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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 진료 탓 ‘문 케어’ 폐지… “MRI·초음파 남용은 9%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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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 진료 탓 ‘문 케어’ 폐지… “MRI·초음파 남용은 9%뿐”

입력
2023.01.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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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조 원 중 2000억 원 때문에 재정위기?”
“보장성 축소시 '과잉 의료이용' 오히려 늘어”
“병상 OECD 평균으로 줄이면 11조여 원 절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3일 국무회의에서 “건강보험의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발언한 것이 ‘문재인 케어’ 폐지 선언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8일 필수의료 지원대책 공청회에서 내놓은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및 필수의료 지원 대책(안)’에서 '과잉 의료이용'을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가 필요한 주 요인으로 꼽았다. 국민건강보험을 별다른 조건 없이 적용하는 ‘일률 급여화’로 자기공명영상(MRI)·초음파 검사 등을 불필요하게 남발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케어 폐지’가 필요한 주 요인으로 윤석열 정부가 꼽고 있는 과잉 의료이용 정도가 지나치게 과장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의 정책방향 설정의 전제부터 잘못됐다는 것이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3일 국회 토론회에서 '가짜 건강보험 재정 위기와 진짜 지속가능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전략'이라는 제목으로 "정부가 주장하는 건강보험의 불건전성 정도가 과대포장됐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케어 시작 전인 2016년과 문재인 정부 말기인 2021년 말 건강보험 누적 적립금이 각각 20조1,000억 원, 20조2,000억 원으로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또 감사원이 지난해 7월 발표한 ‘건강보험 재정관리 실태 감사보고서’ 집계를 토대로 추산한 결과, 2018~2021년 MRI, 초음파 검사의 남용 의심 진료비 규모는 1,917억 원으로, 전체(2조1,299억 원)의 9%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건강보험 진료비 100조 원 중 0.2%인 2,000억 원 때문에 재정 위기가 온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2018년은 상복부 초음파 검사의 의료보험 급여화가 시작된 시점이다.

"문재인 케어 폐지하면 '풍선 효과' 뻔한데.."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9년 7월 2일 경기 고양시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에서 열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2주년 성과 보고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9년 7월 2일 경기 고양시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에서 열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2주년 성과 보고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케어가 폐지돼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축소되면 오히려 과잉 의료이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받지 못하는 진료비 항목이 늘어나면, 민간 손해보험 가입이 늘어나는 ‘풍선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종명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대표는 “실손보험의 경우 보험사에 급여항목 심사 기능이 없기 때문에 건강보험에 비해 의료기관의 과잉 진료를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며 “도덕적 해이나 낭비는 공보험이 아니라 사보험에서 훨씬 더 많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잉 진료를 확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오히려 건강보험 보장을 확 늘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 소득 수준이 이전보다 늘었으니, 중증 위주로 건강보험 급여 항목을 개편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일부 주장도 있다. 이에 대해 양극화 심화 등으로 중산층·서민의 실질소득은 오히려 줄어든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김재헌 무상의료운동본부 사무국장은 “실질소득 기준 하위 70%, 즉 국민 대다수는 이전보다 소득이 늘어났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과잉 의료이용을 하는 극소수 때문에 건강보험 보장성을 줄이는 것은 양극화, 고령화, 의료기술 발전 등을 감안해도 전혀 맞지 않다”고 했다.

건강보험 보장성 축소보다 효과적 대안 없나...

서울 영등포구 국민건강보험공단 영등포남부지사 전경 연합뉴스

서울 영등포구 국민건강보험공단 영등포남부지사 전경 연합뉴스

보장성 축소보다 병상의 과잉 공급 문제를 해결하는 게 오히려 더 실질적인 대안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윤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전체 병상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3배나 많다. 특히 1차 의료기관의 소규모 병상이 지나치게 많다.

김 교수는 “OECD 평균의 병상 수와 병상 구조에 맞게 전체 입원을 3분의 1 정도로 낮출 경우, 2021년 건강보험 입원진료비 35조4,000억 원 중 11조8,000억 원이 절감된다"고 설명했다.

복지부, "보장성 축소 아니다"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전경. 복지부 제공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전경. 복지부 제공

복지부는 ‘문재인 케어 폐지'로 해석되는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방안’이 건강보험의 보장성 축소는 아니라고 해명한다. 급여 항목을 점검·정비해 건강보험 재정을 효율화하는데 정책 목표가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다만 'MRI, 초음파 검사의 과잉 의료이용 비율이 9%에 그친다'는 지적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아직 내용을) 못 봐서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케어는 2017년 문 전 대통령이 전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2022년까지 평균 18% 낮추겠다고 밝힌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이다. 환자 부담이 큰 3대 비급여(특진 · 상급병실 · 간병)의 국민 부담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등 건강보험 보장률을 높여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완화한다는 취지였다.

김청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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