제를 외면하기보다 제도권 내에서 개선책을 찾아가고 있다. 뉴욕시는 음식점과 별도로 노점 음식점 영업 허가를 내주는 영업 허가 총량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그로 인해 불법 전매가 횡행하고 노점과 정규 점포 간 갈등도 적지 않다. 지난해 5월 뉴욕시는 자영업자·노점상과 합의해 40년 만에 노점 영업 허가권 총량을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은 당시 “노점은 뉴욕의 경제와 개성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요소”라며 “협의를 통해 노점, 정규 점포, 지역 주민들의 이해관계가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많은 노점상들이 장사 중인 것으로 파악되는 서울 중구에만 허가 노점상 925곳, 무허가 노점상이 최소 418곳에 달한다. 일부 지자체는 정확한 실태 파악이 불가능한 이동식 점포, 일명 '뜨내기' 노점까지 합하면 실제 노점상의 수는 통계의 2배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한다.

판매 품목이 먹거리가 아니라면 식품위생법으로부터는 자유롭다. 3일 서울 중구 명동을 찾은 관광객들이 인형 노점 매대를 살펴보고 있다.

노점은 화려한 대형 매장 못지않게 관광객을 명동으로 이끄는 요소다. 3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을 찾은 관광객들이 노점 매대 주위에 몰려 있다.

3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을 찾은 관광객들이 길거리에서 음식을 먹고 있다.

편집자주

무심코 지나치다 눈에 띈 어떤 장면을 통해 우리 사회의 다양한 사연들을 소개하려 합니다. 시선을 사로잡는 이 광경, '이한호의 시사잡경'이 생각할 거리를 담은 사진으로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이한호 기자 ha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