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축사화재 323건
소방 추산 피해액만 200억 이상
감소세 주춤… 지난해 되레 증가
올해도 24일까지 10여 건 발생
새끼 체온유지용 보온등이 주범
"전선·전등 갓 먼지 제거 절실"
지난 3일 오전 1시50분 경북 영천시 북안면의 한 젖소농장. 송아지가 있는 분만실 쪽에서 치솟은 불길은 삽시간에 인접한 착유기실까지 태웠다. 불은 출동한 119에 의해 30여 분 만에 진화됐다.
이날 불로 축사 200㎡와 착유기실이 불타고 소 10마리가 죽어 소방서 추산 피해액은 1억2,300여만 원. 하지만 이는 감가상각 등을 반영한 현재가치 기준으로, 비슷한 시설을 새로 하려면 착유기실만 최소 5억 원 이상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살아남은 소는 다른 농장에 급한대로 위탁 사육 중이지만, 우유생산 쿼터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데다 보험에도 가입하지 않아 폐농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경북도 등에 따르면 경북은 국내 최대 축산지역이다. 사육두수 기준으로 소(한우 젖소 등 포함) 1위, 돼지 3위, 닭ᆞ오리 4위다. 이런 곳에서 폐농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축사 화재가 계속되고 있다. 소 값 폭락 속에 설상가상이라는 지적이다.
경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경북지역 축사(목장 포함) 화재는 57건으로 전국(450건)의 12.6%에 이른다. 우사 28, 돈사 25, 계사 4곳이다. 지난달 4일 의성군 점곡면, 9일 청도군 매전면, 12일 성주군 금수면 등지의 돈사에서 불이 잇따랐다. 12월 한 달 동안만 13건에 이른다.
최근 5년간 경북지역 축사 화재발생 건수는 323건. 2018년 75건, 2019년 67건, 2020년 69건, 2021년 55건 등이다. 5년간 축사화재 피해액은 200억 원이 훌쩍 넘는다. 복구비로 계산하면 그 몇배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상당수 축산농가는 가축재해보험에 가입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지만, 일부 미가입 농가는 속수무책이다. 보험료의 대부분을 정부ᆞ지자체나 농협에서 지원해주고 있어 보험가입은 필수라는 지적이다.
최근 몇 년간 줄던 축사 화재는 다시 늘고 있다. 지역 축산업계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2018년 75건이던 축사화재는 2021년 55건으로 감소하다가 지난해 57건으로 되레 늘고 있다.
새해 들어서도 축사 화재가 계속되고 있다. 3일 영천 북안면을 비롯해 4일 영주시 장진동 우사, 7일 포항시 기계면 한 축산농가의 창고에 불이 났다. 24일까지 우사 7건 등 도내에서 발생한 소 돼지 닭 3대 축사 화재 발생 건수만 10건에 이른다.
지역 축사화재의 대부분은 보온등 과열이나 단락 등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축산업계에 따르면 체온조절 능력이 거의 없는 새끼 돼지는 10월 말쯤 보온을 시작하는 게 일반적이다. 대다수 농가는 사용편의 등을 이유로 온풍기나 난로 대신 보온등을 킨다. 돼지보다 추위를 잘 견디는 소도 한겨울에는 분만 과정에 송아지가 얼어 죽을 수 있어 보온등을 사용한다.
문제는 일부 농민들이 보온등 관리를 소홀한다는 데 있다. 축산당국 관계자는 “축사에는 배합사료 등에서 많은 먼지가 생기는데, 이 먼지가 전등 갓이나 전선에 달라붙고 뜨거운 보온등 열기에 발화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겨울철 보온등을 사용하고 나면 철거한 뒤 먼지를 잘 닦고 비닐봉지 등에 밀봉해 보관했다가 다음 겨울에 사용하는 게 원칙”이라며 “여의치 않으면 사용 전에 전선이나 전등갓에 붙은 먼지를 잘 청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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