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5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교육자유특구’ 지정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정 지역 내 초·중·고교의 학생 선발권과 학교 운영 자율권을 보장해 교육의 다양성을 확대한다는 취지로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로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볼수록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 같은 특수목적고(특목고)를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확대하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의문이다. 우선 자사고와 특목고처럼 학생 선발권을 우선 부여하는 방식이 유력하다고 하는데, 이 경우 보편적 공교육의 질 향상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기업·연구소·기관이 ‘대안학교’를 설립하도록 하는 것도 진정한 ‘다양화’가 되기 어렵다. 대학입시가 지상목표인 한국의 중등교육 현실에서, 애초 ‘다양성’을 기치로 내걸었던 자사고도 의대나 유명대학 입학 창구로 전락한 상태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논평을 내고 “(이명박 정부에서) 학교 자율과 교육과정의 다양화를 강조하며 도입된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는 ‘수직적 다양화(고교서열화)’를 대한민국 고등학교에 고착시켰다”고 비판했다. 이어 “‘교육자유특구’와 같은 특례로 새로운 서열화를 조장해서는 안 되며, 모든 학생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돕는 ‘책임교육’에 대한 교육부의 구체적 계획과 청사진이 우선돼야 한다”고 했다.
실제 교육부 업무보고에서는 전반적인 공교육의 질을 높이는 방안은 미흡하다. 직업계고 육성은 크게 눈에 띄는 내용 없이 상반기 중 발전방안을 만들겠다고 했다. 일반고 역량 강화는 미국 ‘차터스쿨(Charter school)’이나 영국 ‘아카데미(Academy)’처럼 자율성을 갖춘 공립고를 육성하겠다는데, 이 또한 보편적 교육질 제고라기보다 수월성 교육의 형태로 보인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이명박 정부 시절 ‘고교 다양화’ 정책을 주도했었다. 그는 인사청문회에서 “자사고 정책이 서열화로 이어지는 부작용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도록 돌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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