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4조3,000억 원(잠정치)을 기록해 전년 동기에 비해 69%나 떨어졌다고 6일 공시했다. 시장 침체가 예상보다 길어지자 6조 원 내외의 영업이익을 예상했으나, 이보다 더 낮아 ‘어닝 쇼크’로 평가된다. 삼성전자 분기 영업이익이 5조 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14년 3분기 이후 8년여 만이다. 반도체 시장은 올 상반기까지 계속 침체를 겪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올 1분기 적자 전환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전 세계가 침체에 빠졌던 지난 2년간 반도체는 역대 최고 수출을 이어오며, 우리나라 경제를 지탱해왔다. 하지만 2021년 3분기부터 2년간 반도체 매출 세계 1위를 지켜오던 삼성전자가 지난해 3분기 대만 TSMC에 자리를 내주는 등 시장 지배적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 갈등으로 ‘글로벌 공급 재편’이 본격화하면서 미국과 일본 등 새로운 경쟁자도 속속 뛰어들고 있다.
돌이켜 보면 반도체는 늘 어려운 결단을 요구하는 산업이다. 고(故) 이건희 전 삼성 회장도 “반도체 사업으로 삼성이 세 번 망할 뻔했다”고 했을 정도이다. 하지만 그때마다 경쟁자보다 한발 앞선 투자로 업계를 주도해 왔다. 지난해 말 재고가 빠르게 늘어나자, TSMC 마이크론 등 경쟁사들은 감산과 투자 축소에 나서며 삼성전자의 결정을 주시하고 있다. 이 위기에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다시 한번 경쟁사와 격차를 벌리는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진짜 실력은 위기에서 드러나는 법이다.
정부는 지난 3일 5년간 총 340조 원을 투자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반도체 산업육성 전략을 발표했다. 세수 감소 우려에도 설비·R&D 투자 세액공제율을 대폭 상향했다. 올 한 해 경제성장률이 1%대에 그치는 등 최악의 침체가 기다리고 있다. ‘K 반도체’가 그 침체에서 벗어나게 할 견인차가 되길 기대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