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절반을 보낸 단국대 감독으로 맞는 첫 새해
졸업예정 선수들이 보낸 감동의 메시지에 새 다짐
김유진(53) 단국대 감독이 사령탑으로 첫 새해를 맞았다.
단국대 야구부와 맺은 인연은 올해로 27년째. 단국대 졸업 후 프로 진출 기간을 제외하면 반평생을 ‘단국대인’으로만 살아온 셈이다.
그는 지난해 5월 감독 자리에 올랐다. 단국대는 장수 사령탑들이 텃밭을 일군 학교다. 이병규 등 1990년대 프로야구 간판스타들을 길러낸 강문길 감독이 무려 25년, 이어 김경호 감독도 14년을 재임했다. 전통을 이어간다 해도 7년 뒤면 정년인 김 감독으로선 살짝 아쉬울 법도 한 대목이다.
그러나 김 감독은 “나는 프로야구 스타 출신도 아니었고 딱히 큰 족적을 남기지도 않았다. 이런 나를 모교가 불러줘 20년이 훨씬 넘는 세월 동안 삶의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코치 생활을 하는 동안 사랑하는 아내를 만났고 가정도 꾸렸다. 이 모든 게 감사할 뿐이다”라며 “남은 7년은 지나온 세월보다 한층 더 농축된 야구 인생을 펼쳐나가겠다고 다짐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살펴주고 성장까지 시켜준 모교에서 감독 자리에 오르는 것 보다 더 큰 영광과 명예가 어디에 있겠냐는 것이다.
김 감독은 비록 초보 감독이지만 뚜렷한 '감독관'을 갖고 있다. 그는 “감독은 코치가 훌륭한 선수를 만들어 내게끔 하는 조직의 리더이며, 코치들에게 전폭적인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감독은 큰 틀에서 팀을 이끌며 모든 책임은 감독이 진다”라고 설명했다.
그가 선수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상대방을 두려워 하지마라. 우리는 우리 것만 하면 된다. 상대방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 버려라.” 대신 감독은 선수들의 기량을 경기장에서 100% 나오게 해야 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믿는다.
김 감독은 또 “어떤 선수든 지속적인 관심과 대화를 바탕으로 신뢰를 보내면 선수는 반드시 따라온다. 팀이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감독과 코치 그리고 코치와 선수 간 서로 마음이 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코치 생활을 하면서 한번도 경기력으로 선수들을 질책한 적이 없다. 믿었던 투수가 스트라이크를 넣지 못해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경기를 내준 적도 있고, 야수의 어이없는 실책 한번으로 우승 트로피를 날린 적도 있지만 이런 때일수록 혼을 내기보다 격려의 미덕으로 선수단을 이끌어 왔다. 선수들을 믿고 기다려줘야 한다는 소신이 깔렸기 때문이다.
단국대는 이병규 오승환 서용빈 최원호 나지완 등 KBO리그 스타의 산실인 전통의 야구 명문이다. 4월 U리그를 시작으로 새 시즌을 출발하는 김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단국대에 들어온 것만 봐도 그 실력과 흘린 땀의 양을 가늠할 수 있다. 어쩌면 우리 선수들은 이미 자신의 분야에서 정상급 전문가가 된 것이라 생각한다. 야구라는 스포츠를 매개체로 함께 땀 흘리며 기쁠 때 함께 웃고 힘들고 지칠 때 서로 격려해준 동료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 감독은 지난해 마지막 대회였던 전국체전을 마치고 졸업예정 선수들로부터 받은 장문의 SNS 내용을 열어 보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졸업생 누구 할 것 없이 보내온 진심어린 메시지를 처음 봤을 때는 감독실 구석에 앉아 조용히 눈물을 훔쳤다. 김 감독은 "단국대에서 보낸 20여년이 헛되지 않은 것 같다. 이런 선수들을 위해서 모교에서 남은 야구인생을 쏟아붓겠다"고 각오를 새로 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