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가 '아이 낳아 키우기 좋은 광주'를 만들겠다며 내놓은 저출산 대응 시책이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2년 전부터 지급해 오던 출생축하금을 없애고 관련 예산을 손자녀 돌봄 등 각종 돌봄 사업에 투입키로 하면서다. 광주시는 "정부 지원 사업과 중복되기 때문"이라고 시책 폐지 이유를 댔지만, 당장 청년과 임산부들 사이에선 "저출산 시대에 역행하는 정책"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9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광주시는 올해 1월 1일부터 신생아를 출산하는 임산부에게 지급해 오던 출생축하금 100만 원을 주지 않기로 했다. 또 매달 20만 원씩 2년간 지급하던 육아 수당 지급 기간도 1년(13~24개월)으로 축소했다.
광주시는 앞서 2021년 청년과 임신부 등을 대상으로 정책 수요 조사를 실시한 결과, 신생아를 낳은 부모들의 양육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초기 양육 수당 지원이 절실하다는 의견에 따라 출생축하금과 육아 수당을 도입했다. 당시 이를 두고 어떻게든 출산율을 높여보겠다는, 의미 있는 행보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는 2021년도 전국 합계 출산율 증가 전국 1위(광주 0.90명, 전국 0.81명), 지난해 3분기(통계청 발표) 기준 합계 출산율 0.85명(전국 0.79명)이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급기야 정부는 광주시의 두 출산 시책을 국가사업으로 채택했다. 실제 정부는 지난해 광주시 출생축하금 성격의 '첫 만남 이용권 지원금(200만 원)'을 신설했고, 올해엔 광주시 육아 수당과 유사한 '부모 급여(35만~70만 원)'를 지원키로 했다.
광주시의 대표적 출산 시책이 정부 출산 정책으로 전환되자 광주시는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했지만, 후속 대응은 영 석연치 않다. 광주시가 출생축하금과 육아 수당의 경우 정부 출산 지원 사업과 중복된다는 이유로 폐지·축소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대신 광주시는 관련 예산을 손자녀 돌봄, 입원 아동 돌봄, 임신부 가사 지원 서비스 등 각종 돌봄 사업 등에 투입하기로 했다.
광주시의 이런 조치는 부모 급여 제도 시행 여부와 무관하게 출생 지원금 지급을 확대하고 있는 다른 자치단체와도 대비된다. 실제 올해부터 순천시는 첫째 자녀 출산을 기준으로 300만 원이던 출산장려금을 500만 원으로, 보성군은 240만 원에서 600만 원으로 각각 확대했고, 고흥군도 첫째·둘째·셋째 출산 시 출산지원금을 720만 원에서 1,080만 원으로 늘렸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임신부와 출산 부모들 사이에선 광주시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진보당 광주여성엄마당은 "강기정 광주시장은 정부 지원금이 늘어났으니 광주시 지원금은 폐지해도 된다는 이상한 논리를 펴고 있다"며 "그나마 있던 지원금 제도를 폐지 축소하면서 국가의 미래인 출생률을 어떻게 보장하겠다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4개월 된 딸을 키우는 이모씨는 "제 딸에게 동생을 낳아줘야 하나 늘 고민이 많지만 광주시가 출생축하금을 폐지하고, 육아 수당을 줄인다는 소식을 듣고 남편과 둘째 낳기는 어렵겠다는 씁쓸한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출생축하금은 폐지됐지만 앞으로 이를 대체할 출산·육아 신규 사업을 발굴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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