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1.2 여진도 한 차례 발생
수도권 및 강원도에서도 '지진 느꼈다' 신고
인천 강화도 서쪽 바다에서 9일 새벽 발생한 지진으로 인근 주민들은 물론 수도권 시민들까지 밤새 흔들림을 느꼈다. 규모 3.5가 넘는 지진이 발생한 건 지난해 10월 충북 괴산 지진(규모 4.1) 이후 70여일 만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이 한반도 어느 지역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9일 오전 1시 28분쯤 인천 강화군 서쪽 25㎞ 해역에서 규모 3.7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지진으로 인한 흔들림 정도인 계기진도는 인천에서 4, 경기 3, 서울 2로 나타났다. 계기진도 4는 실내의 많은 사람이 흔들림을 느끼고, 밤이면 사람들이 잠에서 깨기도 하며, 그릇과 창문 등이 흔들리는 정도다.
지진이 발생한 위치와 다소 먼 충청도나 강원 지역에서도 흔들림을 느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날 오전 3시 기준 지진 유감신고는 서울에서 33건, 인천 25건, 경기 45건 및 강원 1건이 접수됐다. 기상청과 전문가들은 통상 이번 지진 정도의 규모라면 경기도나 충청도에서 체감할 수 있으며, 아주 민감한 사람이라면 강원도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화도 앞바다에서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지진이 발생한 것은 드문 일이다. 기상청이 1978년 계기관측을 시작한 이후 이번 지진의 진앙 주변 반경 50㎞ 일대에서 관측된 규모 2.0 이상 지진은 33건에 불과했다. 규모 3.0 이상 지진도 단 5차례뿐이었다.
기상청 관계자는 "인천 앞바다에서도 지진은 때때로 발생하지만 백령도나 덕적도 등 육지와 먼 거리에서 발생하다 보니 체감이 안 되는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4년 전인 2019년 1월 9일 인천 옹진군 백령도 인근에서 규모 3.7의 지진이 발생한 적이 있지만 계기진도 1로 흔들림을 거의 느낄 수 없는 수준이었다.
다만 앞으로도 이번처럼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한반도의 지각이 약해지면서 예상치 못한 지역에서 지진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에 지진이 발생했던 지역의 가장자리 또는 더 깊은 곳에서 지하에 쌓인 응력이 분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반도에서 발생하는 지진의 깊이가 보통 12㎞ 이내인 데 반해 이번 강화 지진은 19㎞, 지난해 10월 괴산 지진은 12~14㎞인 것도 그 증거라는 설명이다.
홍 교수는 "향후 더 큰 지진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기존에 지진이 발생하지 않았던 지역을 중심으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현재로서는 새벽 2시 36분쯤 발생한 1.2 규모 여진 외에 다른 현상은 관측되지 않았다"며 "수일 내에 여진이 또 발생할 수 있어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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