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테크 박람회인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소비자 가전 전시회)가 8일(현지시간) 폐막했다. 주최 측인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는 매년 CES에서 눈에 띄는 제품에 혁신상을 주는데, 올해도 총 468개 제품에 혁신상이 돌아갔다. CES의 유일한 공식 상이다.
혁신상만큼 유명하진 않지만 CES엔 또 다른 비공식 상이 있다. 소비자 전문지 컨슈머리포트 등이 공동 선정하는 '최악의 제품'(Worst in show)이다. 2021년부터 발표하고 있는 이 상을 시상자 측은 이렇게 설명한다. "프라이버시를 가장 덜 보호하거나, 가장 수리하기 어렵고, 가장 지속가능하지 않은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주목을 끌기 위한 상." 시상 부문이 환경적 영향·프라이버시 등 6개밖에 안 돼서, 어떤 면에선 혁신상보다 훨씬 수상 난이도가 높다고 볼 수 있다.
올해 '최악의 제품' 오명을 쓴 기술로는 프랑스 헬스케어 스타트업 위딩스의 '유-스캔'이 있다. 변기 안에 달면 자동으로 소변 검사를 해주는 것인데, 프라이버시 부문 최악의 제품에 이름을 올렸다. 이 기기가 클라우드 서버에 전송하는 사용자의 건강 상태, 임신 여부 등 개인정보가 어떻게 활용될지 알 수 없다는 게 이유다.
환경 영향 부문엔 미국 스타트업 디스프레이스가 선보인 완전 무선 TV가 선정됐다. 충전식 배터리로 작동하는 이 TV는 벽, 창문 등에 진공 부착이 가능해 못을 박을 필요를 없앴다. 이번 CES에서 주목받은 혁신 제품인데, 컨슈머 리포트는 '편리성'보다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했다. "그냥 벽에 플러그를 꽂으면 되는데, 굳이 희토류 금속이 들어가는 배터리를 쓴 이유가 무엇인가?" 굳이 배터리를 넣지 않아도 되는 성격의 제품에 배터리를 넣어,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희토류 금속 채취를 부추긴다는 지적이었다.
다른 4개 부문을 포함, 올 6개 수상작에 한국 회사 제품은 없었다. 다만 삼성전자 자회사 하만의 JBL 무선 이어폰이 수리해서 계속 쓰기 어려운 제품에 올랐다.
CTA가 올해 CES의 키워드 중 하나로 꼽은 것이 '지속가능성'이다. '누가 더 지속가능한 제품을 만들 능력이 되느냐'가 기술 혁신 못지않은 테크업계의 화두란 얘기다.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기술을 만드는 '혁신'도 중요하지만, 타인 및 환경과의 공존까지 고려하는 '지속가능성'도 점점 중요한 가치가 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두 경쟁에서 모두 밀리지 않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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